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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분노케 한 안전행정부 이경옥 2차관 브리핑

지난 16일 오후 2시 침몰사고에 대한 브리핑에서 이경옥 안전행정부 2차관이 “368명이 구조됐다”고 발표했으나 오후 4시30분 “368명 구조는 집계 착오”라고 해명하며 혼선을 빚어 국민 분노를 키웠다. [TV 촬영]

말로만 안전을 외쳐온 우리 정부의 아마추어 같은 미숙함이 세월호 침몰 참사 와중에 백일하에 민낯을 드러냈다. 사고 초기부터 냉정함을 잃고 허둥댔다.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협업을 강조해온 ‘정부 3.0’의 정신은 실종됐다. 공개 행정은 자취를 감추고 비밀주의와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 행태를 드러냈다. 차분한 대응이 필수적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간부들부터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돼 우왕좌왕했다.

 무엇보다 중대본 상황실 관리가 제대로 안 됐다. 정부서울청사 1층의 중대본 상황실은 사고 소식이 알려진 16일 오전 10시15분쯤부터 생방송을 위해 몰려든 수십 대의 방송사 카메라와 취재인에 의해 점령당했다. 이를 지켜본 한 안전문제 전문가는 “상황실은 전쟁지휘부(War room) 같은 곳이어서 외부와 차단해 긴박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서울청사 3층에는 별도 브리핑 공간이 마련돼 있어 소방방재청은 자연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상황실과 브리핑룸을 분리해 운영해 왔다.

 정부 재난관리의 컨트롤 타워이자 중대본 본부장인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은 사고가 난 16일 오전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서울 중대본 상황실에 없었다. 이에 대해 강 장관 측은 “오전 10시 충남 아산 경찰교육원에서 열린 간부후보생 졸업식이 예정돼 사고 발생 이전인 오전 8시30분에 KTX로 서울을 이미 출발했다”며 “현지에서 오전 9시25분쯤 사고 소식을 보고받고 중대본 가동을 지시한 뒤 헬기로 목포의 해경 상황실과 사고 현장 등을 직접 살펴봤다”고 해명했다. 강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일 오후 5시10분부터 중대본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 오후 3시10분쯤 헬기를 타고 급거 상경했으나 10여 분 차이로 직접 보고는 하지 못했다.

 강 장관을 대신해 중대본 차장 역할을 한 이경옥 안행부 2차관에 대해서도 긴급 상황 대처가 미숙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차관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30분부터 7회 열렸던 중대본 브리핑 중에서 6회를 담당했다. 참사 직후라는 민감한 시점에 ‘정부의 얼굴’처럼 방송에 비쳐졌다. 그러나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하고 “확인하는 대로 말씀 드리겠다”를 수십 차례 반복했다. 이 때문에 현장 기자들 사이에선 “중대본 차장이 안행부 2차관이 맞는지 진짜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특히 승선자와 실종자 통계를 놓고 하루 종일 혼선을 빚으면서 실종자 가족과 국민의 불안과 불만을 키웠다. 가장 큰 문제는 구조자 숫자가 크게 부풀려진 통계를 확인 없이 그대로 발표한 대목이었다. 16일 오후 2시 브리핑에서 이 차관은 “368명이 구조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1차 집계를 맡은 해경이 “368명 구조는 집계 착오”라고 뒤늦게 알려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차관은 오후 4시30분 브리핑에서 “368명이 아니라 164명이 구조됐다”고 정정했다.

 심지어 이날 중대본을 방문한 박 대통령이 “처음에 구조 인원 발표된 것 하고 나중에 확인된 것 하고 차이가 무려 200여 명이나 있었는데, 어떻게 그런 큰 차이가 날 수 있느냐”고 지적할 정도였다.

 이에 대해 안행부 당국자는 “승선자와 실종자·구조자 숫자를 처음부터 집계한 주체는 해경이고 중대본은 팩스 등을 통해 받아서 발표했다”며 “현장에서 집계한 해경의 통계를 믿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안행부가 사실상 사령탑을 맡아 주도하고 있는 중대본은 해경·해양수산부와도 손발이 맞지 않았다. 당초 16일 사고와 관련된 브리핑을 누가 하느냐를 놓고도 이들 기관 간에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본이 하는 걸로 정리가 됐지만 실종자 명단이 사고 발생 첫날은 물론이고 24시간이 넘도록 공개되지 않은 데 대해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자 중대본에서 활동 중인 안행부 간부는 “해경이 세월호 소유 선사(청해진해운)를 통해 명단을 파악해 알고 있을 테니 해경에 알아보라”고 떠넘겼다. 그러나 중대본은 당시 잠정 집계한 실종자와 승선자 명단을 이미 넘겨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정부와 공직자들의 비밀주의는 이뿐 아니다. 선장과 항해사를 1차 조사한 결과를 묻자 중대본 관계자는 “수사 중인 상황은 해경에 물어보라”고 했지만 정작 해경은 언론 브리핑조차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부터 국민 안전을 유달리 강조해 왔다. 재난업무 주관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이름도 ‘안전’을 강조하자는 의미에서 안전행정부로 바꿨다. 그러나 대통령의 외침이 공허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총체적 부실’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정지범 한국행정연구원 행정관리연구부장은 “정부 역사상 안전을 최상위 국정 목표로 처음 내건 정부인데도 참사가 터지자 많은 허점이 드러났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에서 벗어나 선제적인 재난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세정·허진·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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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