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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
‘교육 활동의 하나로서 학생들이 평상시에 대하지 못한 곳에서, 자연 및 문화를 실지로 보고 들으며 지식을 넓히는 여행’. 수학여행의 사전적 의미다. 하지만 가본 사람은 안다. 현실이 얼마나 다른가를. 정작 관광지에서 뭘 했는지, 무슨 역사적 배경인지는 기억나는 게 없다. 오히려 선생님들의 감시를 피한 음주와 장난, 한껏 멋을 낸 사복 패션, 반 대항 장기자랑 등이 그 자리를 채운다.

 16일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청해진해운 소속 세월호에 타고 있던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도 똑같을 수 있었다. 적어도 아침식사를 마쳤을 때까지는 그랬다. 전날 밤부터 여흥이 시작됐다. 여객선 안에는 레크리에이션 시설도 있었고, 매점에서 간식을 사먹는 재미도 있었다.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제주도 여행 얘기로 꽃을 피웠다. “멋지게 한라산 등정하자” “사진 많이 찍어 추억을 만들자”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떠들지 마라” “돌아다니지 마라” 같은 선생님들의 잔소리를 들을 필요도 없었다. 13시간30분이나 타고 가는 항해에서 이미 수학여행의 재미를 제대로 만끽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예정대로라면, 내일 오후엔 집으로 돌아갔어야 했다. 가족 수에 맞춰 고른 기념품, 용두암·성산봉에서의 인증샷이 가득한 휴대전화를 챙겨 들고 말이다. 간만에 한라산에 오르느라 다리가 뻐근했을 수도 있었겠다. 하나 어쨌거나 어둠 속에서 물이 차오르는 죽음의 공포 같은 건 꿈에서라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이번 사고가 그 어떤 경우보다 안타까운 건 승객 중 대다수가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열일곱밖에 안 된 아이들, 갑작스러운 생사의 갈림길에서 그들이 겪었을 공포와 충격을 누가 대신 짐작할 수 있을까. 구조 작업을 지켜보며 그 상황을 상상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가슴 미어질까. 괜히 보냈다는 후회가 또 얼마나 사무칠까.

 극기훈련이나 신입생 환영회, 수학여행까지 학생들이 당하는 사고가 반복된다. 지난 2월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선 대학 신입생들이, 지난해 7월엔 해병대 캠프에서 실시한 극기훈련 중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어른들이 빚어낸 어이없는 참변 뒤엔 산 자도 떠난 자도 깊은 상처가 남는다. 그 대표적인 것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다. 전쟁·고문·자연재해·사고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심리적 고통이다. “지금 제일 안쓰러운 건 저 애들이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거야. 옆자리가 빈 채로 그저께까지만 해도 같이 놀았을 친구 없이 다시 원래대로 생활해야 한다는 거야. 이게 대체 무슨 고문이냐고.” 트위터에 올라온 어느 글이다. 사고 수습은 언젠가 끝나겠지만 진짜 끝난 게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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