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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햄릿인가? 람보인가? 오바마 방한에 부쳐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고려대 명예교수
버락 오바마 외교는 미국 내 정치권의 좌우 양편 모두로부터 신랄한 비판을 받아왔다. 보수파는 오바마 대통령이 ‘폴리아나’같이 상대방의 선의를 과신하며 ‘햄릿’같이 결단성이 없어 미국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떨어뜨리고 허약한 나라로 비쳐지게 한다고 혹평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을 그 예로 든다. 반면 진보 측은 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인기 폭격을 감행해 민간인을 살상하는 등 ‘람보’ 같은 행태를 나타낸다고 비판한다. 그런가 하면 바샤르 알아사드가 화학무기로 시리아 국민을 살육하는데도 수수방관하는 등 그가 목전의 실리 추구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 오바마 외교 행태의 이런 단면들은 합리적, 적극적 및 타산적이라는 의미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

 오바마가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째로 한국을 방문한다. 이를 계기로 그가 한·미 간의 여러 사안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관련 정책의 결정에 도움이 될 안목과 견해를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가 특히 유의해야 할 주요 현안으로 (1)한·일 관계 (2)북핵 문제 (3)원자력협력협정 (4)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문제 (5)한국의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역사와 군 위안부 문제로 인한 한·일 관계의 악화는 미국을 곤혹스러운 처지로 몰고 갈 뿐 아니라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 기간 중 한·미·일 안보협력을 주제로 하는 3국 정상의 회동을 오바마 대통령이 주선하기는 했으나 한·일 관계를 역전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미국으로선 두 동맹국 간의 논쟁에 휘말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의 동맹국이며 이해당사자로서, 일본이 역사 문제로 주변국들과 분쟁을 계속하는 것은 일본 자신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도 큰 해가 됨을 일본에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북핵 문제에 피로감을 느끼고,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선행 조치를 취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북한 핵의 직접적 위협을 받는 인접국들, 즉 한국과 중국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의 선행 조치를 주장하는 동안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제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하에 미국은 북한에 대한 현행 제재를 해제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북한의 비핵화 관련 선행 조치라는 6자회담 선결 조건을 조절할 가능성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은 2012년 말 만료 전까지 개정안이 합의되지 않아 일단 2년간 연장하기로 했으므로, 앞으로 수개월 내에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안 될 상황에 처해 있다. 문제의 핵심은 한국으로 하여금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포함한 핵주기를 어느 정도 완성할 수 있도록 하느냐에 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재처리 권한 허용이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므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에 이미 그런 이중 잣대를 허용한 일이 있다. 또한 미국이 남북한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할 수 없으므로 이중 잣대를 적용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미국은 한국과의 원만한 합의가 대국적 견지에서 미국의 국익은 물론 세계적 핵 관리를 위해서도 필수적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 시한이 2015년 12월까지로 연기되었으나 한국은 북한의 핵무장, 미사일 위협 등 일련의 도발 행위에 비추어 재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전환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하자는 태도를 아직 견지하고 있으나 안보 상황의 변화에 따라 그 입장이 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무튼 한·미 양국은 앞으로 수개월 내에 이 문제에 관한 결말을 지어야 할 형편이다. 북한의 안보위협이 날로 증가하며, 미국이 “아시아로의 재균형 정책”을 추구하고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지지하는 현재, 미국은 한국과의 전작권 전환 문제에 관한 결정을 주저할 이유도 여유도 없다. 오바마는 금번 방한을 계기로 이에 대한 명쾌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한·미 양국은 한국이 TPP에 조속한 가입을 추진한다는 분명한 합의를 이뤄야 할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치중하는 동안 TPP 가입이 지연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FTA가 이미 발효 중이므로, 설사 한·중 간 FTA가 체결된다 하더라도 미국은 행여 자국의 이익에 피해가 가지나 않을까 우려할 필요가 없다. 한국은 오히려 중국과 FTA를 체결하고 TPP에도 가입해 미국을 비롯한 TPP 회원국과 중국 간의 유용한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상과 같은 제반 현안에 관해 그의 탁월한 지적 능력과 균형 잡힌 판단력을 토대로 현명한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그의 이번 방한이 동북아 지역을 둘러싼 한·미 간 공동 관심사에 있어서 더욱 정확한 상호이해와 신중하고도 건설적인 판단을 위한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게 되기 바란다.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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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