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책 속으로] 토니 블레어 '멋진 영국' 만들기 10년

토니 블레어 총리가 2005년 5월 4일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선거구인 영국 세지필드 트림던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그는 노동당의 3연속(1997년·2001년·2005년) 승리를 이끌었다. [중앙포토]


토니 블레어의 여정

토니 블레어 지음

유지연 옮김, RHK

1051쪽, 4만5000원




토니 블레어(61)는 현대사를 이끈 리더다. 1997년 5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영국 총리를 맡으면서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무엇보다 현대 정치의 변화를 주도했다. 그가 들고 나왔던 ‘제3의 길’은 좌우의 이분법적 고정관념을 뒤바꿨다. 평등, 권리, 그리고 사회적 형평성을 강조한 좌파와 자유와 책임, 그리고 경제적 효율을 앞세운 우파 사이에서 조화와 타협을 이뤄 새로운 거버넌스(통치방식)를 이루려고 노력했다.



 이 책은 블레어가 2010년 9월 펴냈던 자서전 『여정(A journey)』의 번역본이다. 41세에 노동당 대표를 맡은 뒤 당을 개혁해 44세에 총리에 오른 젊은 블레어의 열정이 드러난다. 그는 1850년대 이후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 거주한 인물 중 가장 젊었다. 아울러 20세기 영국 총리 중 마거릿 대처(11년 209일)에 이어 두 번째로 장기인 10년 56일을 집권해 영국을 현대적인 국가로 변모시킨 그의 노회함도 묻어난다.



 블레어는 좌파의 도그마에서 벗어나 역동적인 시장경제와 일자리 중심의 정책을 강조하면서 복지국가를 개혁했다. 그 결과 영국을 세계화 시대에 앞서가는 나라로 이끌었다. 그는 집권하자마자 ‘창의 영국(Creative Britain)’를 모토로 문화산업을 비롯한 지식기반 창의산업으로 나라의 경제구조를 바꾸는 정책을 폈다.



 그는 총리 생활에서 가장 긴장되고 두렵고, 용기를 잃게 만드는 경험으로 하원에서의 ‘총리 질의답변’ 시간을 들었다. 총리가 의회에 출석해 눈앞에 포진한 야당의원들의 파상적인 질문 공세를 받는 자리다. 여기에서 총리는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고 상대의 논박을 재반박한다. 그야말로 ‘졸면 죽는’ 자리다. 그는 10년간 윌리엄 헤이그·이언 덩컨 스미스·마이클 하워드·데이비드 캐머런에 이르는 4명의 보수당 대표를 상대하며 끝내 살아남았다. 그 기록을 보면 손에 땀이 날 정도다. 노련한 정치인이 야당을 대하는 방식이 잘 드러난다. 그것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긍하게 만드는 설득의 힘과 자신감이었다.



  선거에 관심 있는 사람은 그의 집권과 선거 승리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어떻게 패배주의에 빠진 노동당을 젊고 활기차게 개혁하고 집권에 성공했으며 총 세 차례의 선거에서 승리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 대표가 된 그는 ‘변화된 진보의 힘을 믿으며’ 노동당을 신노동당으로 다시 세웠다. 그는 정부를 비판할 때는 항상 믿을 만한 근거를 먼저 제시했다. 국민은 이런 신노동당을 신뢰할 수 있는 정당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제3의 길을 바탕으로 복지국가를 개혁하고 민간과 정부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을 줄이어 내놓았다. 노동당은 상대의 발목만 잡는 ‘늙은 사회주의자들의 정당’에서 정책정당, 수권정당 이미지를 갖출 수 있었다.



그는 선거 필승의 원동력으로 여론조사를 중심으로 한 전략적 홍보를 앞세우고 효율성을 극대화한 선거조직을 구성했다는 점을 꼽았다. 여론 동향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데 뛰어났던 피터 만델슨, 타고난 정치적 본능과 직관을 보유했던 안지 헌터, 행정부 업무를 잘 아는 핵심 참모 조너선 파월, 당과 최고의 조화를 이뤘던 셀리 모건, 여론조사 책임자로서 전략수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필립 굴드 등을 지휘해 선거에서 압승한 사연은 정치를 꿈꾸는 이들에게 참고가 될 만하다.



 이 책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직접 개입을 결정했던 여러 전쟁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다. 그는 마케도니아·코보소·시에라리온·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에 영국군을 파병했다. ‘테러와의 전쟁’ 이후 미국의 무력개입을 충실하게 지원해 ‘부시의 푸들’이라는 아름답지 못한 별명까지 얻었다. 블레어 자신은 이 책에서 고뇌 끝에 참전을 결정하게 된 ‘리더의 고독한 결단’을 강조했다. 역사의 흐름과 국민의 이익을 따져 최종 결정을 내렸기에 ‘책임은 지겠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는 여러 차례 위험한 참전 현장을 깜짝 방문했다. 그가 총리 사임을 예고한 직후 찾은 곳도 이라크의 영국군 기지였다. ‘뺀질해’ 보이는 이 사내가 리더로서 존경받는 이유다.



 이런 과정을 통해 블레어는 영국을 다시 세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나라의 하나로 우뚝 세웠으며 국제사회의 힘있는 지도자로 자신의 위상도 끌어올렸다. 물론 이데올로기를 버렸다, 미국을 지나치게 추종했다, 무리한 참전으로 재정을 고갈시켰다 등 비난도 많다. 하지만 블레어는 자신의 구호대로 ‘멋진 영국(Cool Britania)’를 이룬, 성공한 지도자임은 분명하다. 이 책은 그런 리더로서는 물론 인간으로서 블레어의 면모를 공개한다. 블레어 자신의 입으로 말이다.



채인택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