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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직의 바둑 산책] 넘어야 할 선배 넘다, 김지석의 '힘바둑'

16일 GS칼텍스배 결승 3국이 끝난 직후 두 기사가 복기를 시작하고 있다. 승자 김지석(왼쪽)과 패자 최철한(오른쪽)의 표정이 대비되고 있다. [사진 한국기원]

김지석(25) 9단이 날개를 활짝 폈다. 16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19회 GS칼텍스배 결승 3국에서 김 9단은 최철한(29) 9단을 상대로 164수 백 불계승을 거두면서 3대0으로 우승했다. 이로써 김 9단은 GS칼텍스배에서만 16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면서 대회를 2연패했다. 도전권제가 아닌 토너먼트 기전에서 16연승 2연패는 대단한 기록이다. 그의 연승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바둑계는 김 9단의 우승을 크게 반기고 있다. 김 9단이 우승하는 데 힘(싸움)바둑의 장점이 큰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바둑은 본질이 전쟁이라 싸움을 즐기는 힘바둑이어야 앞날의 발전성이 높다. 실리를 중시하면 바둑을 바라보는 안목이 좁아진다.

현재 랭킹 10위 안에는 김 9단 외에 이세돌(31) 9단 등 힘바둑을 두는 기사가 몇몇 있으나 랭킹 50위권 안의 기사 대부분은 실리를 중시하고 있다. 한국 바둑의 장래가 염려되는 이유다. 신예 기사들의 실력 향상 과정에 관심이 큰 최규병 9단은 “지나친 실리 경향은 바람직하지 않다. 바둑은 적극적이어야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힘바둑은 한·중 경쟁에서도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근 중국의 젊은 기사들이 실리 중시 경향을 보이고 있어 중국기원도 긴장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20대 말이면 끝나는 짧은 기사 생명이 젊은 기사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킨 탓이 크다. 심리가 불안하면 실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우승은 김 9단에게 기사 생활의 전환점이 될 듯하다. 16일 김 9단이 “평소 친하고 존경하는 최철한 선배와 둬서 마음이 편했다”고 밝혔듯이 그는 오랫동안 넘고 싶었던 선배를 이겼다. 김 9단은 최근 최 9단에게 5연승을 거두어 상대전적 9승12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GS칼텍스 결승에서 이세돌 9단에게도 3대0으로 이겼다. 이 9단에겐 지난해부터 5승1패를 기록해 상대전적 8승13패가 됐다.

 그러나 김지석에겐 이겨야 할 후배가 남아 있다. 랭킹 1위 박정환(21) 9단이다. 두 기사는 어릴 때부터 도장과 연구회 등에서 언제나 가까이했다. 그렇지만 박정환에겐 3승14패에 그칠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다. 지난해 8월부터만 해도 5국을 전패할 정도다. 세계대회 우승을 목표로 삼고 있는 김 9단에게 박 9단은 넘어야 할 산이다.

 김 9단의 국내기전 우승은 모두 4회(2009년 한국물가정보배, 2013년 올레(olleh)배 바둑오픈챔피언십, GS칼텍스배)가 됐다. 결혼 후 성적이 좋아 심리적 안정이 주효했다는 평도 있지만 재능에 비추어볼 때 우승이 늦었다는 평도 있다. 그러나 2013년부터 1년도 지나지 않아 벌써 3회 우승이다.

 2006년부터 김 9단을 보살펴온 김성룡 9단(국가 상비군 전력분석관)은 “어릴 때는 놀았지만 다행히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김 9단은 천재였지만 이젠 한발 한발 노력하는 노력형에 가깝다. 후배들보다 더욱 열심”이라고 했다. 이세돌 9단도 2년 전에 김지석을 “차세대 첫째 기사”로 점 찍었었다. 바둑계의 높은 기대가 김지석의 어깨 위에 무겁게 내려앉고 있다.

 GS칼텍스배는 매일경제신문과 MBN·바둑TV가 공동주최하고 ㈜GS칼텍스에서 후원한다. 우승 상금은 7000만원(준우승 1500만원)이며 총예산은 4억2500만원이다. 제한시간은 10분40초, 초읽기 3회.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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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