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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끝이 안 보이는 한국증시 디스카운트

김광기
이코노미스트·포브스 본부장
코스피지수가 2000을 다시 눈앞에 두자 여의도 앵무새들이 모여 합창을 한다.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돼 있다. 세계 주요국 증시의 그것과 비교해 볼 때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



 단골 레퍼토리는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가 주당순익의 몇 배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PER은 현재 8.5배로 선진국(평균 14배)과 신흥국(10.5배)을 통틀어 가장 낮다. 시가총액과 순자산을 비교하는 PBR을 봐도 한국은 1.1배로 세계 평균(1.7배)에 크게 못 미친다. 이런 갭이 약간만 좁혀져도 코스피지수는 2200~2300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가지수 3000 대망론’까지 등장했다. 한국 증시가 유독 푸대접을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본격 해소되는 국면을 맞았다는 것이다. 이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북한 변수와 기업 배당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한다. 과연 그럴까.



 먼저 북한 변수가 더 이상 한국 경제에 위협 요인이 아니라는 것은 맞다. 통일 대박론 덕분인지 호재로 인식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말 북한의 서해안 포격 도발에 우리 군이 대응 사격한 날에도 코스피지수는 상승했다. 증시의 북한 리스크는 거의 소멸했다. 그러나 통일 대박으로 주가가 오르기까지는 갈 길이 너무 멀다. 남북경협을 위해선 상대방과 손을 맞춰야 하지만, 북한은 꿈쩍도 않고 있으니 말이다.



 다음으론 국내 상장회사들도 이제 주주 친화적 경영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다. 적정 배당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보답할 때가 됐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주요 그룹의 3세 승계 움직임과 맞물려 기대는 커지고 있다. 현재 상장사들의 여유 현금은 줄잡아 200조원. 삼성전자 한 곳만 55조원이다. 그런데도 지난 1년간 증시의 배당액은 12조원, 주가와 비교한 배당수익률은 1.2%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 증시(평균 2.4%)에서 꼴찌권이다.



 배당이 많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기업이 계속 혁신하며 고성장을 구가할 때는 한 푼이라도 더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선진국 증시에서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같은 기업도 창업 초기 고성장 국면에선 배당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 성숙단계에 들어가면 배당을 크게 늘린다. 주주들도 현금만 쌓아놓고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는 기업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 현재 미국의 상장사들은 시가총액 대비 평균 2.5% 선의 배당과 2~3%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 보상을 한다. 매년 5% 정도는 주가가 안정적으로 오를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셈이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도 달라질 것인가. 결론은 ‘아니올시다’라는 쪽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에게 물었다. “현재 1% 선인 배당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일 생각이 있느냐”고. 우회적인 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오는 2020년 매출을 4000억 달러(약 420조원)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놓은 데 주목해 달라. 지금의 2배다. 이런 고성장이 곧 주주에 대한 최대 보상이 아니겠는가.” 삼성은 아직 성장에 목말라 있고 고배당은 시기상조라는 얘기였다. 현대차·LG 등 다른 대그룹들도 비슷한 생각일 듯하다.



 중견그룹들은 어떨까. 롯데·오리온·남양유업 등 성숙단계의 기업들은 배당에 더 인색한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도 비상장 계열사를 낀 오너 배당에는 통 크게 쓴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최근 과자봉지를 만드는 개인 기업 아이팩에서 순익의 6배가 넘는 150억원을 배당으로 받았다. 일감 몰아주기로 이 회사를 먹여 살린 모기업 오리온의 주주들이 손에 쥔 배당수익은 고작 0.3%였다. 소액주주를 우습게 아는 오너가 허다한 게 한국의 현실이다. 이들은 거수기 사외이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한 뒤 회사의 기회를 개인 것인 양 유용하기 일쑤다. ‘기업가치 따로, 주가 따로’가 이상할 게 없는 이유다.



 미국에선 상장사를 ‘Public Company’라 부른다. 기업을 공개하면 더 이상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며 불특정 다수 주주들의 것이란 의미다. 한국의 상법도 ‘1주식 1의결권’을 명시하고 있다. 한국의 상장사들이 진정한 ‘Public Company’로 변신할 때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저절로 해소되지 않을까.



김광기 이코노미스트·포브스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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