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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납품비리' 대우조선 … 임원 전원 사표는 눈속임

지난해 10월 협력업체 납품 비리로 ‘전원 사표’를 냈던 대우조선해양 임원 59명이 대부분 유임 또는 승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책성 인사는 단 한 명에 그쳤다. 대대적인 경영 쇄신책을 내놓았다가 여론이 잠잠해지자 6개월 만에 유야무야 돼 당시 일괄 사직이 ‘이벤트’가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지가 20일 대우조선해양 및 자회사 10여 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협력업체 납품 비리, 그리고 6개월
59명 중 문책성 퇴임 1명뿐
대부분 유임하거나 승진
감독 책임 대주주 산업은행
낙하산 인사 내려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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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가을 대우조선은 임직원 20여 명이 협력업체로부터 수년간 30억원대 금품을 받은 것이 밝혀지면서 ‘수퍼 갑(甲)질’ 논란에 휩싸였다. 여론이 악화되자 10월 24일 상무급 이상 임원 59명 전원이 고재호(59) 사장에게 사표를 제출하는 고강도 처방전을 내놨다. 대우조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퇴직한 임원은 모두 10명이다. “전체의 6분의 1가량이 옷을 벗어 충격이 컸다”는 게 회사 측 얘기다.



 하지만 속 사정은 다르다. 사표가 수리됐다고 밝힌 정모(56)·이모(57) 전 상무는 수사를 받는 장본인으로 애초부터 파면 대상이었다. 이들은 권고사직 처리됐고 퇴직금을 전액 받아갔다. 류모(58) 전 부사장은 지난 2월 신한기계 대표이사에, 정모(60) 전 부사장 역시 삼우중공업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고모(59) 전 상무는 디섹 전무로, 이모(59) 전 전무는 신한기계 부사장으로 옮겼다. 신한기계와 삼우중공업·디섹은 모두 대우조선 자회사다. 강모(53) 전 상무도 촉탁직으로 근무 중이다. 한모(59)·김모(59) 전 전무는 정년퇴임했다. 이 회사는 전무급의 경우 만 58세까지 정년을 보장해주는 ‘임원 정년제’를 시행하고 있다. 모든 임원에 대해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지만 재취업과 정년퇴임 등을 빼면 이모(57) 전 조달부문장(전무)만 지휘 책임을 지고 물러났을 뿐이다.



 올 초에는 신규 선임 8명을 포함해 13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했다. 명단은 언론 등에 발표하지 않고 사업보고서를 통해서만 공개했다. 이 회사에서 한 해 퇴진되는 임원이 5명 안팎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예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조차 미봉책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익명을 원한 간부 A씨는 “인사 폭이 클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반대여서 뒷말이 많았다”며 “지금은 함구령이 내려진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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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에선 2000년 이후 거의 매해 비리 사건이 터졌다. 전임 대표의 연임 로비 의혹이나 고졸 사원 채용 때 뒷돈 수수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단체급식(웰리브), 골프장(에프엘씨) 등 42개로 계열사를 확장하면서 오히려 모회사 임원이 자회사로 이동하는 일이 늘어났다. 여기에다 전직 제독·국가정보원 간부 등을 상근고문으로 위촉해 억대 연봉과 사무실·자동차·법인카드 등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경쟁 업체에는 없는 제도다.



 대주주로서 감독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은 단 한 차례도 감사를 한 적이 없다. 자기 사람을 임원으로 내보내는 관행도 여전하다. 지난달에도 산은 출신의 조학제씨가 디섹 감사에 선임됐다. 산은 측은 “법적으로 자회사에 해당되지 않아 (대우조선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어렵다”며 “조만간 은행장과 대표이사 간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경영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동국대 성상현(인사조직학) 교수는 “언제 매각될지 모르는 ‘주인 없는 회사’에서 나타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라며 “책임 리더십이 실종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기득권을 가진 임원들의 밥그릇 챙기기 때문에 회사는 조직 혁신의 기회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그런 사이 수익성은 뒷걸음질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0년 이후 4년 새 매출은 조금씩 늘었지만 1조1985억원이던 영업이익은 3분의 1로 줄었다.



 이 같은 인사 조치에 대해 대우조선 측은 “재신임을 묻는 과정에서 (선임 임원들이)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준 것”이라고 밝혔다. 퇴직 이후 자회사 임원으로 옮긴 것에 대해선 “비리와 직접 관계없는 인사들로, 30년 이상 조선업계에서 근무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존하고 경쟁사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이상재 기자



◆대우조선해양=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산업은행 등이 공적자금 2조9000억원을 출자 전환해 대주주로 있다. 선박부품회사 신한기계(2007년)·삼우중공업(2010년), 건설회사 대우조선해양건설(2005년), 단체급식·호텔·레저업체 웰리브(2005년), 골프장 운영회사 에프엘씨(2011년), 대한조선(2011년) 등을 인수하거나 설립·위탁 경영해 계열사가 42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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