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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암 치료 선진국에서 치유 선진국으로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박현영
사회부문 기자
“만날 울상이면 집이 ‘무덤’같이 느껴질까 봐 밝게 행동하려고 애썼어요. 시간이 지나니 제가 환자인 걸 잊고 남편과 아이들이 청소해 달라며, 음식 맛이 덜하다며 불만을 표시해요. 이럴 땐 암과 싸워 이겨야 한다는 의지가 약해져요.”



 3년 전 대장암 진단을 받은 주부 이모(42)씨는 암뿐 아니라 스트레스와도 싸우고 있다. 몸이 아픈 고통은 남녀노소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씨의 경우처럼 여성 암 환자의 고통은 남자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혼율이 남자의 네 배에 달한다. 젊을수록 높은데 40~59세가 60대 이상의 2.2배, 30대 이하는 5.4배에 달한다.



 여성 암 환자가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30~40대는 취업과 결혼,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과 부모 봉양을 해야 할 때다. 부인이자 엄마, 며느리이자 딸, 그리고 일터에서까지 1인5역을 맡는다. 이때 여성이 암에 걸리면 충격이 전 방위적으로 번진다.



 한국은 암 치료 기술에 있어서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나라다. 위암 발병률이 세계 1위이지만 발병 대비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게 이를 증명한다. 일부 암은 한국의 치료법이 세계 표준이 되기도 한다. 수십 년간 우수 인재가 의사가 됐고, 의료 분야에 기업가적 투자가 이뤄진 덕분이다.



 그러나 암 생존율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해서 암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소 줄어들 뿐이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바꿀 때는 여전히 암이라는 질병을 사용한다. 암에 걸리면 정신적인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여자는 충격이 더하다. 여성성의 상실이라는, 남자가 모르는 고통에 시달린다. 어떤 폐암 환자는 “아이들을 제대로 못 챙겨서 라면만 먹이는 게 가슴 아프다”고 말한다. 어느 누구도 여성 암 환자의 이런 아픔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한국은 ‘암 치료 선진국’일지는 몰라도 ‘암 치유 선진국’은 결코 아니다.



 미국의 MD앤더슨 암센터는 암 진단과 동시에 심리치료사가 붙는다. 프랑스는 3년간 310일까지 정액의 수당을 지급하며 가족 간호 휴직을 보장한다. 스웨덴은 임금의 80%를 지급하며 연간 60일을 보장한다. 이인정 호서대 교수는 “간병 휴가는 발병 초기에 환자와 가족이 새로운 생활 방식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가 비정규직이 많기 때문에 암에 걸리면 일자리를 쉽게 잃는다. 유럽의 일부 국가는 여성 암 환자의 일자리 복귀 프로그램을 정부가 지원한다.



 이제 암 치료를 잘한다고만 내세울 게 아니다. 여성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치유 선진국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게 가정을 지키고 나아가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박현영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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