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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헐크 … 디즈니 캐릭터 숍 만들어 매출 3배로

미국 브랜드 ‘퀵실버’ 최고경영자(CEO)인 앤드루 무니가 서울 명동 퀵실버 매장에 진열된 서핑보드 앞에 앉아 있다. ‘스타 CEO’ 무니의 경영전략은 ‘단순할수록 좋다’였다. [변선구 기자]


미국 기업 월트디즈니그룹은 공주들의 아버지다. 백설공주·인어공주·신데렐라 모두 이 회사가 만들었다. 영웅들도 마찬가지다. 스파이더맨·헐크·엑스맨·캡틴아메리카·울버린도 그룹의 자회사 마블코믹스가 창조한 캐릭터다. 디즈니는 ‘디즈니 스토어’란 가게에서 이들 캐릭터의 옷을 팔고, 캐릭터가 그려진 생활용품·장난감·의류 등도 판매한다. 핼러윈 축제 때가 되면 한국 학부모들까지 공주 옷, 영웅 의상을 사달라는 아이들 성화에 온라인 쇼핑으로라도 디즈니 스토어를 들락거린다. 온갖 공주·왕자·영웅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소비자를 유혹하는 공간이 디즈니 스토어다. 한데 이런 매장은 이 남자 이전까지 없었다. 서핑·스케이트보딩·스노보딩 관련 의류 등을 파는 미국 브랜드 ‘퀵실버’(Quiksilver) 최고경영자(CEO) 앤드루 무니(59·Andrew Mooney)가 만들기 전까지는.

[CEO 인터뷰] 미국 '퀵실버' 전문경영인 무니
처음엔 그룹 부회장도 "이단" 비판
의류 등 전천후 사업 소재로 거듭나
NYT "캐릭터 활용 새 길 제시" 찬사



 무니는 2000년부터 11년 동안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한 사업부(Disney Consumer Product·DCP) 수장을 맡았다. 뉴욕타임스는 “무니가 디즈니그룹에서 계륵 같았던 공주 캐릭터들을 재조명해 캐릭터 활용 방안의 새 길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무슨 사연일까. 시장조사차 한국을 최근 방문한 무니를 서울 명동 퀵실버 매장에서 만났다.



 - 캐릭터 상품화, 지금은 당연한 풍경이다.



 “지난해 DCP는 영업이익만 10억 달러(1조5000억원)를 냈다. 내가 DCP 회장에 취임할 땐 그렇지 않았다. 캐릭터를 한 지붕 아래 모은다는 걸 말도 안 되는 얘기로 받아들이는 회사였다.”



 - 왜 그런가.



 “‘디즈니 온 아이스’라는 이벤트가 있다. 디즈니 캐릭터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벌이는 한 편의 쇼다. 회장 취임 후 쇼를 보러 갔더니 한 모녀가 디즈니 공주 옷을 입고 왔더라. 옷을 어디에서 샀느냐고 물었더니 손수 만들었다더라. ‘사면 될 걸 힘들게 직접 만들었느냐’고 했더니 디즈니에선 이런 걸 만들어 팔지 않는다고 했다. 놀랐다. 그래서 ‘이런 걸 만들어 팔면 사겠소’ 하니 반드시 살 거라고 했다. 회사에서 우리 캐릭터로 옷을 만들어 한 군데서 팔자고 했지만 모두 반대했다.”



 - 반대한 이유는.



 “디즈니그룹은 만화·영화의 CD·DVD 판매를 중시했다. 이런 이유로 ‘캐릭터를 한 군데 섞어 놓으면 본래 공주 이야기가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각각의 아름답고 완벽한 이야기가 오염되고 캐릭터를 사랑하는 팬들이 실망하면 누가 DVD를 사겠느냐’는 극심한 반발이 있었다. 로이 디즈니(디즈니그룹 설립자 월트 디즈니의 조카) 당시 그룹 부회장도 내 아이디어를 ‘이단(heretical)’이라고 비판했다. 난 굽히지 않았다. 마이클 아이즈너 그룹 회장이 기회를 줬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무니가 취임한 당시 12억 달러였던 DCP 매출은 그의 CEO 재임 기간 300% 늘어 36억 달러가 됐다. 디즈니 캐릭터는 의류뿐 아니라 식기, 인테리어 소품, 화장품 등에도 활용되는 전천후 사업 소재로 거듭났다. 시장 분석가들은 DCP가 지난해 약 50억 달러(약 5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한다.



 DCP 환골탈태의 일등공신인 무니가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2011년, 미국 언론들은 그의 사임 소식을 상세하게 전했다. 뉴욕타임스·LA타임스 등은 그가 DCP에서 이룬 업적뿐 아니라 전 직장 나이키에서 일군 성과도 자세하게 소개했다. 무니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미국지사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나이키의 글로벌 브랜드 관리 담당 부회장 등으로 20년간 나이키에 몸담았다. 그는 나이키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예전 나이키는 다윗과 골리앗 중 다윗이었다”고 한다.



 - 나이키가 다윗이라니.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 들어 회계 자격증을 따고 재무 분야에서 일했다. 1980년 25세 때 나이키 영국지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됐다. 다윗이란 게 뭐냐면, CFO인 나도 한 달에 한 번씩 상품 박스 나르는 일을 해야 할 정도로 작은 회사였단 얘기다. 아디다스가 골리앗이었고 나이키는 연매출 27만 달러(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82만 달러·8억5000만원) 정도의 회사였다.”



 - 발상의 전환으로 지금의 ‘골리앗 나이키’를 만들었다던데 당시 전략은.



