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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 급회전 땐 원심력 2.6배 … "화물 무너졌을 것"

세월호가 인천항을 떠나기 직전인 지난 15일 오후 5시 배 안에 25t 트레일러 차량과 컨테이너가 실린 모습. 트레일러 주인 양인석(48)씨는 “트레일러는 쇠사슬 로 묶여 있었으나 컨테이너들은 어땠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씨는 사고 직후인 16일 오전 10시10분 해경 헬기에 구조됐다. [사진 양인석]

“16일 오후 8시45분 476명 승객과 승무원, 승용차와 화물차 180여 대, 컨테이너 등 화물 1157t을 실은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孟骨水道)에 진입했다. 조류가 빠르고 섬 사이 뱃길이 좁은 데다 마치 도로가 굽은 것처럼 항로 자체가 굽어 노련한 선장·항해사가 지휘해야 하는 곳이었다. 이 물길을 세월호는 최고속도(21노트·시속 39㎞)에 가까운 19노트(시속 35㎞)로 달렸다. 오전 8시48분 배를 몰던 경력 1년의 박모(25·여·구속) 3등 항해사가 ‘항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어라’라고 지시했다. 조타수 조모(55)씨가 조타장치(자동차의 운전대에 해당)를 돌리는 순간 배가 확 기울어졌다. 그 뒤는 통제불능이 됐다….”

 세월호 침몰사건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20일까지 밝혀낸 사고 전모다. 뱃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꺾어야 하는 지점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우회전한 게 문제였다. 과속 차량이 커브를 돌다 뒤집어지는 것과 비슷한 일이 세월호에서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는 배가 잘 침몰하지 않는다. ‘복원력’이 있어 기우뚱했다가도 제자리를 잡는다. 그러나 세월호는 끝내 침몰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문가들은 과속으로 급커브를 트는 순간 과도한 원심력 때문에 쌓아놓은 화물이 무너져 배 벽을 때리면서 구멍이 났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해양대 배병덕(선박운항과) 교수는 “맹골수도는 인천~제주 항로 가운데 일종의 급커브를 틀어야 하는 구간”이라며 “세월호 정도의 선박이 이상 없이 회전하려면 12노트(시속 22㎞) 정도로 달리며 우회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는 이보다 1.6배 빨리 달리며 선회했다. 이때 화물에 작용하는 원심력은 속도의 제곱, 그러니까 약 2.6배가 된다. 컨테이너를 묶어놓은 밧줄이 견디기 힘든 정도의 원심력이 작용했을 수 있다. “컨테이너를 튼튼한 쇠줄이 아니라 일반 밧줄로 묶어놨다”는 승무원 증언도 있다.

 무너진 컨테이너는 강한 힘으로 배 벽을 때린다. 또 차와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며 배가 완전히 균형을 잃게 된다. 한국해양대 김길수(해사수송과학) 교수는 “만일 화물이 배 벽을 때리는 바람에 구멍까지 뚫렸다면 완전히 회복 불능의 상태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급커브를 돌기 전 조타장치가 고장 났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타수 조씨가 세월호 침몰사건 검·경 합동수사본부에서 “내가 조타장치를 돌린 것보다 배가 더 돌아갔다”고 한 게 근거다. 배의 조타장치는 35도까지 돌아간다. 그런데 세월호는 거의 90도로 방향을 꺾었다. 조타장치에 대한 고장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세월호 조타장치는 최근에도 고장을 일으켜 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의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에 문제가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세월호의 전직 선원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항에 정박해 있다가 갑자기 15도 정도 기우뚱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합수본부는 세월호가 급선회하는 바람에 크게 기우뚱한 뒤 이 같은 장비 문제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결국 기울어 침몰한 것 아닌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세월호는 첫 급선회 때문에 엔진에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급선회 뒤 평균 시속 6㎞로 남서쪽으로 약 400m를 떠내려갔다. 속도가 크게 느려졌다. 그러다 오전 8시52분 갑자기 북쪽으로 방향을 바꿔 1.6㎞를 천천히 표류했다. 이렇게 두 번째 방향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뚜렷한 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조타장치가 고장 난 상태에서 선원이 일부러 배 방향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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