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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문짝 바꾼 차도 중고차 시장에선 '무사고'라네요

서울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 모습. 손품과 발품을 팔아야 중고차를 제대로 살 수 있다. [중앙포토]
자동차 2000만 대 시대가 코앞이다. 하반기엔 문턱을 넘을 것이란 게 국토교통부 전망이다. ‘1세대 1자동차’(3월 말 세대 수 2052만)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중고차 시장은 ‘운7 기3’이 통하는 시장이다. ‘혹시 속진 않을까’ ‘비싸게 사진 않을까’…. 걱정이 꼬리를 문다. 연간 중고차 거래(338만 대)가 신차 판매(155만 대)의 두 배가 넘는데 말이다. 지난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중고차 불만 상담은 8867건에 이른다. 복불복 이라는 중고차 시장으로 달려갔다. 자동차를 잘 모르는 기자가 부딪쳤다. 제대로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아봤다.

“싸고 쓸 만하다”는 말에 덥석 시작
한 사이트서 등급별 옵션 비교 불가능


‘외제차와 국산차, 큰 차와 작은 차.’

 어느 방송에서 나와 화제가 됐던 ‘여자들이 차를 구분하는 법’이다. 부끄럽지만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운전면허를 따고 그저 마트와 집을 오갈 줄만 알았다. 최근 내 귀를 솔깃하게 한 것이 중고차였다. “잘 사면 값도 저렴하고 쓸 만하다더라”는 지인의 말에 덥석 도전해보기로 했다. 마침 두 아이들도 바깥나들이를 할 때가 됐다. 지방에 가게 된 남편 대신 운전대를 잡아야 할 상황이 된 것도 중고차 도전의 계기가 됐다. 하여 전문가들이 제시한 몇 가지 권고사항만 읽어 보고 따라 해봤다.

 일단 노트북을 켰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중고차’를 입력. 여기까진 식은 죽 먹기다. 검색 결과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중고차 거래 사이트가 너무 많다. 첫 번째 관문인 ‘믿을 만한 사이트 찾기’부터가 쉽지 않다. 사고 싶은 차량과 예산에 맞는 차를 골라야 하는데 이것도 어렵다. 아이들을 태워야 하니 안전해야 하고, 트렁크와 실내공간도 어느 정도 돼야 했다. 일단 가족용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탄다는 YF 쏘나타를 선택했다.

 이럴 수가. 차종만 선택하면 될 줄 알았더니 등급이 37개가 나온다. 등급별 어떤 ‘옵션’이 있는지 한 사이트에서 비교해 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불편을 못 참고 다른 사이트로 다시 이동했다. 이곳에선 ‘인기순’ 검색이 된다. 가장 인기가 많다는 ‘Y20 프리미어’ 등급을 일단 선택했다. 시세를 알아야 하는데 ‘시세보기’가 되는 사이트는 별로 없었다. 시세는 매물을 들여다보면서 찬찬히 알아보기로 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사진과 차량성능점검 기록부, 사고이력조회 삼박자가 갖춰져야 믿을 만하다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클릭과 검색을 계속했다. 대절망이다. 이 셋을 모두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곳이 거의 없다. A 사이트는 사고이력조회를 해보려면 복잡한 회원가입을 거쳐야 했다. 2시간여의 검색 끝에 결국 선택한 것은 한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중고차 사이트였다. 내가 원하는 쏘나타 매물은 10개. 수첩에 차번호와 함께 ‘딜러’의 전화번호를 적었다.

딜러와의 만남, 속지 말자 다짐 또 다짐
볼트 교체 안 했고 보험 전력 없으니 무사고


다음 날 오전 딜러에게 전화를 걸었다. 매장 방문 전 다시 한 번 차량 확인법을 숙지했다. ‘절대로 속지 말자’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말자’. 몇 번을 다짐했다. 마침내 중고차 거래 영업점 도착. 딜러가 반갑게 웃으며 나왔다. 내가 찾던 차량으로 안내를 한 뒤 번호판을 확인시켜 준다. 허위 매물이 아닌 게 반가웠다. 안도하는데 딜러가 덥석 열쇠를 건넨다. “먼저 타보라”는 거다.

 크게 당황했다. 보닛을 열어보고 엔진룸을 확인하고…. 이런 것들이 머릿속에서 달아났다. 우물쭈물하다 겨우 운전석에 앉았다. 시동을 걸고 백미러를 확인했다. 바닥이나 시트는 깨끗하게 청소가 돼 있었다. 담배 냄새는 안 난다. 더 이상 뭘 봐야 할지 모르겠다. 용기를 냈다.

 “보닛을 열어봐 주시면 안 될까요?”

 딜러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사고차량이면 볼트가 교체돼 있는데, 이 차는 볼트의 도색 부분이 그대로란 설명을 했다. 전문가들은 엔진룸을 보라고 했는데, 까막눈이라 사실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잘 모르겠다”는 말을 연신 내뱉자 이번엔 시승을 하자고 했다. 두려운 마음에 운전은 딜러에게 맡겼다. 내비게이션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음성인식 기능은 되는지를 지켜봤다. 10여 분 시승을 하고 다시 매장에 돌아왔다. 딜러는 휴대전화로 보험개발원 ‘카히스토리’ 앱을 통해 보험처리 내역이 ‘0원’인 걸 보여줬다. 사무실로 들어가니 차량원부와 사고이력조회서류, 차량성능점검 기록부를 들고 나왔다. 그는 “이 차는 매물로 나온 지 얼마 안 됐다”며 “당장 10만원만 입금하면 차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차 값은 1530만원. 이전비와 수수료를 포함하면 1660만원인데 딜러는 ‘20만원 에누리’를 제시했다.


전문가에게 보여주자 “운이 좋군요”
차량 원부 소유자 변경 꼭 살피길


‘끓어오르는’ 구매욕구를 눌렀다. 딜러와 헤어진 뒤 SK엔카에 전화를 걸어 내가 돌아봤던 중고차 구입 동선을 돌아보기로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SK엔카 직영점에서 최영민 판매팀 대리를 만났다. 최 대리는 차량검색을 해본 뒤 내게 “운이 좋았다”고 했다. 비교적 ‘정직한’ 딜러를 만났다는 것이었다.

 최 대리는 “서류에 ‘무사고’라고 표기가 돼 있더라도 보험처리 내역을 꼼꼼히 확인해 진위를 가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차의 ‘뼈대’에 해당하는 프레임이 망가지지 않는 한 사고로 치지 않기 때문이다. 문을 교환하거나 범퍼를 바꾸고 판금 도장을 새로 해도 ‘사고’로 표기가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처리 내역을 살펴 실제로 사고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보험처리 내역에 ‘부품 교체’ 부분은 0원인데 비용이 발생했다면, 사고 난 뒤 보험사로부터 현금으로 받고 직접 수리점을 찾아 부품을 교체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최 대리는 “사고이력조회는 참고용일 뿐 차량 원부를 확인해 소유자 변경 횟수, 대여 용도로 쓰였는지 여부를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손품’을 팔아 자세히 차량을 알아본 뒤 직접 찾아다니며 물건을 확인하는 ‘발품’을 팔아야만 좋은 중고차를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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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