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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침몰한 정부는 누가 구할까

이철호
수석논설위원
지난 엿새간 우리 마음은 온통 진도 앞 맹골수도를 향했다. 야속하게 짧은 정조 시간, 혹시 비가 오지 않는지, 바람은 얼마나 센지 마음을 졸였다. 실낱같은 기적이 일어나길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어제 오후 차례차례 인양되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시신을 보며 우리는 넋을 놓았다. 이 잔인한 4월, 어른들의 배신으로 차가운 주검이 된 열일곱 살의 생명들….

 어제는 부활절이었다. 보름 뒤는 사월초파일이다. 우리는 숨진 학생들에게 이 야만적인 땅에 다시 태어나라고 할 자신이 없다. 차라리 삼국유사의 『원효대사와 사복(蛇福) 이야기』에서 빌려온 소설가 김훈의 26년 전 조사(弔詞)가 가슴에 와 닿는다. “가거라, 그리고 다시는 생사를 거듭하지 말아라. 인간으로도 축생으로도 다시는 삶을 받지 말아라. 썩어서 공(空)이 되거라. 네가 간 그곳은 어떠냐…누런 해가 돋고 흰 달이 뜨더냐.”

 물론 우리는 마지막 생존자가 확인될 때까지 희망을 놓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해진 사실은 세월호와 함께 정부도 완벽히 침몰했다는 것이다. 한때 아무리 큰 사건도 공무원들이 정보를 통제하고 “정부를 믿어달라”고 하면 그뿐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세월호가 가라앉는 장면은 온종일 TV 화면에 생중계됐다. 생존자의 스마트폰에 촬영된, 침몰 직전 “움직이지 말라”는 선내 방송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앉아 있는 학생들의 모습도 공개됐다.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와 선실 속의 기괴한 고요함, 그 끔찍한 대비가 소름 돋는다.

 공무원들은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요즘 사회 현안을 가장 빨리 접하고,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쪽은 가정주부들이다. 실시간으로 종편TV를 지켜보며, 그 느낌을 여과 없이 SNS에 올린다. 이제 수많은 도장과 결재를 받는 방식으론 IT시대의 여론 전파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지 못한다. 매번 뒷북을 치던 대책본부도 “우리 역시 방송 화면을 보며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고백했다. 어제 맹골수로엔 민·관 역전의 상징적 풍경이 펼쳐졌다. 민간의 저인망 쌍끌이 어선들이 사고 해역을 둘러싸 시신 유실을 막았고, 군 조명탄보다 100배나 밝은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의 집어등이 맹골수로를 환히 밝혔다. 사고 선박에 진입해 맨 처음 시신을 수습한 주인공도 해경·해군이 아니라 첨단 장비를 갖춘 민간 잠수요원들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폭발 직전이다. 모 식품회사는 현지에 ‘통닭구이’를 위문품으로 보냈다가 망신당했다. SNS에 “지금 통닭 뜯어 먹을 심정이겠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창 구조가 진행 중인데 한 라디오 방송은 영화 ‘타이타닉’ 주제가를 내보냈다가 “아직 추모곡 틀 때가 아니다”는 뭇매를 맞았다. 군(軍)에 대한 불만도 예사롭지 않다. 한 민간회사는 전 세계에 특수예인선 5척을 긴급 수배해 8000t짜리 해상 크레인을 사고 해역에 급파했다. 하지만 1년7개월 전에 진수된 1590억원짜리 해군 통영함은 도크에 묶여 무용지물이 됐다. 전력화 과정의 문제로 바다 밑 3000m까지 수중 탐색을 한다는 무인로봇은 힘조차 한 번 쓰지 못했다.

 우리 사회는 세월호를 무려 162년 전의 영국 버큰헤드호 사고와 비교하며 가슴을 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물살이 세고 상어가 득실대는 희망봉 앞바다. 좌초된 버큰헤드호의 함장은 부족한 구명정에 부녀자부터 태운 뒤 “차렷!” 구령과 함께 일렬로 늘어선 병사들과 장렬한 최후를 맞았다. 이런 선명한 대비 때문일까, 이미 우리 공동체는 확실하게 실종자 가족 편에 서 있다. 그나마 이미지가 좋던 여성가족부 장관이 학생 빈소를 찾았다가 쫓겨났다. 수행원이 유족들에게 “장관님 오십니다”고 알린 교육부 장관은 사회적 분노를 샀다.

 진도체육관에서 무릎 꿇을 쪽은 최후까지 아이들을 지키려던 단원고 교사들이 아닌 듯싶다. 어제 국무총리는 “세월호 공식 브리핑에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키겠다”고 했다. 정부가 침몰했다는 공식 선언이나 다름없다. 사고 수습의 가닥이 잡히는 대로 내각 총사퇴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철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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