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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가 7위라니 … 위약금 210억 받고 감독 관두시오

모예스
리더가 바뀌자 철옹성은 눈 깜짝할 새 모래성으로 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황금기를 일궜던 알렉스 퍼거슨(73) 감독의 후임 데이비드 모예스(51)는 채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쫓겨났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명문 맨유는 22일 “모예스 감독을 경질했다. 플레잉 코치로 활동 중인 라이언 긱스(41)에게 감독 대행 역할을 맡겨 올 시즌 잔여 일정(4경기)을 치른 뒤 새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모예스 감독은 부임 후 51경기를 치르고 10개월 만에 물러났다. 1920년대 부임해 30경기 만에 물러난 랄 할드치 감독 이후 클럽 역사상 최단명 사령탑이다.

 성적이 너무 부진했다. 올 시즌 맨유는 34라운드 현재 17승6무11패, 승점 57점으로 프리미어리그 7위다. 선두 리버풀(80점)과 무려 23점 차다.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겨도 5위 이상을 기대할 수 없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1992∼93시즌 이후 맨유는 13번이나 우승했다. 4위 이하로 내려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은 64강에서 탈락했고, 기대했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도 8강에서 물러났다. 맨유는 정규리그 4위까지 주어지는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놓쳤다.

 더 큰 문제는 리더십 부재였다. 모예스 감독은 중소형 클럽 에버턴을 이끌던 시절 선수단 장악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수퍼스타들이 즐비한 맨유에서는 불통의 대명사였다. 로빈 판페르시(31)·웨인 루니(29) 등과 수시로 마찰을 빚었다. 실점과 패배에 대한 책임을 선수들에게 전가하는 특유의 화법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맨유가 1200만 파운드(21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위약금을 감수하며 모예스를 내친 실질적인 이유다.

 영국 언론은 올 시즌 내내 퍼거슨 감독과 비교하며 모예스 감독을 조롱했다. 퍼거슨은 라커룸에서는 선수들의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호통을 쳐 ‘헤어드라이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늘 선수들을 감쌌다. 맨유는 올 시즌 굴욕적인 기록들을 쏟아냈다. 89∼90시즌 이후 24년 만에 두 자릿수 패배를 기록했고, 22년 만에 일주일 동안 3연패를 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못하는 건 95∼96시즌 이후 18년 만이다.

 맨유의 차기 사령탑으로는 위르겐 클롭(47·독일) 도르트문트 감독을 비롯해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고 있는 루이스 판할(63·네덜란드), 디에고 시메오네(44·아르헨티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 등이 거론된다. 모두가 빅클럽에서 검증을 마친 인물들이다. 퍼거슨 전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감독을 교체한 맨유가 한 시즌 만에 몰락한 건 리더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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