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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이런 참사가 일어나는가

우리는 어제 하루 종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그것도 온 국민 눈앞에 TV화면 가득히 생중계되는 속에서 일어났다. 파도 0.5m의 잔잔한 바다, 11도의 수온, 그리고 인근 섬들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평화로운 바다에 ‘세월’호가 반쯤 기운 상태로 누워 있었다. 인천에서 제주도로 들뜬 꿈을 안고 수학여행 가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462명이 탄 카페리였다. 숨 죽여 구조작업을 지켜보던 우리는 “승객 전원 구조”라는 첫 소식에 안도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희생자가 확인되고, 290여 명이 실종됐다는 참담한 뉴스에 가슴을 쳤다. 어떻게 후진국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이런 참사가 대한민국 남도 앞바다에서 일어날 수 있는가.



 우리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믿기조차 어렵다. 선사인 청해진은 세월호를 “게임룸과 샤워실까지 완비한 국내 최대·최고의 크루즈선”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승객 안전은 찾아보기 어렵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서서히 기울어가던 길이 146m, 6852t의 거대한 선체 안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 컨테이너들이 무너져 승객이 깔리고, 사방에서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급박한 상황인데도 “위험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으라”는 선내 방송만 나왔다고 한다. 뒤늦게 “모두 바다로 뛰어들라”는 대피 방송에 따라 바다로 뛰어들어 구조된 학생들은 “배 안에 갇혀 못 빠져 나온 친구들이랑 승객들이 많다”며 울먹였다.



 어이없기는 선사와 중앙대책본부도 마찬가지다. 오후 2시에 368명이 구조됐다고 했다가 30분 뒤에는 160여 명 구조, 290여 명 실종이라는 엄청난 사실을 털어놓았다. 탑승인원조차 477명에서 459명, 462명 등으로 오락가락했다. 수없이 많은 참사를 겪은 우리 사회지만 이렇게 무능하고 부실한 대책본부는 본 적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속히 해군과 해경을 현지에 투입한 조치에 많은 국민은 안도했다. 하지만 가장 기초적인 사람 머릿수조차 제대로 세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대책본부를 보노라면 분노와 절망을 감출 수 없다.



 우리는 가장 초보적인 의문부터 제기하고 싶다. 선사 측은 “항로 이탈은 없었고 대리 운항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도 어민들은 한결같이 “항상 섬 바깥 쪽으로 우회하던 그 큰 여객선이 왜 ‘맹골수로’라는 암초밭으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증언한다. 당초 15일 오후 7시 출발하려다 안개 등으로 두 시간 늦게 출항하면서 입항시간을 맞추느라 시간 단축을 위해 위험수역으로 진입한 게 아닌지 의문이다. 또한 선박 사고가 나면 긴급 대피를 위해 구명정이 사고 주변 해역에 둥둥 떠다니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침몰 직전 길게 드러누운 세월호 주변에는 수십 척의 어선과 해경·해군 함정들만 열심히 구조작업에 나섰을 뿐 구명정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선원들이 SOS 신호만 보냈을 뿐 가장 초보적인 안전조치까지 무시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관계 당국이 엄밀한 사고 조사와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단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밝혀내야 할 대목들이다.



 우리는 우선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지금도 가슴 졸이며 실종된 아들딸의 이름을 부르는 학부모들과 그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침몰 중인 배에서 “엄마, 말 못할까봐 문자 보내… 사랑해” “제발 연락 좀 해라… 엄마가 곧 간다”는 휴대전화 문자들을 보면서 가슴이 미어진다. 따라서 당연히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최후의 한 명까지 포기하지 않고 구조해 내는 것이다. 내일 사고 해역에는 비와 강풍이 몰아친다는 우울한 소식까지 겹치고 있다. 그럼에도 현지에 투입된 해경 특공대, 해군 구조대, 육군 특전사 요원들은 있는 힘을 다해 선실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어느 구석에선가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이들을 끝까지 찾아내 주길 바란다. 바로 그들 대부분이 꿈을 피우지 못한 우리의 어린 고교생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경주 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10명의 대학 새내기들을 떠나보낸 지 얼마나 지났는가. 이번에 또 어른들의 잘못으로 얼마나 무고한 어린 생명을 잃어야 할지 슬픔을 가눌 길 없다.



 더 이상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는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용납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에 충실히 따른 사람들이 희생되는 사회, 온갖 구석구석에서 안전불감증이 판치는 사회는 정상적이지 않다. 박 대통령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복한 사회를 약속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다짐했다. 우리는 진도 참사를 지켜보며 그 약속에 대한 깊은 회의를 품게 됐다. 이제 박근혜 정부는 어떻게 안전한 사회를 실제로 만들 것인지 행동으로 보여달라. 그것이 지역 특성상 공장근로자가 많은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이 기름때 묻은 작업복 차림으로 학교 실내체육관에 달려와 애간장을 태우며 아들딸의 생사를 확인하는 오늘의 우리 슬픈 자화상 앞에서 던지는 절박한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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