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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어른들을 용서하지 말아라

성시윤
사회부문 기자
너무나 미안하다.

 우리 어른들 모두가 죄인이다.

 전남 진도군 관매도 앞바다 차가운 바닷물을 맞으며 비명을 지르던 너희를 우리는 지켜주지 못했다.

 등굣길 여고생 2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성수대교 붕괴가 올해로 20주년. ‘성수대교 참사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이 자리에 쓴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그런데도 참사는 이어졌다.

 추억으로 남아야 할 수학여행이 비극으로 변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51년 전 경기도 안양의 초등 5, 6학년 40여 명이 나룻배로 남한강을 건너다 숨졌다. 학생을 여러 번에 나눠 태우길 망설인 어른들의 부주의함 때문이었다.

 15년 전엔 경기도 화성의 씨랜드청소년수련원에서 난 화재로 유치원생 19명이 목숨을 잃었다. 불이 번지기 쉬운 자재로 건물을 대충 지은 데다 사후 관리도 허술했다.

 일부 어른에게 너희는 정성껏 배려하고 돌봐줘야 할 대상이 아니었음을 사죄한다.

 그보다는 어른들의 주머니를 채워줄 고객, 항의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대접을 안 해줘도 덜 불편한 손님이었다.

 너희들이 수학여행 중 잠자고, 식사할 장소를 놓고서 일부 어른들 사이에선 깨끗하지 못한 돈이 오간 적도 있음을 고백한다. 참사마다 가해자는 어른이고, 피해자는 힘 없는 너희들이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를 보며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안개 때문에 두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세월호가 꼭 출발해야 했을까. 늦게 출발했지만 세월호가 평소 다니던 항로로 가면 안 됐을까.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한 뒤 10여 분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신고하면 곤란한 상황이었을까. 학생들더러 ‘선실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수차례 방송을 한 선장은 학생들보다 먼저 배를 빠져 나와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두 달 전의 안전 점검에선 세월호의 40개 구명정 대부분이 침몰 사고 시 제대로 펴지지 않을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했을까.

 경기교육청은 ‘탑승자 전원 구조’를 성급히 발표해야 했을까. 사고 후 13시간이 지나도록 해운사와 정부 당국이 승선자 명단을 확정 못 한 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인가.

 그리고 안타까운 마음에 추가하게 되는 질문 하나. 이들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어른이 있었다면 너희들의 희생을 한 명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물속에서 공포에 떠는 와중에도 너희가 부모·교사·동기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뒤늦게 보며 어른들은 부끄럽기만 하다.

 “엄마 내가 말 못 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 “선생님 구명조끼 입으셨나요?” “여러분 사랑합니다.”

 너희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다.

 어른들을 용서하지 말아라. 절대로. 그래야 너희들은 우리와는 다른 어른이 될 게다. 정말 미안하다.

성시윤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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