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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준의 줌마저씨 敎육 공感] 단원고 참사,무신경이 유죄다

강홍준
논설위원
안산 단원고는 지난 3년간 똑같은 여행사와 계약해 제주도 뱃길 수학여행 프로그램을 되풀이했다. 학생들이 제주도에 가서 머문 숙소도 똑같았다. 3년 동안 학생들이 느낀 수학여행 만족도 평균은 57%. 그런데도 수학여행은 계속됐다. 올해 역시 똑같은 여행사에 똑같은 프로그램에, 숙소까지도.



 세월호 대참사의 주된 원인은 수학여행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그러니 차라리 안 갔으면 사고가 안 났을 텐데, 배를 타지 말고 비행기를 탔으면 참사는 피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가정에서 가정으로 이어지는 거듭된 물음은 무의미하다. 교육부는 때마침 오늘 17개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을 불러 수학여행에 관한 지침을 내놓을 것이다. 공무원들이 늘 그래왔듯 지침은 시·도교육청과 학교를 타고 전파된다. 수학여행 길에 사고가 나면 수학여행 금지하고, 오리엔테이션 갔다가 지붕 무너지니 오리엔테이션 금지하고, 해병대 캠프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하는 단세포 행정이 발휘될 것이다.



 학부모들에게 성급하게 “전원 구조”라는 문자를 돌린 것 외에 학교가 비판받아야 할 게 있다면 무신경이라고 말하고 싶다. 고2는 수학여행을 보내야 하니 업체들을 불러 입찰을 하고, 한 곳을 정한 뒤 아이들을 보내고, 또 때 되면 다시 수학여행 보내고…. 아이들이 수학여행이란 계기를 통해 무엇을 느끼게 할지, 배우게 할지에 대한 고민은 관심 밖이다. 만족도 50%짜리 설문조사는 왜 매년 반복하는지. 학교는 정작 여행을 가는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관심이 없다면 도대체 무엇에 관심이 있는 걸까.



 희생당한 학생 빈소에서 유가족들에게 거친 응대를 받은 것 외에 교육부 장관이 욕먹어야 할 게 있다면 그 또한 무신경이라고 알려주고 싶다. 지난해 7월 말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로 학생 5명이 숨졌을 때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그때도 빈소에 찾아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사설 해병대 캠프를 운영했던 K여행사는 여전히 학교를 상대로 단체 수학여행 상품을 팔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은 이제 와서 개별 학교가 어느 업체랑 계약하는지 어떻게 아느냐는 식으로 입을 싹 씻는다.



 교육부는 교육청 위에, 교육청은 학교 위에, 다시 학교는 학생 위에 있다. 위는 아래에 무신경하다. 아래의 자율과 자치는 찾아볼 수 없는, 그래서 자발적 창의가 발휘될 여지도 없는 숨 막히는 체제다. 수학여행을 폐지하든 어쩌든 좀 물어봐라. 여행을 가야 할 학생과 교사에게 직접 말이다.



강홍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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