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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쇼트트랙팀 성추행 논란, 그 진실은

[앵커]

요즘 체육계가 잇따르는 성추행 파문 때문에 어수선합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에 오른 박승희 선수가 속한 화성시청팀도 그 중 하나입니다. 박승희를 제외한 선수들은 감독이 성적 모욕감을 줬다고 폭로했고, 이에 대해 감독은 자신을 내쫓기 위한 음모라고 맞대응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체육계의 첨예한 이슈로 떠오른 화성시청 성추행 스캔들, 양측의 이야기를 탐사플러스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지난 5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 경기장을 찾은 학부모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가득합니다.

이날은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리는 날. 취재진이 조심스레 다가가 질문을 던지자 대부분 말을 아낍니다.

[학부모 : (화성시청 관련해서 들으신 것 없으세요?) 몰라요. 여기 있는 학부모들이, 피해자 학부모는 더더욱 그렇겠지만 누가 적나라하게 이야기할 수 없을 거예요.]

지난달 화성시청 쇼트트랙팀 선수 중 박승희를 제외한 2명이, A감독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쇼트트랙 선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마음도 혼란스러운 상태였습니다.

어렵게 해당 지역의 학부모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화성지역 학부모 : 자기 무릎에 앉으라 그랬대. 앉았는데 뭐했니 그랬더니 콧구멍을 파서 코피가 났다고….]

[피해학생 : 라이터 가지고 제 손에 불 붙여요. 제 반응을 지켜보는 거예요. 저는 뜨겁고 놀랍고 손에서 오징어 탄 내가 나는 거예요.(선생님이) 간 줄 알고 제가 "아, 미쳤나봐"이렇게 했어요. 그랬더니 그걸 듣고 다시 오더니 "확 불질러버릴까 보다" 이러면서 가시는 거예요.]

평소 A감독의 행동이 성추행까진 아니어도 특이하고 불쾌했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공통적으로 지적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화성지역 학부모 : 다른 거는 모르겠어요. 왜 바지를, 여자아이 바지를…. 그건 있을 수 없는 거죠. 우리 애도 봤대요. 당한 애가 “야, 너 바지끈 꼭 묶어. (감독이) 내릴지 모르니까”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는 거야.]

A감독은 지난해, 소속 팀은 아니지만 빙상장을 같이 이용하는 한 초등학생의 바지를 갑자기 내렸다는 겁니다.

실제 이번에 A감독을 고소한 명단에는 이 학생도 포함돼 있습니다.

A감독은 지난해 계약이 만료돼 더 이상 화성시청 감독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선수들은 뒤늦게 A감독을 고소했을까.

[화성시청 선수 부모 : 감독이 무고로만 안했다면 화가 안 났을거 아니에요.본인이 살자고 남들한테 상처를 줘버리는 거잖아요.]

앞서 지난 2월, A감독은 화성시청 소속 쇼트트랙 선수 3명을 무고죄로 고소했습니다.

성추행한 사실이 없는데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퍼뜨리며 무고했다는 게 이유.

실제 지난해 말 화성시청은 자체 감사를 통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으나 사례의 구체성이나 진술의 일관성에 비추어 성추행이 상당 부분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때문에 A감독은 재계약을 하지 못했습니다.

피해자측 진술은 구체적입니다.

[화성시청 선수 부모 : 아이가 옷을 갈아입으면 지나가다가 다 갈아입을 때까지 그걸 빤히 쳐다보고 있다잖아. 밑에 꼬맹이가 하나 깔려 있는 거예요. 이게 무슨 지도 방식이에요. 이 아이한테 엄마가 물어보니까 바지 벗긴 이야기가 나온 거예요.]

A감독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감독의 훈련방침 등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들과 갈등이 쌓였고 이 때문에 선수들의 재계약이 어려울 것 같자 일부 학부모의 주도로 성추행을 했다는 허위사실을 화성시청에 알렸다는 겁니다.

[강태순/A감독 측 변호사 : (A 감독은) 돌아가신 어머님 영전에 대해서 부끄럼 없다. 떳떳하다.명예를 회복하고 싶다.자기 스스로 굉장히 어떻게 보면 좌절감을 느꼈다고 합니다.이런식으로 휘둘리는 것에 대해서 평소 선수들이 훈련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등 문제가 많았다고 했습니다. 평소에 병가를 내고 외국으로 휴가 갔다 온 사람도 있고 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화성시에서 월급 주는 것도 시민들의 세금이지 않습니까.]

실제 화성시는 지난해 12월 A감독뿐만 아니라 선수들과의 재계약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지난해 감사를 했더니 선수들의 불성실한 태도가 드러났다는 겁니다.

[화성시청 관계자 : 병가를 신청해놓고 신청한 기간 중에 해외여행을 간 거죠. 해명되지 않은 부분 총 14일인가를 지적했지?본인이 해명을 해서 12일인가,이틀 정도 줄었어요.]

선수 측은 감독이 허락해준 일이라며 반박합니다.

[화성시청 선수 부모 : 감독이 병가를 내서 (휴가)가라고 했어요. (나중엔)병가 내준 사실은 있는데 휴가 가라고 한 사실은 없다는 거죠. 그래서 이 선수가 견책을 받아요. 억울하잖아요.]

재계약이 안 됐던 선수들은 박승희의 소속팀 화성시청이 해체될 수 있다는 여론이 일자 다시 계약을 해 구제됐습니다.

그러나 A감독과 맞고소전으로 치달으면서 길고 긴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됐습니다.

[화성지역 학부모 : 대한민국 어느 부모가, 딸 가진 부모가 바지 벗겼다는 소리 하면 다 분노할 일이에요. (화성시장이)우리한테 "딸 가진 부모가 그렇게 방치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들이 무마되고 하니까 자기가 부모라면 고소를 하겠다"는 거야.우리를 훈계 했다니까. 시장이라는 사람이.]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책임은 없는걸까.

