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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감 강한 로세토 마을, 심장병 발병률 확 낮춰

‘로세토 효과’는 소득이 낮거나 먹는 음식이 상대적으로 부실해도 좋은 이웃이 있어 서로 협력하고 신뢰할 경우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지역보다 더 좋은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민 건강 지키는 ‘로세토 효과’

소득이나 신분의 격차에 따른 차별이 적어 연대감이 생기고, 이는 경쟁적 삶에서 오는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줄여 주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의 강한 유대감이 심리적 박탈감이나 스트레스에 따른 건강 악화도 차단한다.

이러한 건강 유지 기제를 잘 대변하는 마을이 미국 펜실베이니아 동부지역의 마을 로세토(Roseto)다. 원래 이 마을 주민들은 1880년대 이탈리아 남동부의 ‘Roseto Valfortore’라는 마을에서 이민 온 이들로 구성됐다. 그런데 이 로세토 마을 주민들의 심장병 발병률이 미국 전체 평균의 절반 이하로 나타났다. 건강을 다루는 사회학자나 심장병학자들이 큰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소시지와 미트볼 등 혈관질환의 원인이 되는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며 주민 상당수가 음주를 즐기는 걸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학자들은 삶의 환경이 비슷한 이웃 마을과 비교를 해 보았다. 하지만 소득·주거환경·의료시설·음식 등 통상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단지 이웃마을과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로세토 마을의 유독 높은 이웃 간 유대감과 강한 응집력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의 사회학자 브룬과 의사 울프의 저서 등 다양한 연구에서 밝혀졌다. 국내 독자에게도 유명한 맬컴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인 아웃라이어에서도 다뤄진 내용이다.

로세토 효과는 건강한 삶이 유대감과 응집력에 기초한다는 윌킨슨의 연구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윌킨슨에 따르면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로세토 마을은 행동이나 옷차림에서 부자나 가난한 사람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이들이 검소하게 산 덕에 주택이나 자동차도 다른 주민과 별 차이가 없었다. 지위가 높거나 부자라고 해서 이웃을 무시하지 않았고 서로 배려하는 유대감이 높았다. 이런 동네 분위기는 삶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주었다. 심장병이나 돌연사에 따른 사망률이 다른 마을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60년대 이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로세토 마을도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 캐딜락과 같은 고급승용차가 출현하면서 물질적 차이가 커지고 유대감이 해체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과거의 로세토 효과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로세토 마을의 현재는 소득이 높아지고 의료자원이 증가하더라도 서로 간에 유대감이 없다면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질적 풍요가 건강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인도의 케랄라(Kerala)주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곳에선 여성이나 빈곤아동의 문자해독률이 90%에 달한다. 인근 주에 비해선 물론이고 인도 전체 평균(약 60%)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심지어 케랄라는 미국보다 훨씬 적은 소득과 의료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평균적 건강수준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뿐이 아니다. 2011년 케랄라의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는 0.79, 기대수명은 74세로 인도에서 가장 높게 나왔다. 또한 2005년 국제청렴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조사에서도 인도에서 가장 청렴한 주(州) 정부로 나타났다. 케랄라의 사례는 지방정부 재정이나 경제가 열악해도 희소한 지방자치단체 재원을 빈곤아동과 여성에 적절하게 배분할 경우 매우 좋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케랄라는 전통적으로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강하지만 무역 거점지로 개방적 문화를 지니고 있다. 인도의 다른 지역에 비해 기독교 신자의 비중이 20%에 이르면서도 주류 종교인 힌두교(56.2%)와 이슬람교(24.7%)와도 공존하는 사회다. 케랄라 사례는 경제적 개방성이 높고 상호 존중의 문화가 번성하면 종교 갈등이나 경제 갈등에 따른 사회적 스트레스가 적고 유대감을 높여 건강에도 좋다는 교훈을 준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서베이조사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집단에서 상대적으로 건강만족도가 낮게 나타났다. 특히 시골지역의 고령화는 마을공동화 현상을 심화시켰다. 그 결과 동네 주민 간 유대감도 떨어져 시골에 남아 있는 노인의 건강악화를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시골지역의 자살률이 높은 것도 이러한 공동체 해체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건강 취약층인 시골 노인을 위한 정책은 동네의 응집력을 강하게 만들고 이웃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또 지자체 별로 재정 여건을 탓하기보다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원 여건에도 불구하고 빈곤층과 소외된 여성, 노인을 위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면 그 지역의 평균 건강수준은 매우 효과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지자체마다 지역공동체와 유대감을 높이는 적정수준의 사회복지비를 투입한다면-굳이 의료혜택을 무리하게 늘리지 않더라도-주민건강 향상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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