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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철 박사의 건강 비타민] 100세 시대 복병 … 팔십 고개 넘어 덜컥 '초고령 암'

얼마 전 팔순의 박모씨가 기침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연세암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폐암 3기. 폐 곳곳에 암 세포가 퍼져 있었다. 수술은 불가능했다. 대안은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 항암제를 투여하기에는 체력이 너무 약했다. 박씨가 견딜 수 있을 만큼 항암제 용량을 줄여 투여하면서 방사선 치료를 병행했다. 병세가 호전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9개월 후 겨드랑이에 암이 전이된 것이 발견됐다. 그렇지만 이미 체력이 더 떨어져 항암치료는 불가능했고, 제한적인 방사선 치료 외에 할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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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속한 고령화와 진단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박씨 같은 80세 이상 초고령 암 환자가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전체 암 환자 21만8017명 중 80세 이상은 1만7293명으로 7.9%를 차지했다. 2005년 1만1048명에 비해 56.5% 증가했다. 2011년 80세 이상 암 환자를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로 환산하면 1785.1명이다. 전체 발생률(435.1명)의 4.1배에 달한다.

 노인들은 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는 잘못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암 발병률은 증가한다. 초고령 암 환자는 급증하지만 치료는 쉽지 않다. 이유는 다양하다. 70대까지는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하지만 80대는 치료법에 제약을 받는다. 기초체력 등 수술 여건이 될 때만 칼을 댄다. 국소적 방사선 치료 정도만 할 뿐 항암 약물치료와 같은 전신 치료는 잘 하지 않는다. 70대 체력을 가진 일부 환자에게는 조심스레 항암치료를 하기도 한다.

 지난해 초 병원을 찾은 이모(83)씨는 폐암이 뼈·뇌·흉막으로 전이된 상태였다. 가족들은 고령을 이유로 치료를 원하지 않았다. 환자 상태를 종합한 결과 체력이 괜찮은 편이고,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돼 치료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 그래서 가족을 설득해 표적항암제 치료를 시작했는데 약물 반응이 좋아 별 부작용 없이 지금까지 잘 치료받고 있다. 변수는 또 있다. 초고령 환자에게는 항암제 양을 70~80%로 줄여 투여해야 한다. 건강보험 인정 기준은 100% 투여다. 나중에 당국이 근거를 대라고 하면 난감하다. 건강보험 기준은 젊은 사람에게 맞춰져 있다. 연령에 따라 항암제를 늘리거나 줄여도 된다는 조항이 없다. 그렇다 보니 초고령 암 환자를 치료하고 진료비를 삭감당하기도 한다. 초고령 암 환자 치료에는 손이 더 간다. 이래저래 병원 입장에서는 치료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요즘 들어 초고령 노인들도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는 경우가 늘었다. 대부분의 환자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수술을 받는 환자도 늘어난다. 위·간·유방·자궁·전립샘·갑상샘 등 주요 7개 암 수술을 받은 80세 이상 환자가 2006년 1300명에서 2011년 2699명으로 두 배가 됐다(건강보험 주요 수술통계). 하지만 자식 입장은 천차만별이다. 비용 부담, 환자의 체력 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경우도 있다. 초고령 환자들은 민간 암보험 가입률이 낮다. 초고령 암 환자의 치료 여부, 건강보험 기준, 간병 등의 부담을 환자와 병원이 떠안기는 무리다.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초고령 암 치료의 가이드라인과 진료 지원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

정현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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