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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국회가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

[일러스트=김회룡기자]

박승희
워싱턴 특파원
며칠이 지났는데도 잊혀지지 않는다. 기울어진 배 안 선실에서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입은 채 ‘움직이지 말라’는 말을 귀담아 지키고 있는 모습이. 그러는 사이 내 목숨 귀한 선장은 배 안의 아이들을 버리고 먼저 구명정에 올랐다. CNN에선 이런 한국 사회의 치부를 전 세계로 생중계했다.

 미국에 와서 깨달은 게 있다. 문명과 비문명의 차이가 얼마나 남의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는 데 있음을. 한국 사회도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는 일이라면 둘째 가라면 서럽다. 하지만 남의 아이도 내 아이만큼 귀하게 여기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얼마 전 8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 둘째 딸이 연극반 선생님을 따라 뉴욕으로 연극을 보러 다녀왔다. 30명 남짓한 아이들의 여행을 위해 선생님은 5개월 전부터 뻔질나게 e메일을 보내 왔다. 드디어 여행 가기 사흘 전 선생님은 아이들과 부모를 방과 후에 학교로 불렀다. 학교 카페에 모인 부모들을 상대로 선생님은 안전교육을 1시간 동안 했다. 아이들 3~4명당 학부모 샤프롱(보호자)도 한 명씩 배당됐다. 혼잡한 브로드웨이에서 샤프롱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선생님은 귀찮을 만큼 반복했다. 이런 미국의 어른들을 아이들은 믿고 또 믿는다.

 미국의 모든 학교 앞 도로에는 예외 없이 시속 25마일(40㎞) 표시가 돼 있다. 이 구역에서 차들은 말 그대로 설설 기어야 한다. 위반하면 벌금도 통상의 10배가 넘는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아이들은 늘 최우선 보호 대상이다. ‘레이디 퍼스트(여성 먼저)’라는 말만 알았는데 막상 미국 생활을 하다 보니 레이디보다 앞서는 게 ‘차일드 퍼스트(어린이 먼저)’다.

 한국에도 스쿨 존은 있다. 하지만 스쿨 존의 속도 제한은 어른들에 의해 무시된다. 학교 앞 도로변은 어른들의 차가 차지하고 있고, 아이들은 좁디 좁은 골목으로 밀려나 있다. 세월호의 아이들이 객실 안 구석에 팽개쳐 있듯이.

 사고 초기 정치인들은 으레 그렇듯 진도로 달려가 천덕꾸러기가 됐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국회가 할 일이 있다. 이 참에 우리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법 규정을 손질하자. 스쿨 존을 어기는 운전자에겐 가장 높은 벌금을 매기고, 어린이들을 상대로 불량음식을 파는 탐욕스러운 어른에겐 가장 중한 벌을 내리자. 연말 예산 날치기 통과 때만 밤샘 국회를 할 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 손질에 밤을 새우자.

 그래도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한다. 진도 앞 바다에 쏟은 아이 잃은 부모의 눈물도 거두지 못한다. 다만 2014년 4월 부끄러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아직 남아 있다.

박승희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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