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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기독교·이슬람·유대교 … 공통분모 있을까?

이슬람 종교의식에서 비롯된 이집트 전통 춤인 ‘수피 댄스’를 추고 있는 무용수. 알가잘리는 춤과 음악이 신(神)을 체험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사진 위키피디아]


사람과 고등 유인원은 최소 90%의 DNA를 공유한다. 사람은 커피하고도 DNA가 50% 같다. 가까운 친척과 먼 친척이 있다.

[좋은 삶, 좋은 책] ⑨ 알가잘리 『행복의 연금술』



 종교는 어떨까. 모든 종교의 궁극적인 진리는 100% 동일하기에 예컨대 ‘불교와 기독교는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슷해 보여도 본질은 완전히 다르기에 기독교와 이슬람, 개신교와 가톨릭의 공통점은 0%라는 견해도 있다.



 이슬람 신학자 알가잘리(1058~1111)가 지은 『행복의 연금술』(1097)은 이슬람과 신비주의를 중심으로 종교의 공통점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유대교·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아브라함의 종교’라 불리는 이슬람은 창조주,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죽은 자의 부활, 영원한 생명을 믿는다.



 신비주의는 모든 종교의 공통분모다. 신비주의는 이성·교리·의식보다는 어떤 직접적인 영적 체험을 통해 진리를 추구한다. 이슬람 내부 신비주의인 수피주의(Sufism)는 금욕, 고행, 청빈한 생활을 실천하고 신인합일(神人合一) 체험을 중시했기 때문에 한때 정통파 이슬람으로부터 이단으로 몰리기도 했다. 사실 모든 신비주의는 주류 정통파와 미묘한 갈등·긴장 관계다.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이슬람의 최고 신학자는 페르시아 출신이었던 알가잘리다. 그는 ‘선지자 무함마드 이후 가장 위대한 무슬림’ ‘이슬람의 증거’라 불린다. 중세 기독교 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토마스 아퀴나스(1225~74)도 그를 인용했다.



 알가잘리는 그리스 철학과 이슬람 신학을 완벽히 소화했다. 30대에 이미 명성이 자자한 대학교수였다. 신앙의 위기가 찾아왔다. 자신이 믿는 것이 확실한지 의심하게 됐다. 음식을 제대로 못 먹고 말도 제대로 못하게 됐다. 알가잘리는 수피주의에서 해답을 찾았다. 상징적이자 물리적인 ‘오랜 여정’ 끝에 그는 이슬람 정통 교리와 신비주의를 융합시켰다. 논리·이성, 직접 체험, 직관, 상상력, 수양과 금욕을 한데 뭉뚱그린 신앙체계를 완성한 것이다.



『행복의 연금술』 영문판(The Alchemy of Happiness·왼쪽)과 한글판 표지.
 『행복의 연금술』은 일반인을 위한 이슬람 신비주의의 결정판이다. 『행복의 연금술』은 영혼·신·현세·내세에 대한 지식을 다루고 있다.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 아니라 신과 하나가 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다. 알가잘리는 이렇게 말한다. “땅속의 씨처럼 사람의 영혼에는 지식이 잠재돼 있다. 배움으로써 잠재됐던 게 실체가 된다.”



 무엇을 배워야 할까. 자기 자신에 대해서다. 『행복의 연금술』에 따르면 참으로 행복한 사람은 자신을 아는 사람이다. 우리 자신에 대해 알기 전에는 우리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없다. 우리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은 무엇보다 영적인 존재라는 것, 우리를 영적으로 만드는 우리의 영혼이 사실은 완벽하다는 사실이다. 우리 영혼은 먼지 때문에 원래 용도를 상실한 거울과 같다. 하지만 욕망 때문에 탁해진 영혼을 닦아내면 영혼은 신의 빛을 반사하는 거울이 될 수 있다.



 사람은 왜 고통을 느낄까. 신과 유리됐기 때문이다. 신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 않고서는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없다. 하지만 고통을 덜기 위해 사람은 몸의 쾌락을 추구한다. 신체적인 쾌락은 고통을 덜 수 없다. 고통의 근본 원인은 영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알가잘리는 이렇게 말한다. “신을 향하지 않고 있다는 게 모든 고통의 원인이다.” 인생이 여정이라면 몸은 말이나 낙타와 같다. 인생의 목적지에 당도하기 위해서는 낙타를 잘 돌봐야 한다. 하지만 지구라는 ‘타향으로 간 여행객’인 인간은 탈것에 불과한 몸에 지나치게 집착하느라 목적지를 종종 잊어버린다.



 신을 바라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은 보이지 않는 여러 원수에게 포위돼 있다. 원수란 이기심·거만함·욕심·음욕·옹졸함·분노·거짓말·속이기·험담하기 같은 것들이다. 험악한 말을 하는 것, 돈·권력·명예를 사랑하는 것도 행복을 가로막는 원수들이다. 특히 아무리 많이 기도하고 금식해도 신과 나 사이에 이기심이 자리 잡고 있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게 알가잘리의 주장이다.



 이슬람에 따르면 신은 12만4000명의 예언자를 땅으로 보냈다. 자아가 변하는 게 행복이라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자아가 변하면서 사람은 식탐·색욕 같은 ‘저급한’ 욕구로부터 멀어지며, 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직관·직감력이 강화된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다. 몸과 마음에 병이 생겼을 때 의사나 점쟁이도 나름대로 원인을 제시하고 설명할 수 있다. 고통에 대해서도 수많은 원인이 제시될 수 있다. 알가잘리에 따르면 피상적인 원인과 진짜 원인이 있다.



세상 속에는 진짜 원인은 없다. 신이 병 같은 고통을 주는 이유는 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나를 미워하거나 해코지하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 때문에 상심하거나 그에게 복수할 궁리를 할 필요가 없다. 궁극적인 원인은 신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연금술』은 또 이렇게 말한다. 신이 우주를 만든 목적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목적이 있다. 목적이 있는 것은 모두 귀하다.



김환영 기자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중남미학 석사학위와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일보 논설위원겸 심의실 위원, 단국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만나다』『아포리즘 행복 수업』등이 있다.



Al-Ghazzali



알가잘리
오늘날의 이란 투스 지방에서 출생하고 별세했다. 바그다드에 있는 니자미야대의 학장으로 재직하다 1095년 영적인 위기를 겪었다. 저서로는 『철학자의 모순』 『여러 종교학의 소생』 등이 있다. 최소 50권의 책을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딸은 여러 명 뒀으나 아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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