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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에 쇠줄 아닌 일반 밧줄 … 급선회 때 끊어진 듯

세월호는 왜 가라앉았을까. 당초엔 ‘암초에 배 왼쪽이 긁히면서 철판이 상당 부분 찢어졌다’는 설이 유력했다. “‘쿵’ 소리가 나고 잠시 후 물이 들어왔다”는 승객 증언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암초와 부닥쳐 철판에 큰 구멍이 생겼기에 금세 가라앉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많다. 사고 해역에 암초가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17일에는 ‘사고 당일 세월호가 오전 8시48분 갑자기 방향을 바꿨다’는 해양수산부 기록이 공개되면서 침몰 이유에 대해 또 다른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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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경로변경=새로 힘을 얻는 설명이다. 해수부 기록처럼 배가 급히 방향을 틀면 원심력 때문에 쌓아 놓은 화물이 무너지거나 미끄러져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 그러면 배가 급히 기운다. 갑판이 물에 잠길 정도까지 기울면 물이 넘쳐 들면서 빠른 속도로 침몰한다. 쓰러진 화물이 배 벽을 때려 구멍이 날 수도 있다.

 울산대 윤범상(63) 교수는 “‘쿵’ 소리를 들었다는 승객이 많은데, 암초와 충돌하는 소리가 아니라 컨테이너가 배 벽에 부딪히는 소리일 수 있다”고 했다. 세월호에 실린 컨테이너가 움직이지 않도록 튼튼히 묶어 놓지 않았다는 점도 ‘급경로변경’설에 힘을 보탠다. 세월호에 탔던 조타수 오용석(58)씨는 “컨테이너를 3~4 층으로 쌓은 뒤 튼튼한 쇠줄이 아니라 일반 밧줄로 묶어 놓았다”며 “배가 급격히 선회하면서 밧줄이 끊어졌을 수 있다”고 증언했다. 승객 김병규씨도 “배가 급히 방향을 틀며 컨테이너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해수부 기록에 나타난 급선회는 배가 왼쪽으로 기운 이유도 설명해 준다. 오전 8시48분 세월호는 갑자기 오른쪽으로 거의 90도 방향을 바꿨다. 이러면 화물이 반대인 왼쪽으로 쏠려 배 왼쪽 부분이 가라앉는다. 세월호는 4분 뒤인 8시52분 이번엔 북쪽으로 한층 예리하게 방향을 틀었다. 이때는 배 안의 화물이 더 심하게 쏠렸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 뒤 세월호는 북쪽으로 천천히 움직이다 침몰했다. 해수부 측은 “엔진이 고장 나 표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세월호는 표류하기 시작한 지 3분 뒤인 오전 8시55분 해상교통관제 제주센터에 “배가 많이 넘어갔다. 움직일 수 없다. 해경에 연락해 달라”는 긴급 무전을 쳤다. <본지 4월 17일자 3면>

 급경로변경을 침몰 이유로 드는 데 대해 한국해양대 윤종휘(해양경찰학) 교수는 “선박은 급선회해 화물이 어느 정도 쏠리더라도 중심을 찾도록 설계돼 있다”며 “급선회가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와 해경은 배가 급선회한 배경을 조사 중이다.

 ◆잘못된 개조=인천지방항만청에 따르면 세월호는 2012년 10월 일본에서 들여온 직후 탑승인원을 840명에서 956명으로 늘리는 구조 변경을 했다. 아파트 베란다를 실내로 바꾸는 것처럼 배 뒤쪽 실외공간을 실내로 바꿨다. 개조를 하면서 배 무게는 6586t에서 6825t으로 239t 늘었다.

 이렇게 배 윗부분에 새 구조물이 생겨 무게중심이 높아졌다. 이러면 조류에 휩쓸리거나 했을 때 복원력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 아래가 무거운, 즉 무게중심이 낮은 오뚝이가 쓰러져도 일어나는 것과 정반대다. 경상대 안영수(해양과학) 교수는 “배 윗부분에 선실이 있는 여객선은 그렇잖아도 어선보다 무게중심이 높다”며 “그런데 증설을 하면 배가 휘청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개조로 무게중심이 높아져 균형을 잡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전복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서울대 이기표(조선해양공학) 명예교수는 “배를 개조하더라도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는다”며 “무게중심이 불안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암초 충돌=처음부터 유력하게 나왔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사고 지점에 이렇다 할 암초가 없다”고 하지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세완(57) 도선사는 이렇게 해석했다. “사고 지점에 이르기 전 암초에 긁혔을 수도 있다. 큰 구멍이 나지 않아 물이 조금씩 스며들면 처음엔 모르고 계속 운항했을 수 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이상 물이 들어오면 갑자기 배가 크게 기운다. 세월호는 왼쪽으로 기울면서 이를 바로잡으려는 과정에서 오른쪽으로 급선회했을 수 있다. 노련한 항해사라면 처음 물이 스며들 때 이상한 점을 느꼈을 것이다. 블랙박스에 녹음된 항해사들의 대화 내용을 들어봐야 한다.”

 한국해양대 남청도(기관공학부) 교수 역시 “급격히 가라앉은 것으로 볼 때 암초에 부딪혀 구멍이 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울산대 박치모(조선해양공학) 교수는 의문을 던졌다. 아직 바다 위에 나온 여객선 앞부분에 손상된 흔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배 앞부분이 피했는데 옆이나 뒤가 암초에 걸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선체 부식=인터넷에는 어뢰나 기뢰에 의한 피격설이 나돈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폭발음과 물기둥에 대한 증언이 전혀 없다. 세월호는 화학물질을 싣지 않아 내부 폭발이 일어났을 공산 또한 별로 없다.

 20년 된 배라는 점에서 낡아 구멍이 뚫렸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대형 여객선은 정기검사를 받는다는 점에서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세월호는 지난 2월 선박 검사기관인 한국선급이 실시한 안전점검을 통과했다.

황선윤·위성욱·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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