 “94년 나이키 미국지사 CMO가 됐다. 운동화 디자이너 팅커 해필드가 어느 날 내게 왔다. 운동하는 데서 배낭에 테니스화랑 조깅화 2개를 걸고 다니는 사람을 봤다고 했다. 두 가지 기능이 한데 합쳐진 운동화가 있으면 사겠느냐고 하니 당연히 살 것이라고 했다는 얘길 들려줬다. 이거다 싶었지만 DCP에서처럼 엄청난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이번엔 조깅화는 조깅화고 테니스화는 테니스화란 주장이었다. 둘을 섞으면 이도 저도 안 된다는 반대였다. 해필드의 제안을 내가 적극 옹호했고, 지금은 ‘크로스 트레이닝’이란 확고한 분야가 됐다. 현재 나이키에서 연매출 6억 달러(6200억원)짜리 부문이다.”



 - 나이키·DCP에서의 혁신은 지금 보면 너무 당연해서 대단한 아이디어도 아닌 것 같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전형적인 걸 벗어난 아이디어도 처음엔 비논리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무한한 잠재력, 새로운 아이디어 제시를 막는 건 단연코 두려움이다. 난 소유한 게 없었던 사람이라 잃는 걸 두려워해 본 적도 없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 걸 밀어붙였다. 당장 내가 몸담은 사회·조직을 고려하지 않고 말이다. 내가 그런 사람이란 걸 주위에서 알고 나면, 아이디어를 갖고 거리낌 없이 다가온다. 솔직하게 평가해 줄 것을 믿고 찾아 오는 거다.”



 - 잃을 게 없다니.



 “영국 스코틀랜드 시골 출신이다. 마을 사람 대부분이 개신교도였는데 우리 집은 가톨릭을 믿었다. 어릴 때부터 내겐 소수자(minority), 약자(underdog) 유전자가 있었던 듯싶다. DCP·나이키 모두 내가 맡았을 땐 약자였다.”



 - 전임 퀵실버 CEO는 창립자인 밥 맥나이트다. 창업자 뒤를 이은 전문경영인으로서 퀵실버에서 보여줄 경영 전략은.



 “퀵실버는 호주 회사였다. 미국 독점 판매권을 딴 맥나이트가 나중에 브랜드 전체를 인수해 연매출 18억 달러(약 2조원)의 회사로 키웠다. 난 지난해 1월 취임해 이제 1년 조금 넘었다. 글로벌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킬 효율적 조직을 만드는 중이다.”



 - 취임 첫 해인 2013년 매출액이 줄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아닌가.



 “관점의 문제다. 퀵실버에 합류하고 90일 만에 수익개선계획을 발표했다. 3년 내 회사의 영업현금흐름(EBITDA, 이자·세금·감가상각을 빼기 전의 영업이익)을 늘리려는 목적이다. 분기별 결산서 제목 모두 ‘매출 감소’였지만 효율 증대를 위해 EBITDA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매 분기 EBITDA는 증가했다. 핵심 브랜드에 집중해 스타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 ‘구원투수 경영자’라 불러도 되겠나.



 “부친은 석탄 광부였다. 갱도에서 일을 마치고, 다음 작업자가 아버지와 교대해 같은 자리에서 일했다. 아버지는 늘 ‘내가 갱도에 들어왔을 때보다 교대자가 왔을 때 작업 환경을 더 좋아지게 해놓고 나온다’고 했다. 삶과 죽음이 작업 환경에 달려 있으니 응당 그래야 했다고 하셨다. 그러면 선순환이 될 것이란 가르침이었다. CEO는 무언가 키우고 개선하고 성장시키며 더욱 발전한 모습을 이끌어내는 사람이다. 누군가를 잘 돌보는 사람(care- taker)이 되고자 한다.”



단순할수록 더 좋다 … 신제품 보고 19단계 → 4단계로 줄여



‘퀵실버’의 앤드루 무니 최고경영자(CEO)는 ‘턴어라운드(turnaround·기업 회생)’ 전문가다. 디즈니 캐릭터 상품부(DCP)와 나이키에서 무니는 이들 회사의 턴어라운드 전기(轉機)를 마련했다고 평가받는다.



 지난해 1월 퀵실버 CEO가 된 무니는 이 회사를 어떻게 턴어라운드할까. 그가 준비한 핵심 카드는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더 좋다’로 요약된다. 대표적인 게 신제품 출시 전 CEO에게 보고하는 단계를 줄인 것이다. 무니는 “19단계 결재를 해줘야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15단계를 과감하게 줄여 4단계로 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가 지시한 4단계는 ① 새로 만들려는 디자인에 대해 얘기할 것 ② 디자인 시안을 보여줄 것 ③ 최초 시제품을 제시할 것 ④ 최종본을 제안할 것 등이었다.



 무니는 “4단계 절차도 많다. 어떤 면에선 4가지도 필요 없을 수 있다. 19단계 절차 같은 관습적인 것은 새 제품 출시를 늦춘다. 이러면 제품 값도 더 비싸진다. 디자인 과정에서 창의성도 가로막는다. 항상 모든 걸 단순하게 만들수록 좋다”고 말했다.



 ‘세계 1위 보딩(boarding) 회사’를 자처하는 퀵실버는 산하에 ‘퀵실버(Quiksilver)’ ‘록시(Roxy)’ ‘디씨(DC)’ 등 3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널따란 판을 뜻하는 ‘보드(board)’로 하는 스포츠에서는 자신들이 세계 1위란 주장이다. 무니 CEO는 “기존 퀵실버는 아시아·태평양, 미국, 유럽 등 3개 지역에서 따로 따로 신제품을 기획·개발했다. 신상품 종류도 아주 많았다. 현재 기획·생산 기능을 통폐합 중이며 샘플 수량을 최소화하고 전략 상품에 집중하는 사업 재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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