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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사진 찍히러 왔나" 가족에게 쫓겨난 정치인들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된 여객선의 실종자 가족들이 16일 밤 팽목항에서 10시간이 넘도록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국회의원 일행이 경비정을 타고 사고해역으로 출발하고 있다. 이 의원 일행은 불필요하게 현장을 방문해 구조작업을 방해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뉴시스]

이승호
사회부문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여야 지도부와 지방선거 출마 후보 등 정치인들이 대거 사고 현장인 진도를 찾으면서 ‘민폐 방문’ ‘특혜 방문’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 당일인 16일 오후 11시16분 진도 팽목항.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윤석(무안-신안) 의원과 보좌관 3명은 해양경찰 경비함정을 타고 사고 해역을 둘러보다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가족들은 “우리가 (현장에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할 때는 안 들어주더니 국회의원이 오니까 즉각 태워 갔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특혜 논란’이 커지자 새정치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을 통해 “이 의원이 탄 배에는 해경 구조요원 16명과 실종자 부모 두 분이 함께 승선했다”며 “해경이 안전상 이유 때문에 밤중에는 학부모들을 원하는 대로 다 태울 수 없어 그 두 분만 태운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보슬비가 내리고 풍랑이 높게 치는 상황에서 왕복 5시간이 걸렸는데 어떤 국회의원이 특권을 갖고 현장에 가겠느냐”며 “이 의원은 (진도가 있는) 전남 도당위원장이라는 책무가 있어 새벽 5시까지 현장에 남아 상황을 점검하고 가족들을 위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수행원 등 인파를 몰고 다니는 정치인·정부 관계자에게 불만을 쏟아냈다. 사고 현장 여기저기서 가족들이 “정치인들 사진 찍히러 왔다. 돌아가라!” “너희 오지 말고 대통령 불러와”라는 항의가 터져 나왔다.

이윤석 의원
 17일 자정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는 화가 난 실종자 가족들이 던진 물병을 맞고 경찰 호위를 받으며 사고 현장을 떠났다. 가족들은 “정부가 말로만 대대적인 수색 구조작업에 나섰다고 하지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틀간 사고 현장을 방문한 정치인은 50명이 넘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를 비롯해 새누리당 서울시장 정몽준·김황식·이혜훈 예비후보도 다녀갔다. 새누리당 남경필·정병국 의원과 새정치연합의 김진표·원혜영 의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등 여야 경기지사 예비후보들은 전날에 이어 17일에도 사고 현장에 머물렀다. 피해자가 많이 발생한 안산 단원고가 경기도에 소재한 만큼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도 외면당하긴 마찬가지였다. 사고 당일 체육관을 찾은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은 가족들이 “당장 나가 달라”며 강하게 밀쳐내 결국 고개를 숙이며 현장을 떠났다. 정병국·남경필 의원은 17일 오후 진도 실내체육관 강당에 올라 가족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쓸데없는 말 대신 대책을 내놓으라”는 가족들의 흥분 섞인 호통과 욕설을 듣고는 그대로 내려와야 했다.

 실종자 가족 한모(43)씨는 “우리가 3시간 넘게 소리를 질러도 꼼짝하지 않던 정부부처 직원들이 높으신 양반들이 오자 태도가 변하는 모습에 더 화가 난다”고 했다. 또 다른 피해자 가족 김모(51)씨는 “지금은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려내야 할 때인데 국회의원들은 자기 얼굴 한 번 언론에 내보내기 위해 와서 탁상공론만 한다”며 “차라리 정부부처로 가 구조대와 장비를 신속하게 지원하라고 닦달이나 해 달라”고 말했다.

 노회찬 전 정의당 공동대표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산소통 메고 구조활동 할 계획이 아니라면 정치인·후보들의 현장 방문, 경비함 승선은 자제해야 한다”며 “위기상황엔 중요한 분들일수록 정위치에서 현업을 지켜야지 중앙재난본부 방문으로 또 하나의 재난을 안기지 말자”고 주장했다.

 물론 이런 대형사고가 터졌을 때 정치인들이 제자리를 지킨다면 가만히 있는다고 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수 있다.

 욕을 먹더라도 현장에서 ‘진정성’을 보여 준다면, 그것도 정치인의 역할일 수 있다.

 그러나 보좌진을 이끌고 세 과시하듯 내려가 브리핑만 듣고 사진 한 장 찍고(찍히고) 올라온다면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에 상처밖에는 남길 게 없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정치인이 현장을 방문할 때는 브리핑룸 설치 등은 하지 말라고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걸 이제 알았다니 유감이다.

이승호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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