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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침몰하는 배에서 1호로 탈출한 나쁜 선장

대형 재난에선 현장 지휘자에 따라 피해 규모와 양상이 달라진다. 2년 전 샌프란시스코 공항 아시아나항공기 착륙 사고 당시 3명이 사망했지만 승무원들의 일사불란한 위기대응으로 인명 피해를 더 키우지 않았다. 선박 사고에선 선장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대형 해상 사고였던 영국 타이태닉호의 경우 여성과 어린이 생존율은 각 70%와 50%를 넘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영국 선적의 대형 해상 사고에서 여성 생존율은 15.3%였지만 이 사고는 예외였다. 당시 선장이 구명보트 앞에 총을 들고 서서 먼저 타려는 남성들을 제지하고 여성과 아이들을 구한 결과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 연구진이 1852년부터 2011년까지 100명 이상 인명 피해가 난 해상 사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런 대형 사고에선 승무원 생존율이 승객보다 높았다. 생존율은 승무원(61.1%), 선장(43.8%), 남성(37.4%), 여성(26.7%), 어린이(15.3%) 순이었다. 승무원이 먼저 살고자 하는 한 대규모 피해를 피할 수 없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선 선장과 항해사 등 승무원들이 가장 먼저 탈출했다. “승무원이 가장 나중”이라며 승객 구조를 한 건 22살의 어린 여승무원뿐이었다. “그 자리에 있으라”는 말만 남기고 승무원들이 탈출한 사이 지시를 따르고 질서를 지켰던 많은 어린 학생과 시민들은 지금 생사 확인이 안 된다. 배가 가라앉기까지 두 시간여. 선장이 승객 구조에 나섰다면 400여 명을 못 구할 시간은 아니었다.

 이는 위기대응 능력과 책임감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법은 경각심을 주기엔 처벌규정이 약하고, 실제 처벌은 더 가볍다. 한 예로 1994년 충주호 유람선 사고 당시 관련 당사자들은 과실치사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집행유예 등을 선고해 실형을 면해줬다. 한편 이탈리아 검찰은 2년 전 4000여 승객 중 32명이 사망한 여객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좌초 당시 배를 버렸던 선장에게 2697년을 구형했다. 법 집행은 관련 종사자들의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이뤄져야 하고, 선박사는 위기대응 능력이 몸에 밸 때까지 훈련해야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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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