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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수도권 규제

[일러스트=강일구]
Q 정부가 규제완화를 추진한다는 기사를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나오는 얘기가 ‘수도권 규제’인데요.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풀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치는 것 같습니다. 수도권에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이 막히니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수도권 규제라는 정도는 알겠는데, 정확히 어떤 것을 규제하는 건지 알고 싶어요.

A 우선 수도권이란 말부터 정의해 봅시다. 학교에서는 ‘수도 서울과 그 주변 도시’라고 배웠을 겁니다. 그 뜻은 어렵지 않지만 서울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까지 주변 도시로 봐야 할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 같네요. 그래서 우리나라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수도권은 서울특별시·인천광역시·경기도를 말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수도권에선 차가 많이 막히고 집값도 비싸며 소음도 심하다는 걸 아실 거예요. 사람이 붐비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겠죠. 이 같은 문제는 30년 전에도 비슷했나 봅니다. 그래서 국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1983년에 만들었는데, 이것이 지금 대표적인 수도권 규제로 불립니다. 이 법의 목표는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산업의 적정 배치를 유도해 수도권의 질서 있는 정비와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기한다’고 돼 있어요. 이 법이 만들어진 때에도 사람들이 지금과 같은 문제를 느꼈거나 예상했다는 얘기겠죠.

국민 절반이 국토 12% 면적에 집중

 이 같은 도시 정책이란 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수행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그래서 정부도 10년이나 15년 단위로 ‘수도권 정비계획’을 만들어 수도권에 사람과 기업이 과도하게 몰리는 것을 막고, 지방과 수도권이 균형 있게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일단 정부는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는 것을 막으려고 합니다. 1960년엔 전국 인구의 20.8%가 수도권에 살았어요. 그런데 그 비율이 점점 늘어 2000년엔 46.3%를 차지했고,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엔 52.5%가 수도권에 몰려 살게 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땅 넓이(1만1745㎢)는 전국(9만9720㎢)의 12% 정도인데, 절반이 넘는 사람이 이곳에 모여 산다는 게 비정상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수도권에 건물이나 공장을 지으려 하면 못 짓게 하거나 면적 제한을 둬 인구 집중을 억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정책으로 2020년엔 수도권의 인구 비율을 47.5%로 조절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입니다.

 수도권에서도 특히 서울에 대한 규제가 강합니다. 정부는 수도권을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으로 다시 구분합니다. 서울은 과밀억제권역에 해당하는데 이 권역에 대한 규제가 가장 세요. 이 때문에 서울에서는 대학교를 더 세울 수 없습니다. 인구 집중을 일으킨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대학교가 서울에 하나 더 생기면 학생들이 더욱 서울로 몰리고, 가뜩이나 부족한 기숙사·하숙집·자취방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또 공장 면적도 더 이상 늘릴 수가 없습니다. 시청이나 구청 건물을 넓힐 때도 인구 집중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지 심의를 받은 뒤 이를 통과해야 공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의정부·구리·하남·고양·수원·성남·안양·부천·광명·과천·의왕·군포시도 서울과 같은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돼 강한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성장관리권역으로 지정된 동두천·안산·오산·평택·파주·연천·포천·양주·김포·화성시는 이보다 덜한 규제를 받습니다. 이곳에서도 대학 설립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정원 100명이 안 되는 소규모 대학은 ‘인구가 몰리는 부작용보다 교육과 학문 발전을 위한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심의 과정에서 인정받으면 세울 수 있어요. 공장도 지역 주민의 소득 향상을 위해 세워야 한다는 목적이 인정되면 공업지역을 새로 넓히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천·가평·양평·여주·광주시는 자연보전권역입니다. 이곳에서는 공장을 지으려고 해도 넓이가 3만㎡를 넘을 수 없습니다. 관광지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로 3만㎡보다 더 넓게 지으면 불법입니다. 서울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높은 건물을 지으려 해도 건물 면적이 2만5000㎡를 넘지 않게 지어야 합니다. 건물을 세우려는 사람은 되도록 높고 넓게 지어 많은 임대료를 받으려 하는데, 이 지역에서는 규제를 받는 겁니다. 또 학교나 공공청사도 원칙적으로 건축이 금지됩니다.

“수도권 투자 막으니 외국행 역효과”

 이 같은 규제 때문에 경기도나 기업은 불만이 많습니다. 사람이 많은 수도권에 공장도 짓고 건물도 세워야 직원을 구하기도 쉽고, 건물에 입주해 임대료를 낼 회사들도 많아지는데 제한을 받기 때문이죠. 그래서 수도권 규제가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비판도 많이 나와요. 수도권 규제의 본래 취지는 수도권에 몰릴 투자가 지방으로 옮겨가서 전국이 균형적으로 발전하게 되길 바라는 건데요, 이 투자 자금이 외국으로 떠난다는 게 대표적인 지적입니다. 실제 2012년 국내 설비투자 규모는 2006년보다 36.4% 증가했는데요.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에 투자한 돈은 2006년(118억 달러)과 비교했을 때 2012년(231억6000만 달러)엔 두 배로 늘어난 겁니다. 수도권 규제 폐지론자들은 이를 근거로 “수도권에서 막힌 투자는 지방으로 가지 않고 외국으로 가기 때문에 수도권 규제는 역효과만 있다”고 주장합니다.

 틴틴 여러분이 보는 것처럼 정부는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어요. 그런데 유독 수도권 규제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수도권 규제를 풀겠다고 하면 지방 주민들이 “수도권으로 사람과 돈이 몰린다”며 반발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반발은 곧 선거에서 표로 연결되기 때문에 6월에 있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더욱 말을 아끼는 분위기입니다.

 정부가 정책을 펼 땐 효율성과 형평성이라는 두 가치가 부딪치는 일이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수도권 규제인데요. 이 규제를 아직 남겨뒀다는 건 이 분야에선 형평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이죠. 이 같은 결정은 어떤 정치 권력이 정권을 잡느냐, 사회 여론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번 정부 임기는 2017년까지인데요, 수도권 규제에 대해 이 정부가 어떤 최종 결정을 내릴지 틴틴 여러분이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공부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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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