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허공에서 춤추고 멋도 부리는 재미 롱보드는 별난 맛

1 스티브J&요니P 부부가 롱보드 연습을 위해 즐겨 찾는 한강 둔치 반포지구. 보드를 허공에 던졌다 다시 타는 트릭과 판 위에서 스텝을 밟고 손동작은 하는 댄싱을 보여 줬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컬렉션이 끝나면 뭘 할까. “다음 컬렉션을 준비한다”라는 정답이 있겠지만 실체는 좀 다르다. 일단 한 달 정도는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패션 디자이너 스티브J&요니P 부부

그런데 스티브J&요니P(정혁서·배승연) 부부는 취미 생활로 스케줄이 꽉 차 있다. 바로 롱보드다. 스케이드 보드나 크루저 보드와 모양은 흡사하지만 판(데크)이 더 널찍하고 긴 형태(너비 22㎝, 길이 114~127㎝)의 익스트림 스포츠. 특히 가장 보편적인 ‘댄싱&프리스타일’ 롱보드의 경우 판 위에서 스텝을 밟고, 보드를 던졌다 다시 타는 현란한 동작이 가능하다.

우연히 롱보드에 입문한 이들은 그 재미에 빠져 지난해엔 롱보드 매장을 열더니, 3월엔 국제대회에 나가 입상까지 했다. 롱보드를 컨셉트로 삼아 올 봄·여름 컬렉션 의상을 디자인한 데다, 피날레 무대에 아예 롱보드를 타고 나오기도 했다. “왜?”라고 질문하자 그들은 “할 말이 아주 많다”고 했다.

2 함께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취미까지 늘 함께 하는 두 사람이다.
국제대회 처음 나가 3위 입상
서핑 때문이었다. 파도를 타는 서핑에 조금 맛을 들였던 2012년 10월, 여름이 아니면 연습할 기회가 거의 없던 차에 롱보드를 타 보라는 권유를 들었다. 판을 타며 중심 잡는 방법이 비슷하다는 얘기에 귀가 팔랑거렸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거의 생소했던지라 일단 동호회(롱보드코리아)에 들어 방법을 익혔다. 유튜브에 올려진 동영상도 교과서가 됐다.

어라, 그런데 뭔가 느낌이 왔다. 서핑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배씨는 “바람을 맞으며 허공에서 춤을 추는 듯 자유로움이 느껴졌다”고 묘사했다. 기술 하나를 익히면 다음 단계가 욕심 나니 타고 또 탔다. 주말엔 아침부터 저녁까지 판 위에서 살았다. 해외에 나갈 때도 들고 나갔다.

특히 정씨는 ‘재능’이 엿보였다고 했다. 자화자찬이 쑥스러운 남편을 대신해 배씨가 나섰다. “6개월 만에 거의 고수급이 됐더라고요. 대학 때 춤춘 경력도 있고, 또 워낙 스노보드니 뭐니 ‘판때기’ 종목을 잘했으니까요.” 국내 대회에서 2년 연속 1등을 하자 주변에서는 국제대회에 나가보라고 했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열리는 유러피언 롱보드 챔피언십이었다.

‘한번 해보자’는 심산으로 장난처럼 응모했는데 막상 장난이 아니었다. 4분여간 보여줄 프로그램을 위해 한 달 넘게 준비했다. 난이도별 기술을 배치하고 음악과 의상을 골랐다. “소치 올림픽에 나가는 김연아 선수 같은 심정”이었다.

대회에 나가 보니 더 긴장이 됐다. 40여 명의 라이더 중 아시아 참가자로는 유일. 역대에서도 처음이었다. 그런데 웬걸, ‘비지원 부문(non-sponsored)’에서 3등을 했다. 상을 받고 나자 해외 업체에서 아예 지원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본업’을 이유로 정중히 거절했지만 둘은 “기적같이 황당한 일”이었다며 흐뭇해했다.

3 이들이 서울 한남동에 문 연 ‘스타일 보드샵’. 네덜란드 심플보드, 독일 바슬, 미국 롱보드래리 등 유명 수제 롱보드를 판매한다.
롱보드 동호회 만들어 동영상 제작도
대회에 나가 놀란 건 또 하나 있었다. 정씨를 알아보는 해외 참가자가 많았다는 것. 실제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유튜브 동영상에서 그를 보고는 아는 척을 했단다.

동영상은 부부가 ‘스타일 보드샵’이라는 롱보드 매장을 내면서 벌인 프로젝트였다. 배씨는 ‘스타일 보드샵’을 구단에 비유했다. “롱보드를 파는 것만이 아니라 문화를 만들고 싶었던 거였어요. 그래서 잘 타는 친구들을 골라 소속 라이더도 뽑고 함께 활동하고 있죠.” 둘은 라이더들이 주로 모이는 상암월드컵 경기장 주변, 한강 둔치 등을 다니며 몇몇 ‘선수’들을 찍고 영입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라이딩 필름’을 찍었다. 동영상으로 롱보드를 배울 초보들을 위한 교육용 교재였다.

“그냥은 재미없으니까 스토리를 만들어 영화처럼 찍었어요. 해외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기생의 가야금을 뺏은 도적과 이를 쫓는 호위무사의 이야기였죠. 한복 빌리고 분장도 직접 하고…. 찍을 땐 뭐 하는 짓인가 싶었는데 반응이 좋으니 자꾸 욕심이 나더라고요.”

배씨는 그러면서 야심 찬 계획을 귀띔했다. 26일 한강 여의나루 둔치에서 소속 라이더들과 무대를 만들고, 새로운 선수도 뽑는 행사를 벌이는 것. 그리고 다음 달 이들과 제주도로 떠나 새로운 필름을 만들 예정이다. “이번엔 제대로 한번 찍어보려고요. 영상이 좋아야 타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거든요.”

가족 단위 늘고 60대 라이더도 생겨
부부가 롱보드를 ‘전도’한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일단 직원들이 하나 둘씩 출퇴근용으로 타고 다니기 시작하더니, 런웨이에 섰던 패션 모델들 사이에서도 배우겠다는 이들이 생겨났다. 친구인 배우 이천희는 아예 직접 롱보드 브랜드를 만들기까지 했다. 가수 손담비, 배우 이청아도 롱보드 매니어가 됐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2년 새 20대를 중심으로 롱보드 인구가 2~3배는 늘었다고 했다. “예전엔 ‘이게 뭐예요?’ 묻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제는 ‘롱보드’라는 걸 알아봐요. 라이딩 나가면 아이 데리고 가족 단위로 오시는 분이나 60대 중년층도 있고요.” 정씨의 설명이다.

패션 디자이너인 이들은 롱보드의 또 다른 매력을 설파했다. 다른 그 어떤 스포츠보다 멋 낼 수 있는 재미가 있다는 것. 양말, 비니, 헤어밴드 등 액세서리 하나로 자기만의 스타일링이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그냥 운동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방식이랄까. 타면서 스스로 막 멋지게 느껴지니까 에너지가 더 생기는 묘한 구석이 있어요.” 이 정도면 ‘한국 롱보드 협회’라도 만들 기세인데, 이들은 손사래를 쳤다. “딱 여기까지만요. 더 나가면 우리 옷 못 만들어요.”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