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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칼럼] 위안부 문제, 현실적 출구전략을 찾자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을 의제로 한 최초의 한·일회담이 열린 16일, 자타가 인정하는 한국 최고의 일본 전문가 5명에게 전화로 물었다.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가?” 돌아온 답은 모두 “불가능하다” “기대할 수 없다”였다. 불가능하고 기대할 수 없는 이유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최종적으로 마무리되었고, 남은 건 인도적 차원의 보상뿐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은 최근 도쿄에서 자민당에서는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을 만났다. 그들조차도 공 전 장관에게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물며 대권을 쥐고 높은 인기를 누리는 아베 총리야 말할 것도 없다. 아베와 그를 둘러싼 민족주의적 보수파 정치인들은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들 중 일부는 그때 그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되었다는 궤변으로 꽃다운 나이에 인간성을 말살당한 여성들을 인격적으로 두 번 죽이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유일하게 남은 방법은 특별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아베 재집권 이후 일본 정계의 세력구도와 혐한 감정이 넘치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로 봐서 특별법 제정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박철희 서울대 정치학 교수도 같은 생각이다.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지려면 입법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아베 체제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 정확한 지적이다. 정치지도자가 광적인 극단주의로 달릴 때 그걸 견제할 수 있는 것은 건전한 여론뿐이다. 그러나 2012년 여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본 국왕의 사죄를 요구하는 발언, 일본의 국제 지위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계기로 일본 여론은 순식간에 혐한으로 돌아서버렸다. 아베는 그 물결을 타고 총선에 승리하여 유유히 정권을 잡았다. 이런 분위기라 아베와 그의 추종자들이 역사인식과 위안부와 독도 문제에 강경한 발언과 망언을 할수록 그들의 인기는 치솟는다.



 일본이 민주당 천하가 되면 분위기가 호전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지만 민주당이나 자민당이나 위안부 같은 민감한 문제에서는 초록이 동색이다. 좋은 예가 2012년 2월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민주당 정부 때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차관이 들고 온 이른바 3점세트 제안이다. 내용은 한·일 정상이 만난 자리에서 일본 총리가 사과하고, 주한 일본대사가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을 찾아가 사죄하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그들에게 피해보상을 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 외교부 아시아국장이었던 조세영 동서대학 교수는 그 제안 자체는 외견상 괜찮은 것으로 보였지만 그 배경과 경위가 문제였다고 말한다. “그건 법적 책임이 아니라 도의적 책임만 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는 그 정도를 가지고는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과 국민들에게 제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정부는 법적 책임을 지라는 요구 대신 국가책임을 지라는 요구로 문턱을 높여 논의가 불발되었다. 정부 예산으로 보상을 한다는 조항을 넣어 법적 책임을 피해가려는 일본의 꼼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 노다가 8월에 가서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증거가 없다고 강변한 것이 사사에의 3점세트 제안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가를 웅변으로 증언한다.



 일본에서 민주당 정부가 취한 가장 성의 있는 조치는 2010년 8월 한·일병합 100주년에 나온 간 나오토 총리 담화다. 그건 1995년 무라야마 담화같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가져 온 다대한 손해와 고통에 대하여 다시금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명했다. 평가할 만한 담화였지만 5년 전 나온 무라야마 담화에 묻혀 한국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져 버렸다. 반한, 혐한 감정이 일본 사회에 널리 확산된 지금은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간 나오토 담화는 고사하고 3점세트 제안의 수준으로 돌아가기도 어려워 보인다.



 공로명 전 장관에 따르면 이제 일본인들이 한국을 보는 눈은 특수관계에서 덤덤한 관계로 변했다. 도덕적 색맹을 도덕적으로 압박해도 실익이 없다. 우리도 일본을 도덕적으로만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위안부 문제라는 한·일 관계의 병목을 제거하는 노력은 계속하되 조세영 교수의 말처럼 당분간 화해는 어렵다는 사실, 제한된 협력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출구전략을 세워야 한다. 결국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와 경제·안보협력을 분리하는 투트랙이 남는다. 그것이 북한의 부단한 안보 위협, 일본의 군사 대국화의 길 질주,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치열한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명령이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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