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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가치주 펀드, 이 셋이 금·은·동


코스피가 답답한 박스권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가치주펀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올 1월 이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조1056억원이 빠져나갔지만 가치주펀드엔 2584억원이 유입됐다. 지난달 17일 출시된 소득공제장기펀드 역시 판매 상위 5개 펀드 중 4개가 가치주펀드다. 가치주 3인방으로 불리는 KB운용의 KB밸류포커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투밸류10년투자,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을 비교해 봤다. 가치주펀드라고 다 같은 건 아니었다.

한투밸류 ‘가치주 펀드=중소형주’ 공식 깨

 단연 눈에 띄는 건 한투밸류10년투자 펀드의 변신이다. 지난 2월 3일 기준 이 펀드가 보유한 종목의 평균 시가총액은 38조4700억원. KB밸류포커스(29조6600억원)나 신영마라톤(25조9100억원)에 비해 10조원가량 많다. 그만큼 대형주를 많이 들고 있다는 얘기다. ‘가치주펀드는 중소형주를 많이 담는다’는 기존 인식과는 정반대다.

 대형주가 많다 보니 편입 종목은 적었다. KB밸류포커스와 신영마라톤이 각각 120개, 117개 종목을 담고 있는 반면 한투밸류10년투자는 57개였다. 설정액이 적어서가 아니다. 한투밸류10년투자는 1조2000억원 규모로, 가치주펀드 3인방 중 둘째로 몸집이 크다. 한투밸류 측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60%가 대형주로 채워져 있다”고 말했다.

 2012년까지만 해도 중소형주 비중이 80~90%에 달했다. 중소형주를 팔고 대형주를 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이 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이채원 부사장은 “최근 14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을 비교해보면 대형주가 중소형주보다 평균 90%가량 높았는데 지난해 이 차이가 50%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최근 2~3년 사이 가치주 열풍이 불면서 중소형주 가격이 오르고 대형주 가격이 낮아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이 낮아지면서 대형주가 저평가 가치주 영역에 들어왔다는 얘기다.

 중소형주 중심의 가치주 펀드는 대형주가 선전하는 시기엔 힘을 쓰지 못해왔다. 이른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코스피를 끌어올렸던 2010~2011년이 그랬다. 가치주펀드로 유명한 신영자산운용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고객들에게 사과했을 정도다. 이채원 부사장은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출 대형주 중심의 상승장이 오더라도 시장 대비 크게 뒤처지지 않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라고 강조했다.

KB·신영은 ‘저PBR·저PER 선호’서 탈피


 주식을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준이 주가순이율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과 PBR이다. PER은 연봉, PBR은 재산에 비유할 수 있다. 버는 돈(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은 주식이 저PER주고, 가진 재산(순자산)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이 저PBR주다.

 가치주 펀드들은 저PER·저PBR 종목을 좋아한다. 특히 저PBR 종목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PBR이 0.5배인 종목이 있다고 치자. 주가가 청산 가치의 절반, 그러니까 회사 자산만 처분해도 투자금을 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가치주펀드가 저PBR 종목을 좋아하는 건 그만큼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데 KB밸류포커스 매니저는 생각이 달라 보인다. 보유 종목의 비중을 고려해 평균치를 계산한 PBR이 가치주펀드 3인방 중 가장 높았다. 이 펀드 운용 담당자인 최웅필 상무는 “가치주펀드가 늘면서 주가가 올라 PBR이나 PER 같은 계량적 기준으로 발굴할 수 있는 종목이 줄었다”며 “종목 발굴 시 성장 가능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KB밸류포커스가 보유한 종목을 보면 가치주펀드가 좋아하지 않는 종목들이 눈에 띈다. 다음이 대표적이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종은 미래 성장성 때문에 주가가 높게 형성되다 보니 가치주로 분류되기 어렵다. 최 상무는 “국내 포털 시장에서 20% 수준의 안정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며 광고 수익을 꾸준히 내고 있는 데다 제조업과 달리 투자금이 많이 들지 않아 현금 흐름이 좋은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역시나 가치주와 거리가 먼 엔터테인먼트 대표주 SM도 2010~2012년 보유한 바 있다. 소녀시대와 동방신기 같은 주력 연예인들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자 향후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신영마라톤은 PER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실적이 나빴던 종목 중 개선의 여지가 큰 종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허남권 부사장은 “PBR이 낮은 종목 중 지난해 실적이 나빴더라도 향후 수익 개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담았다”며 “지난해 연결 기준 적자를 기록했지만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올해는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한국전력 같은 종목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60%를 대형주로 채우고 있는 한투밸류10년투자의 경우 PER은 8배, PBR은 0.8배 수준이었다. 대형주 중에서도 저PER·저PBR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짰다는 의미다.

“당분간 수출 비중 높은 대형주 펀드 유리”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금 투자하면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가 어떤 펀드인가다. 증권업계에선 2분기 이후 코스피 지수가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 양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미 국이 금리 인상 같은 출구전략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는 4분기 즈음엔 변동성이 생길 수 있지만 그전까진 수출 비중이 높은 대형주가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소형주보다 대형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가진 펀드가 유리하다는 말이다.

 조 연구원은 “경기 침체기엔 성장이라는 프리미엄 때문에 성장주가 선전하지만 경기 회복기엔 저평가된 가치주가 낫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가치주의 투자 매력도를 판단할 땐 PER보다 PBR을 더 중요하게 볼 것을 권한다. 소재나 화학업종 실적이 부진하면서 향후 실적 전망을 기초로 한 PER 값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가치주펀드 역시 PBR이 낮은 펀드가 앞으로의 시장에선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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