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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웃는 명품, 우는 명품

페라가모 지갑과 구두, 핸드백을 좋아해 한때 친구들 사이에서 ‘페라가모 충성 고객’이라고 불렸던 직장인 박수연(32)씨는 5월 결혼을 앞두고 예비 신랑인 이모씨와 함께 백화점 명품관을 찾았다.



하나 사도 좋은 것만 … 바뀌는 시장
초고가 에르메스·샤넬 선전
구두·가방보다 시계·보석 잘 팔려
값 어정쩡한 페라가모·구찌 고전
백화점서 매장 철수하는 수모도

 이들 커플은 복잡한 예물 대신 서로 원하는 제품을 하나씩만 선택하기로 하고 예비 신랑 이씨는 ‘IWC 포르토피노’ 시계를, 박씨는 ‘샤넬 2.55 빈티지 라지백’을 각각 구입했다.





 박씨는 “신랑과 나는 철저하게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했다”며 “페라가모나 구찌처럼 이전보다 희소성이 떨어지는 제품 대신 40~50대까지 가치가 떨어지지 않고 쓸 수 있는 명품시계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오르는 샤넬백을 사두는 것이 현명한 소비”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명품 권력’의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구찌·페라가모·버버리 등 국내 시장을 호령했던 1세대 명품 브랜드들이 지고 있다. 이들 브랜드들이 매출 하락과 함께 백화점에서 매장을 철수하는 수모까지 겪고 있는 반면 시계·보석 브랜드들은 국내 명품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통 명품들의 위상은 전에 없이 떨어지고 있다. 페라가모는 갤러리아 명품관 리뉴얼 과정에서 매장을 철수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공간 조정 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페라가모의 실적 부진 후폭풍’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페라가모 코리아의 매출은 2011년 972억원에서 이듬해 984억원, 2013년에 1119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2년 새 210억원에서 107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여기에 페라가모 코리아의 합작 투자사였던 리앤펑이 지분을 빼면서 1996년부터 18년 동안 페라가모코리아 지사장을 맡았던 최완 대표가 지난해 말 떠나고 김한준 전 MCM 내수총괄 본부장이 새 대표로 긴급 수혈됐다. 구찌그룹코리아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달 루이비통 출신의 카림 페투스 사장을 ‘구원 투수’로 투입하고 실지 회복에 나섰지만 상황 반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찌그룹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2425억여원으로 2012년(2558억여원)보다 5.2% 감소했다. 이는 2011년 실적(매출 2959억원)과 비교해 500억원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영업이익 역시 2011년 460억원에서 2013년에는 283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버버리 코리아 역시 매출은 최근 3년 새 2000억원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2년 새 428억원에서 210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2010년 26억원으로 적자전환해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도 적자폭이 2011년 29억원에서 2013년 64억원으로 120%나 커졌다.



 이들 명품 브랜드들이 고전하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한국 중산층의 몰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상위 부유층이 즐겨 찾는 에르메스·샤넬 같은 초고가 브랜드는 경기 둔화 여파가 크지 않은 반면 중산층 고객 비중이 큰 구찌·페라가모 등은 이들의 소비 위축과 함께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에르메스·샤넬 등 초고가 제품을 주로 다루는 브랜드들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한 백화점에 따르면 구찌와 비슷한 가격대인 프라다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15% 하락한 데 반해 에르메스 매출 성장률은 25.9%(2012년)→ 20.3%(2013년)로 성장 곡선을 타고 있다. 샤넬의 매출 역시 2012년 24.7%, 2013년 21.8% 늘어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 중이다.



