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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자처'와 '자청'

소리가 비슷하지만 뜻은 완전히 달라서 잘못 사용하면 의도와는 전혀 다른 표현이 되어 버리는 단어들이 있다. 자처(自處)와 자청(自請)도 그중 하나다. 사실 이 단어들은 한자의 뜻을 알고 있으면 그리 헷갈릴 만한 것은 아닌데 한글 세대가 주류를 이루다 보니 잘못 쓰는 일이 많다.

 ‘處’는 ‘곳, 있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처’는 ‘스스로 어떤 자리나 신분에 있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표준국어사전은 자처를 ‘자기를 어떤 사람으로 여겨 그렇게 처신함’으로 풀이한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혁명의 계승자를 자처했다”라고 하면 나폴레옹이 ‘나는 프랑스 혁명의 계승자다’라고 말하고 그렇게 행동했다는 뜻이다. “그는 늘 애국자를 자처한다”는 그가 늘 ‘나는 애국자’라고 말하고 다닌다는 의미다.

 반면 ‘請’은 ‘청하다, 묻다’의 뜻을 가진 글자이기 때문에 ‘자청’은 ‘스스로 하겠다고 나선다’는 의미가 된다. 표준국어사전에는 ‘어떤 일에 나서기를 스스로 청함’이라고 풀이돼 있다. “진주가 좋아서 이 지역 근무를 자청했다”처럼 쓸 수 있다. 진주에서 근무하는 것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하겠다고 나섰다는 의미다.

 문맥에 따라 양쪽 다 쓸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화장품협회, 중국 진출 원하는 화장품 업체 위한 서포터 자청’이란 제목 글에서는 ‘자청’을 ‘자처’로 바꿔도 의미가 통한다. 물론 “나는 화장품 업체의 서포터다” “나는 화장품 업체의 서포터가 되겠다” 정도의 의미 차이는 있다.

 그러나 다음 사례들은 완전히 잘못 사용한 경우다. “거리를 지나는데 스님을 자청하는 분이 말을 걸어왔다.” “그는 병든 어머니의 간호를 자처했다.” 첫째 문장은 어떤 사람이 스스로 스님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스님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므로 ‘자처’를 써야 한다. 둘째 문장에서 ‘자처’를 쓰면 ‘나는 간호입니다’란 의미가 된다. ‘간호’는 행위이지 사람이나 신분이 아니다. 따라서 간호를 자처할 수는 없다. 그가 스스로 간호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므로 ‘자청’을 써야 한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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