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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모순 해법은 노동자 혁명 아닌 세금

스타 경제학자로 떠오른 토마스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 사진은 지난해 파리 48가 소재 파리경제대학
그의 책은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토마 피케티 교수가 출간한 『21세기 자본론(Le Capital Au XXIe Siècle)』. 1848년 『공산당 선언』을 출간한 카를 마르크스의 19세기 역작 『자본론』을 그대로 따왔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자료와 화려한 문체도 마르크스를 연상시킨다.

『21세기 자본론』 저자 토마 피케티 e메일 인터뷰

『21세기 자본론』은 685쪽(영문판)의 대작이다. 프랑스·미국·영국부터 중국·인도네시아 등 20여 개국의 소득세 자료 등을 토대로 소득 불평등(income inequality)의 현상과 원인을 분석했다. 19세기 유럽과 20세기 미국의 예를 들며 통시적 분석도 곁들였다.

딱딱한 숫자만 나열하지도 않는다. 19세기 말 벨 에포크(belle époque:경제·문화적으로 풍요를 누렸던 ‘아름다운 시대’)의 소득 불평등 심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선 소설을 끌어들인다. 프랑스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1799~1850)의 『고리오 영감』의 주인공 라스티냐크도 등장한다.

라스티냐크는 ‘열심히 공부해 변호사가 되어 박봉이지만 노력한 만큼 돈을 벌 것인가’ 혹은 ‘사교계에 줄을 댄 뒤 부유층 아가씨를 꾀어 10배는 더 많은 돈을 손에 쥘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를 통해 불로소득이 근로소득을 넘어서는 소득 불평등 및 부의 재분배 불균형 현상을 설명한다. 딸을 부잣집에 시집 보내려 혈안이 된 부모가 등장하는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1775~1817) 소설도 등장한다. 동시에 소득세가 도입된 시점부터 각국의 소득세를 분석하며 “소득 불평등 문제는 21세기 지금 이 순간에도 심화하고 있다. 벨 에포크와 남북전쟁 직후 미국의 대호황 시대와 같은 양상”이라며 “상속·부동산 등으로 불로소득을 얻는 최고 부유층 대상 증세가 필수”라고 주장한다.

『21세기 자본론』 표지
이 책은 최근 그를 세계적인 스타 경제학자로 만들었다. 미국 진보주의의 기수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이 책을 “최근 10년간 출판된 경제학 서적 중 으뜸”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이 책은 우리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물론 경제학을 하는 방식까지 혁신할 책”이라고까지 격찬했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방미 중인 피케티 교수가 “10대 청소년들이 스타를 보고 열광하는 것 같은 환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더위크는 “피케티를 모르면 간첩인 이유”라는 제목으로 그를 소개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물론 영국에서도 선풍적 인기다.

피케티의 부모는 1968년 5월 프랑스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68세대’로 좌파 지식인이었다. 부모 영향으로 일찌감치 부의 재분배 불균형과 소득 불평등에 대해 관심을 보인 그는 22세에 박사학위를 따내며 학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조교수를 하다 일부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경제학의 수학적 추상성에 불만을 느끼고” 프랑스로 돌아왔다. 그가 교수로 있는 파리경제학교는 프랑스 경제학 석·박사 및 박사후과정을 다루는 대학들이 모여 2006년 창립한 고등교육기관이다.

그가 내놓은 대안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이란 지적도 있다. 피케티는 1% 최상위 부유층에 대한 누진세 도입을 주장한다. 미국 대공황 직후인 193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미국 최상위 부유층에 대한 세율이 82%에 달했어도 미국 경제는 오히려 잘 굴러갔다는 논리다. ‘글로벌 부유세(global tax)’도 그의 아이디어다. 전 세계에 재산을 분산시켜 놓고 있는 부유층의 재산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공조해 부유층의 재산 상태를 낱낱이 파헤치고 이에 근거해 부유세를 매기자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같은 그의 아이디어는 진보주의 학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로부터도 “지나치게 이상주의적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간한 이 책은 하버드대 출판사에서 영어로 번역해 올해 2월 말 출간했다. 하버드대 초청으로 미국 북 투어 중인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책에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에 대한 제어력을 되찾는 방법은 있다”며 그 방법을 찾는 게 집필 목적이라고 썼는데.
“일정 시점까지는 소득 불평등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남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일을 열심히 하는 동력이 되니까. 그러나 경제가 일정 수준 이상 발전하면 소득 불평등은 불필요하다. 역사를 보라. 20세기가 우리가 주는 교훈은 ‘19세기의 소득 불평등이 없었어도 높은 성장률은 가능하다’는 점이다. 소득 불평등이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그 게임의 승자들이다. 상위 1%에게 소득 불평등은 천국이겠지만 저소득층에겐 악순환의 지옥이다. 근로소득은 점점 줄고 그들은 높은 소득을 올릴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비춰진다.”

-소득 불평등이 불필요해진다는 ‘일정 시점’은 언제인가.
“나라마다 다르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소득 불평등은 경제성장에 무익한 것 이상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라는 점이다. 고소득층은 자연히 질 좋은 교육을 받고 자기들끼리 엘리트층을 형성해 정치권력까지 장악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 사회의 민주적 가치는 위협받는다. 세율 관련 법을 제정해 통과시키는 중추는 의회이고 그 의회를 구성하거나 영향을 주는 건 고소득 엘리트 상위 1%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체제를 그대로 두면 소득 불평등의 개선은 요원하게 된다. 오히려 불평등은 더 심화할 수 있다.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이를 막아야 한다.”

-당신의 대안은 뭔가.
“세금이다. 이상적 해결책은 개개인의 순수 자산에 대해 누진세를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불로소득으로 부를 늘려가는 걸 막을 수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20세기 유럽은 이 점에서 실패했다. 유럽의 민주주의 시스템은 소득 불평등이 늘어나는 데 대응하지 못했다. 물론 일시적으로 소득 불평등이 완화된 적이 있긴 하다. 이 역시 자본주의의 내재적인 자정 기능에 의해 소득 불평등이 완화된 게 아니라 제 1, 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르기 위해 각국이 전비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유층의 세금을 늘렸고 군수품 생산을 늘리면서 서민층의 임금이 올라갔다. 그러나 세계대전 이후엔 불평등이 다시 확대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지난 12일자 NYT 기고에서 “피케티 교수의 책은 풍부한 사례 연구만 보면 인상적이지만 해결책 제시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실러 교수는 조세제도를 개혁해 소득 불평등 정도와 세율을 연동시키자고 제안했다. 소득 불평등도가 높아지면 소득이 높은 이들에 대한 한계세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는 잠재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최고 부유세율을 최상위 부유층의 자산 추이에 연동시켜야 한다. 만약 최상위 부유층의 부의 규모가 경제 규모와 같은 비율로 성장한다면 그들에게 지나친 세금을 물릴 이유는 없다. 그러나 만약 최상위 부유층이 벌어들이는 소득이 세계경제의 성장률보다 세 배나 빠르다면 어떻게 되겠나. 가정이 아니다. 실제로 최근 수십 년간 벌어진 일이다. 이런 경우라면 (최상위 부유층에 대한) 증세는 필요하다.”

-한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 문제도 심각하다. 현 정부는 ‘경제민주화’라는 기치를 걸고 정권을 잡았다. 한국을 연구할 계획은.
“그에 대해 유의미한 답을 하기 위해선 한국 경제 데이터 분석이 우선이다. 한국도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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