 명품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버킨백이나 켈리백 등 1000만원대 핸드백을 파는 에르메스, 500만~1000만원대의 핸드백을 판매하는 샤넬은 경기와 관계없이 매출이 상승하지만 200만~500만원대 제품을 취급하는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한때 ‘명품계’가 유행할 정도로 중산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느는 듯했지만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이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고 브랜드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병행수입이나 직구가 가능해지고 각종 아웃렛·온라인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제품이 들어오면서 브랜드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에르메스의 경우 이전 구매액이 2000만원 이상인 고객에 한해 버킨백 구매 자격을 주고 대기해야만 제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최상위층을 위한 마케팅을 해왔다”며 “다른 브랜드들은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희소성이 떨어지고 가격대도 낮아지면서 ‘구별짓기’라는 명품의 기본 기능을 잃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명품 소비 문화가 한 단계 성숙했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다. 가방이나 구두, 벨트 등 잡화 위주로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서서히 고가품인 시계와 보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명품 시계와 주얼리 브랜드들은 불황 없이 영업이익이 확대되는 추세다. IWC, 바쉐론 콘스탄틴, 반클리프&아펠, 까르띠에 등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트코리아의 경우 2012년(매출 2432억원) 이래 최근 3년 새 해마다 1000억원 안팎으로 판매가 폭증해 지난해 외형(매출 4139억원)이 두 배 가까이 커졌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은 207억원으로 2년 전보다 네 배나 폭증했다. 까르띠에 관계자는 “명품 시장은 뷰티-잡화-의류-시계·보석의 순으로 성장해나간다”며 “한국 명품 시장이 성숙해가면서 충분히 많은 패션 브랜드들을 경험했기 때문에 새로운 것, 더 좋은 것을 찾으며 시계가 자연스럽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메가·브레게·블랑팡·티쏘·해밀튼 등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스와치그룹코리아 역시 지난해 매출이 2156억원으로 전년(매출 1538억원) 대비 40.1%나 늘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8.1%, 261.9% 늘어난 221억원, 172억원을 기록했다. 한국 롤렉스도 마찬가지다. 2013년에 전년보다 10% 늘어난 85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도 23.3% 늘어난 91억원을 기록했다.



 이들의 위상은 백화점 매장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시계 코너에서 여러 브랜드들을 동시에 다루던 백화점들이 브랜드 독립매장을 늘리고 ‘럭셔리 워치존’을 새로 여는 등 볼륨을 확대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초 에비뉴엘에 바쉐론 콘스탄틴과 브레게·블랑팡·IWC 등 명품시계 단독매장을 열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바쉐론 콘스탄틴에서만 매달 4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이에 질세라 2011년 6월 롤렉스, 까르띠에, 브레게, 오메가, 태그호이어, 브라이틀링, 몽블랑 등만 있던 서울 본점에 바쉐론 콘스탄틴과 IWC·예거 르쿨트르·리스나르덴·자케드로의 매장을 새로 가세시켜 명품시계전문관을 만들었다.



 이듬해 8월에는 서울 강남점에 오메가·위블로·부쉐론·브라이틀링·태그호이어 5개 브랜드의 매장을 리뉴얼하고 IWC·바쉐론 콘스탄틴·예거 르쿨트르·랑에 운트 죄네·파미르지아니 5개 브랜드를 신규로 들여와 총 10개의 시계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잡화를 주로 취급하는 명품 브랜드들은 2012년 6.3%, 2013년 4.1%로 성장률이 한 자릿수인 데 반해 시계·주얼리 매장은 2011년 32.6%, 2012년 19.1%, 2013년 11.0%으로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급 시계와 보석 브랜드들이 각광받는 데는 신혼부부와 중국인 등 새로운 소비층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갤러리아 백화점에 따르면 최근 남성 예물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명품 시계로 까르띠에, 오데마피게, 브레게 순으로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도 명품 보석 선호도에서 까르띠에가 1위를 차지했고, 티파니앤코와 반클리프아펠이 뒤를 이었다. 피아제의 ‘알티플라노’ 컬렉션(3000만원대)이나 까르띠에의 탱크MC(2500만원대), 롤렉스의 데이트 저스트2(1500만원대), IWC 포르토피노(850만원대) 등 제품이 인기다. 갤러리아 백화점 관계자는 “요즘은 여러 가지 예물을 고루 하는 것보다 시계나 보석 하나로 예물을 줄이되 최고급 제품을 찾는 추세”라며 “까르띠에, 티파니앤코, 반클리프아펠이 전체 웨딩 마일리지 매출 기준으로도 1, 2, 3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중국인 소비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점과 백화점을 방문한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은 예외 없이 1000만~3000만원대 시계를 싹쓸이하듯 사가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보다 가격이 싸고,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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