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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그 불완전한 파편

뮌, 오디토리엄(Auditorium), 캐비넷·오브제·조명·모터, 700×500×320㎝, 2014년. [사진 코리아나 미술관]

16세기 이탈리아 철학자 길리오 카밀로가 고안한 ‘기억극장’은 온갖 지식이 축적된 미니 박물관이었다. 두 사람이 들어갈 정도 크기의 기억극장 속에 들어갈 수 있는 건 특권을 가진 소수 뿐이었다. 미디어 아티스트 듀오 뮌(김민선·최문선)은 21세기판 기억극장을 만들었다. 독일서 활동하다 2006년 귀국한 42세 동갑내기 부부 작가가 국내에서 처음 여는 개인전인 ‘뮌-기억극장’전엔 영상설치·사진 등 11점을 전시한다. 집단·군중·기억·극장 등 그간 천착해 온 테마를 전시장에 효과적으로 구현했다.

 주목을 끄는 신작은 ‘오디토리엄’이다. 다섯 개의 책장이 반원형의 극장 구조를 이루는 설치작품이다. 어두운 지하 전시장에서 빛과 그림자를 만들며 누군가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환상 체험을 선사한다. 축구하는 소년, 자유의 여신상, 빈 의자, 기념촬영 중인 사람들, 대관람차 등의 그림자 이미지가 흐르듯 이어진다. 작가는 책장의 뒷면까지 감춤 없이 보여주는데, 이 ‘기억의 날것’들은 모터로 돌아가는 조각 이미지의 흐름이다. 이 맥락없는 파편이 우리의 불완전하고 왜곡된 기억을 이루고 있다는 메시지다.

번화가의 목 좋은 곳을 차지했다가 이제는 애물단지가 된 기념조각상에 주목한 영상 ‘동상’도 볼거리다.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서 있는 ‘뮤지컬의 아버지’ 조지 코헨(1878∼1942) 동상은 명멸하는 전광판에 묻혀 존재감이 없다. 영상은 이 조각의 뒷모습을 비추는데, 시시각각 변하는 전광판, 바삐 지나가는 행인 틈에서 조각상은 어깨를 들썩이며 숨쉬고 있다. “문화적 기억(동상)이 망각되는 과정을 담았다”는 게 작가의 설명.

 뮌은 독일 쾰른 미디어 예술대학과 뒤셀도르프 미술대학에서 수학한 뒤 독일 쿤스트 페어라인 코스펠트의 개인전, ZKM 그룹전 등에 참여했다. 2009년 송은미술대상, 2005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정부에서 주는 젊은 미디어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 언주로 코리아나 미술관에서 5월 31일까지. 성인 3000원. 02-547-9177.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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