취재 도중 빙상연맹이 성추행 논란을 일으킨 A 감독의 징계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11년 A 감독은 쇼트트랙 승부조작건에 연루돼 법원에서 12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고, 이와 관련해 중고빙상경기연맹에서도 3년 자격정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징계 후 불과 1년만에 화성시청 감독 공채에 응했습니다.

화성시청도 징계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문제될 건 없다며 A 감독과 계약을 결정했습니다.

[전 화성시청 담당자 : 승부조작으로 인해서 벌금인가, 그것을 낸 건 알았거든요. 그래서 감사실에 채용에 결격사유가 있느냐 없느냐 확인했더니, 그건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화성시청 관계자 : 그것은 그거(중고지도자 자격정지)랑 별개고요. 공무원으로 봐서 법규 31조에 결격사유가 없으면 되는거예요.]

빙상 연맹 차원에서 추천서까지 발급해 준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김관규/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 : 지방연맹에서 발급을 해줬는데 연맹에 보고를 하지 않아서 우리 본 연맹에서는 추천서를 발급한 사실도 모르고 있습니다.]

문제가 크다는 반발이 나옵니다.

[화성시청 선수 부모 : 이 사람이 자격정지 기간 만큼만 근신 기간이 있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잖아요.대한빙상연맹에서도 정말 잘못한 사람은 내가 불사신이라고 했어요.]

[앵커]

관련자들의 증언을 쭉 들어봤는데 선수와 감독, 어느 쪽 진술이 사실로 드러나든, 법적 공방의 파장이 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오광춘 기자, 체육계의 성추행 논란이 비단 화성시청 쇼트트랙팀 만의 얘기는 아니죠.

[기자]

예 그렇습니다. 최근엔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상당히 관심을 모은 종목이죠, 여자 컬링팀에서도 성추행 사건이 뒤늦게 불거지면서 충격을 던졌는데요,

스포츠에선 지도자와 선수, 또는 선후배간 상하 관계가 뚜렷하고, 이 과정에서 권력이 남용되는 경우가 많아 성폭력 사건이 자주 터지고 있습니다.

영상 보시죠.

매서운 눈빛과, 쩌렁쩌렁한 고함을 지르며 얼음위에서 열정을 뽐냈던 여자 컬링 대표팀.

그러나 소치 올림픽이 끝나고 코치의 성추행 논란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컬링 여자 대표팀은 코치의 폭언과 성추행 문제를 거론하며 소속팀 경기도청에 집단사표를 냈는데요.

진상조사에 나선 경기도청은 해당 지도자를 해임하는 강경조치를 취했습니다.

[황정은/경기도 대변인 : 선수의 손을 잡고 내가 손잡아주니까 좋지라고 발언한 내용에 대해서도 선수와 코치 모두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대한컬링연맹도 결국 해당 지도자를 영구제명하며 후속 징계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나 체육계 성폭력건은 대개 지리한 조사 과정이 이어지며 유야무야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게 지난 해 8월 역도의 성추행 사건입니다.

당시 대표팀 감독이 여자 대표 선수를 마사지하는 과정에서 해당 선수가 수치심을 느끼며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피해자의 진술, 그리고 가해자의 해명이 엇갈리면서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김대현/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과장 : 성추행 문제가 밝히기 어려워요. 증거가 없으니. 양쪽 진술이 다르면 굉장히 힘들죠. 역도연맹같은 경우가 그렇죠. 4월중에 (최종결과가) 나온다고는 하는데 수사 내용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공정한 게임의 법칙이 적용되는 스포츠에서 왜 유독 성폭력 사건이 많은 걸까요.

[강월구/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 체육계에서는 어떤 결과를 돌출해내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위계질서가 강합니다. 조금 더 폐쇄적인 환경이죠. 그러다보니 위에 힘을 더 많이 가진 어떤 감독이나 코치 선배 선수로부터 이 아래에 있는 선수들이 성적인 폭력을 당하게 되는 겁니다.]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운동선수 중 26.4%가 성폭력 피해를 입었는데, 성폭력 예방과 대처법에 대해선 선수의 37.2%, 지도자의 20.2%가 모른다고 답을 했습니다.

오로지 처벌 중심의 대책으로 사건 처리에 급급하면서 근본적인 사고 예방에 소홀한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지표인데요.

[민성식/대한체육회 선수권익보호부 대리 : 선수 등록 시스템상 13만명이고 근데 그 선수, 지도자들에 대해서 연간 교육한 실적은 지금 약 3만여명 되는 실정입니다. 교육 인원의 확대가 필요하고요.]

스포츠 인권이 점차 강조되고 있지만 여기에 쓸 예산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최근 3년간 체육회 예산은 계속 늘어 올해는 2,000억원대에 이르지만 인권 예산은 계속 7억 1,500만원으로 동결돼 있습니다.

인권 예산은 전체 예산액의 0.36%에 불과합니다.

[강월구/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 이번에 예산을 들었는데 굉장히 놀랐습니다. 무척 적은 예산이죠. 이제는 처벌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지상목표로 삼고 최고의 경기력을 위해서만 달려온 우리 스포츠.

이젠 선수로서, 또 지도자로서 잃어버린 기본을 되찾기 위한 체육정책의 방향전환이 절실합니다.

[유남규/탁구 대표팀 감독 : 지도자들도 권위보다는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해서 상하관계보다는 동지개념, 같이 형 동생 누나 오빠처럼 생각을 가진다면 아마 체육계도 더 발전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앵커]

결국 성폭력과 인권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의 변화를 체육계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체육 개혁이 올해 화두인데, 어떤 변화가 있을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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