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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인양 … '신원 미확인' 게시판에 가족들 몰려

22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 마련된 상황본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들의 특징이 적힌 안내판을 보고 있다. [뉴스1]

22일 오후 3시 전남 진도실내체육관 입구. ‘미확인 시신 게시판’에 ‘104번’이라고 찍힌 A4용지가 나붙었다. ‘104번’이란 104번째로 나온 시신이란 뜻이다. 부근에 있던 실종자 가족 몇몇이 달려와 내용을 읽었다.

 ‘(성별) 여, (키) 162센티 추정, (상의) 흰색 반팔 면티와 검은색 점퍼, (하의) 검은색 운동복과 운동화, (특이사항) 보통 체격에 갸름한 얼굴…’.

 신원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시신의 특징을 적어 놓은 것이었다. 한 여성이 주저앉아 울었다. 또 다른 가족도 자신의 딸이라 생각한 듯 팽목항으로 향하는 구급차에 올라탔다. 전날인 21일부터 이런 광경이 부쩍 잦아졌다. 시신이 많이 인양되면서다. 21일엔 29구, 22일엔 오후 9시까지 34구가 나왔다. 체육관 앞에 붙은 확인서도 이날 오후 3시 21장으로 늘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는 대학생(22)은 “매 시간 나와 혹시 여동생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이젠 머리가 멍해져 동생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시 한번 확인해야겠다”며 휴대전화를 걸었다.

 시신이 들어오는 팽목항 역시 상황이 비슷했다. 이날 오후 4시쯤 선착장 입구 게시판엔 모두 20여 장의 확인서가 나붙었다. 이지영(34·여)씨는 “아직 남편 소식이 없다”며 “체육관에서 기다리다 점점 초조해져 항구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팽목항 한쪽에선 가족들이 시신을 재차 삼차 확인했다. 확인하고 경기도 안산으로 이송했던 시신이 DNA 검사 결과 다른 학생의 것으로 밝혀지는 일이 생겨서다. 22일엔 단원고 이모(17)군으로 알려졌던 시신이 DNA 검사를 통해 심모(16)군으로 확인됐다. 시신은 이군 부모가 눈으로 확인하고 21일 오전 1시 안산제일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추후 나온 DNA 검사에서 시신과 부모 DNA가 일치하지 않았다. 해경은 “몸과 마음이 몹시 지친 데다 워낙 경황이 없어 부모들이 자녀를 잘 알아보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인양된 김모(16)양 시신 역시 가족들이 확인하고 안산으로 갔다가 아닌 것으로 판명돼 목포 병원으로 돌아왔다. 이 시신은 DNA 검사에서 또 다른 김모(17)양으로 밝혀졌다.

 이날 오전 2시쯤 전남 목포기독병원 뒤편 도로에 잇닿은 안치소행 엘리베이터 앞에 시신 한 구가 들것에 눕혀져 흰 천을 덮은 채 약 한 시간 대기했다. 안치소가 꽉 찼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며칠 동안 차디찬 바닷속에 있던 아이인데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려주기는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 유족은 신원 확인에 필요하니 가족관계증명서를 보여 달라는 경찰 요구에 “이 새벽에 어디서 떼오느냐”며 항의했다. 정부는 지난 20일부터 병원 인근 상동주민센터와 하당동주민센터에서 24시간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해 주도록 했지만 가족들에게는 이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시신이 대거 인양될 경우에 대비해 팽목항에 간이 영안실을 만들기로 했다. 목포 지역 병원들 역시 주차장 등지에 임시 안치소를 설치했다.

 ◆장례 절차 발표=단원고 학부모 대표와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희생된 학생·교사 장례 절차에 합의했다. 장관급 이상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신원이 확인되면 안산으로 옮겨 정부가 준비한 장례식장에서 개별 가족장을 치르고 유골은 와동 실내체육관에 함께 안치하기로 했다. 장례비용은 정부가 지원한다. 23일 안산 올림픽기념 체육관에 임시 분향소를, 29일 안산 화랑유원지에 공식 분향소를 설치한다. 일반인 희생자에 대한 장례와 합동영결식 일정은 추후 발표하기로 했다.

 단원고 생존 학생 부모들은 이날 안산교육지원청에서 안정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과도한 취재 경쟁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학부모 대표 장동원(45)씨는 “살아남은 아이들마저 죄인 된 심정”이라며 “아이들에게 절대적 안정이 필요하므로 정부와 모든 각계각층, 전 시민사회가 애써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도=장대석·이승호·최종권 기자

안산=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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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