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경제 view &] 미래의 명장, 청년 장인들

남민우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
한국벤처기업협회 회장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흔히 ‘장인’이라고 하면 수염이 수북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부채와 같은 전통 공예품을 만드는 나이 지긋한 명인을 연상한다. 하지만 전주 한옥마을 근처의 530년 전통 남부시장 ‘청년 몰’에 가면 ‘나는 나’ ‘미스터리 상회’ 등 개성 넘치는 간판을 내세우고 젊은 층의 소비 수요에 맞춘 공예품을 직접 제작·판매하는 20~30대 장인들을 만날 수 있다. 예술감각과 손재주를 겸비한 청년들이 가죽 지갑, 나전칠기 안경, 금속공예 주얼리 등에 개성 있는 디자인을 입힌 제품을 공방에서 생산하고 벼룩시장, 홍대 거리 등에서 판매하는 모습은 20~30대 소비자에게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대한민국 경제는 손재주를 빼놓고는 논할 수 없다.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우리는 1960~70년대엔 가발·모피코트, 그리고 90년대 초까지는 수출 2위에 달했던 신발과 같이 모두 수작업이 필요한 제조업으로 경제 기반을 닦았다. 그러나 중화학공업·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으로 경제 중심이 이동함에 따라 우리의 생활용품 산업은 중국산 저가 수입품의 물량 공세에 밀려 내수시장과 안방 일자리까지 내어준 지 오래다.

 하지만 소비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품질과 디자인이 우수하고 더불어 희소성을 겸비한 나만을 위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남들과 같은 가방을 메고, 같은 브랜드의 신발을 신는 것은 멋없는 일이 됐고, 개성 있고 ‘나’에게 맞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소량생산에 적합한 3D 프린터 시장의 성장세도 이러한 추세를 대변한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앞으로 5년 이내에 3D 프린터 시장 규모가 10조원을 돌파하고 2040년에는 1인당 한 대꼴로 보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넘어 ‘1인 제조’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청년위원회에서 청년의 문제를 현장취재하기 위해 구성된 2030정책참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수공예 산업 종사자 수는 2만9000명 수준이다. 그러나 생활소품을 제작·판매하는 청년장인은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기청의 창업지원자금 대상자 중 수공예·디자인 분야의 비중은 2011년 11%에서 2013년에는 15%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청년위가 청년 장인들을 직접 만나 들은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이들 청년 예술인에게는 정부 창업지원사업의 접근성이 부족하고 복잡한 서류 및 절차, 그리고 예술성과 독창성이 아닌 사업성과 생산능력 등을 우선으로 보는 평가기준 등에서 애로를 겪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장인’은 대부분 예술에 집중돼 있다. 명장만큼의 경력이 없는 청년 예술인들이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은 부족해보인다. 정부의 예술지원 프로그램은 기성 예술인과 최고 수준의 실력을 지닌 예술인 중심으로 운영된다. 청년들이 의지를 갖고 시작했어도 계속해 언더그라운드에 머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년 장인들은 자금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느껴지는 기술창업자금 지원으로 몰리게 되는 실정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고령화와 경제의 구조적인 요인으로 발생해 단기적 처방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시장 트렌드에 반응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청년 장인들을 조금만 지원한다면 이것이 바로 산업 내 숨어 있는 일자리 창출이 아닐까? 당장의 금전적인 지원보다는 사업화 멘토링, 온라인 판로망 개척 등 청년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주고 자립을 돕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예술·산업·창업 등 소관 부처가 각자 전문 분야에서만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반면 이미 우리 청년들은 예술과 산업의 벽을 넘나들고 있기 때문에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청년 장인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에베레스트산이 높은 이유는 히말라야 산맥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조회수 19억 회에 이른 것은 급성장한 K팝 산업의 물결에서 우뚝 솟아난 결과다. 청년들의 핸드메이드 산업이 모습을 갖추어야 명장도 나올 수 있다. 10년, 20년 뒤 우리나라에서도 프라다나 에르메스 같은 명장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남민우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한국벤처기업협회 회장·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