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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조끼 입고 선실 머물면 안 돼, 뱃사람이면 아는 기초 상식인데 … "

“구명조끼를 입고 선실에 있으면 절대 안 됩니다. 선실에 물이 차오르면 조끼의 부력 때문에 물속으로 들어가 탈출로를 찾는 게 어려워집니다.”

 35년간 배를 타다 선장으로 은퇴한 뒤 미국 선장·선원단체(MM&P)에서 선원 훈련 교관으로 일하는 짐 스테이플스(59·사진)의 목소리엔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 그는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 선실에 머물면 안 된다는 건 뱃사람이라면 아는 기초 상식인데, 이 또한 반복 훈련으로 몸에 배지 않으면 실제 상황에선 무용지물이라는 교훈을 이번 세월호 사고가 보여준다”고 말했다. 세월호 선내에서 발견된 시신의 상당수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였다는 점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스테이플스는 35년간 세계 곳곳에서 대형 상선과 화물선·여객선을 운항했고, 그중 25년은 선장으로 일했다. 실무와 이론을 두루 알아 2010년 소말리아 해적 사태 때 미국 정부를 자문했다. 2012년 이탈리아 유람선 좌초에 이어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해 CNN방송에 출연해 전문가로서 의견을 밝혔다.

 - 세월호 사고에 대한 미국민의 관심은.

 “여기서도 온통 여객선 침몰 얘기뿐이다. 너무나 비극적인 사건인 데다 어린 학생들이 희생돼 누구나 자기 일처럼 느끼는 것 같다.”

 - 인재(人災)라고 보나.

 “일부분 그렇다. 배에서 탈출하는 훈련이 안 돼 있어서 배가 그 정도 균형을 잃었는데도 탈출 명령을 못 내린 것 같다. (교신 내용을 보니) 도저히 손 쓸 수 없는 한계시점 전까지 10분 정도 승객들을 안전하게 갑판으로 올라오게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이번처럼 빠르게 침몰하는 배에서 승객을 선실에 있게 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다.”

 - 왜 바다에선 선장에게 큰 책임을 지우나.

 “‘선장은 배와 함께 가라앉는다’는 건 해양 분야의 오랜 전통이다. 배는 비행기·기차와는 많이 다르다. 비행기에 문제가 생기면 기장은 승객과 공동운명체다. 하지만 배의 경우에는 바다와 배를 ‘잘 아는’ 선장이 승객을 버릴 수도 있는 여건이다. 선장의 지식을 생명을 구하는 데 써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한다.”

 - 해양 사고를 예방하려면.

 “훈련, 훈련, 그리고 훈련이다. 훈련은 생명 유지와 직접 관련된다. 망망대해에 나갈 때 의지할 곳은 훈련밖에 없다. 훈련의 궁극적 목표는 사고가 났을 때 자동반응(reactionary)하도록 몸에 입력하는 것이다. 국제 규정에 따르면 최소 2주마다 한 번씩 훈련하게 돼 있다.”

 - 훈련을 강제하는 방법이 있나.

 “미국은 항만 당국이 훈련일지를 검사해 제대로 안 된 배는 항구에 억류할 수 있다. 비상·대피 훈련이 충분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출항할 수 없다. 훈련 여부는 선장의 서류 신고로 이뤄지지만 당국은 배에 올라와 비상 훈련을 눈앞에서 해보라거나 개별 선원에게 훈련을 어떻게 받았는지 물어서 점검하기도 한다.”

 - 허위로 기재하면.

 “개인이 작정하고 허위로 보고하면 발견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적발되면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에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항해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고, 감옥에 갈 수도 있는데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할 이유가 없다. 선장뿐 아니라 회사도 큰 손해를 본다. ”

 - 훈련을 어떻게 해야 하나.

 “진짜 같은 훈련을 해야 한다. 미국에선 악천후·조난·화재 같은 극한 상황을 체험하는 시뮬레이션 훈련을 한다. 극도로 스트레스 받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선원들을 지휘하고 명령하는 법을 실전처럼 익히게 한다.”

 - 한국에서는 해운사들이 회비를 내는 이익단체가 안전점검을 맡는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기업이 자신을 감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35년간 항해하면서 어느 항구에서도 본 적이 없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미국에선 해양경찰이 맡는다.”

 - 이번 사고의 원인을 어떻게 보나.

 “배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복원력 을 잃은 것 같다.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화물이 쏠려서인지, 조타장치 고장 같은 기계적 결함인지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인천에서 출항할 때부터 복원력이 미미했는데 연료가 바닥나면서 복원력을 완전히 잃었을 가능성도 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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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