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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한국인답게 행동하라?

백악관을 견학하던 한 소년이 케네디한테 물었다. “대통령께서는 어떻게 전쟁영웅이 되셨나요?”

 미소 띤 얼굴로 케네디가 답했다. “그건 전부 타의에 의한 거였단다. 적군이 내 배를 침몰시켰거든.”

 자의로 영웅이 되는 법은 없다. 의지와 상관없이 닥치는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영웅과 비겁자의 운명을 가른다.

 케네디의 경우는 이랬다. 1943년 8월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에서 미군 어뢰정이 일본 구축함의 공격을 받는다. 어뢰정 지휘관이 26세의 케네디 중위였다. 그는 생존한 부하 10명을 이끌고 까마득한 섬까지 헤엄쳐 가기로 결정했다. 자신도 부상했지만 더 다친 병사를 묶은 끈을 입에 물고 15시간이나 수영을 했다. 가까스로 닿은 섬은 무인도였다. 자제력을 잃어가는 병사들에게 농담을 걸며 용기를 북돋웠다. 먹을 것을 찾아 이 섬 저 섬 헤매던 그들은 나우루 섬에서 원주민을 만나 엿새 만에 구출됐다.

 사실 케네디가 대단한 영웅적 희생을 한 건 아니었다.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알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케네디는 전쟁영웅이 됐고, 화려하게 정계에 데뷔할 수 있었다.

 프랑스 소설가 로맹 롤랑이 『황홀한 영혼』에서 한 말 그대로다. “위대한 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러나 범인들은 할 수 있는 일도 안 하면서 할 수 없는 일만 바란다.” 롤랑의 말처럼 “인간의 불행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며, 사회의 불행은 사회 구성원이 각자 할 일을 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재난이 그렇다. 이번 세월호 침몰 역시 선박회사와 선장, 승무원들이 제 할 일을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측면이 많아 보인다. 그렇게 자기 할 일 안 하는 사람들이 모여 부실 공화국 대한민국을 만든다. 이 땅에 어이없는 재난이 그치지 않는 이유다.

 전설이 된 타이태닉호의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는 끝까지 승객 탈출을 지휘하다 침몰하는 배와 운명을 함께했다. 고향 리치필드에 있는 스미스 선장의 동상에 새겨진 그의 마지막 말은 이렇다. “영국인답게 행동하라(Be British).”

 만약 “한국인답게 행동하라”는 말을 새겨야 한다면 어떤 게 될까. “일등이 돼라(Be the First)” 아닐까 싶다. 어떻게든 (할 수 없는) 일등만 하면 된다는 사회 분위기도 그렇지만 승객은 나 몰라라 달아나는 데 일등이었던 선장처럼 말이다.

이훈범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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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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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