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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차라리 선생님 말씀을 듣지 말라고?

뉴스는 계속 진도 앞바다를 비추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더딘 구조, 우왕좌왕 무능한 시스템, 거기에 각종 미확인 루머까지 겹쳐진다. 비통함, 안타까움, 분노와 원망, 자괴감. 하루 종일 입을 앙다물고 애써 울음을 삼키는 심경이다. 내가 이럴진대 유족이나 실종자 가족들은 오죽할까.



 침몰 전 선실 안에서 찍은 휴대전화 영상 속 아이들의 모습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구명조끼를 입은 아이들이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선실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다. 일촉즉발 위기상황임에도 조금의 혼란도 없다. 그 차분함과 질서정연한 모습이 더 가슴을 후벼 판다. 그때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한 고교 교사는 페이스북에 “현장에 있었으면 나도 우리 아이들을 다 죽였을 것”이라고 침통해했다. “매년 애들 데리고 수학여행 가는데 남의 일 같지 않다. 대부분 저 상황에서 담임들이 자기 반 애들하고 같이 있는데, 안내방송을 들으며 혼란스럽게 탈출하지 말고 자리에 있으라고 했을 것이다. 구명조끼 입히고 인원 체크하면서 대기시켰을 것이다.”



 비슷한 기억이 있다. 일년도 안 됐다. 지난해 7월 충남 안면도에서 열린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고교생들이 숨진 사건이다. 구명조끼를 벗고 바다에 뛰어들라는 교관의 지시를 따른 남학생들이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다섯이 목숨을 잃었다. 그때도 차라리 교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일었다.



 어쩌다 이리 되었나.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질서와 원칙을 지킨 아이들은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배를 지휘하는 선장이 배를 버리고 빠져나갔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면서 말이다.



 “원칙을 지키면 죽는다는 걸, 원칙을 깨는 세상은 알지만 그걸 모르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이렇게 희생된다.” 한 페이스북 친구가 올린 글이다.



 고3인 딸아이는 밤마다 뉴스를 챙겨보며 훌쩍거린다. 이제 이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건가. 차라리 선생님 말씀을 듣지 말라고? 원칙은 깨는 거라고? 적당한 때 탈출하면 너 하나는 살 수 있다고?



 침몰하는 세월호는 우리가 탑승한 대한민국의 민낯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이 땅의 어른들에게 ‘자 보아라, 이게 당신들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다’라고 외치고 있다. 부끄럽고 화나고,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죄스럽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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