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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정몽준과 김황식이 들은 서울의 신음소리

전영기
논설위원
‘자기 일만 생각하는 사람은 비관론자가 되고 남의 일을 생각하는 사람은 낙관론자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인은 자기를 위해 남의 일을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남의 표를 얻어야 자기 자리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정치인은 남의 일을 생각하는 낙관론자일까요, 자기 일만 생각하는 비관론자일까요.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전에 나선 정몽준·김황식 두 사람은 지금 선거운동을 쉬고 있습니다. 국민애도 기간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죠. 두 사람이 이 기간 중 잊지 않고 숙성시켰으면 하는 얘기를 할까 합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6일 장애인 서비스 기관인 가양동의 기쁜우리복지관(관장 윤상인)을 찾았습니다. 서울 거리에서 휠체어를 타고 움직이는 사람들을 좀처럼 발견할 수 없는 건 그만큼 장애인이 없기 때문일까요. 아니죠. 신체적 장애건 정신적 장애건 그들을 배려하는 거리의 인프라, 마음의 인프라가 부족해 세상에 나오길 꺼리기 때문입니다. 장애를 돌보는 데 인색한 도시가 행복한 도시가 될 순 없습니다. 특히 정신적·지적 장애는 신체적 장애에 비해 변변한 이익단체 하나 없습니다.



 김 전 총리는 복지관 카페에서 지적 장애인 어머니들과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어머니 1=저는 아이를 독립문 집에서 여기까지 데려다주고 간다. 집 주위엔 이런 시설이 없다. 복지관에 신청하면 5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자리가 부족하다.



 ▶어머니 2=우리 아이는 자폐다. 폭력성이 있어서 시설은 물론 정신병원도 받아주지 않으려 한다. 맡길 곳도 없고 교육시킬 곳도 없다. 사실 저는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너무 힘들어 자살할까도 생각했다.



 ▶김 전 총리=그래도 어머니가 힘을 내야 한다.



 ▶어머니 1=우리 정신장애아 엄마들은 눈을 감고 죽을 수가 없다. 오죽하면 자식이 우리보다 먼저 죽길 바라겠는가. 외국의 사례를 보면 장애 돌봄을 국가·사회의 문제로 다루던데. 우리나라는 너무 엄마의 문제로만 생각해서….



 자폐아 문제는 그 부모의 문제이자 공동체 전체의 문제입니다. 서울이 자살률 1위, 자살 권하는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전해야 할 과제입니다.



 정몽준 의원은 지난 10일 미혼모 지원시설인 대신동의 애란원(원장 한상순)을 방문했습니다. 부인 김영명씨와 함께 찾았습니다. 정 의원 부부는 미혼모들에게서 아이를 스스로 키우겠다는 집념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미혼모에게 지급되는 양육수당이 매달 7만원인 반면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가정에는 15만원이 지원되고 있습니다. 고아원 같은 시설로 보내면 100만원이 지원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미혼모에게서 아이를 뺏는 사회입니다. 미혼 임신모 100명 중 96명이 낙태를, 아이를 낳은 4명 가운데 3명이 입양을 선택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미혼모 1=나는 결혼이 무산되고 30대에 아이를 낳았다. 동생, 교회, 지인, 시설의 도움으로 아이를 3살까지 키웠다. 네일아트, 바리스타를 했다. 끝까지 키워보겠다는 마음이다. 저출산 시대에 미혼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자기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안 된다.



 ▶미혼모 2=집에서 지원받지 못하는 미혼모가 대부분이다. 집도 없고 모아둔 돈도 없이 아이를 양육한다. 돈을 좀 벌려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10시간 이상 맡겨야 하는데 아이가 정서적으로 불안해진다. ‘엄마 혼자 키운 자식이니 저렇지’ 하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하려고 발버둥친다.



 ▶정 의원=전 세계 어디에도 아이 버릴수록 지원금을 많이 받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 서울시 복지예산이 7조원이다. 알고선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미혼모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일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이기도 합니다. 김 전 총리와 정 의원이 잠시 마주친 장면들은 자살률 1위, 저출산율 1위인 서울의 근원적인 문제와 연결돼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노려보면서 상대 약점 들추기에 골몰하는 건 구식 선거운동입니다. 그보다 자기가 발견한 문제의 근원성을 파고드는 ‘이타적 근성’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그게 진짜 정치 아니겠습니까.



전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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