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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암에 걸렸습니다

최영미(46·가명)씨는 2009년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 절반을 절제했다. 항암치료 중 이혼했고 생활이 어려워져 기초수급자가 됐다. 최씨는 힘들 때면 기도를 한다. [변선구 기자]

암 환자라도 다 같지 않다. 여자는 남자가 겪지 않는 고통을 받는다. 이혼을 당하거나, 스스로 간병하고, 집안일·자녀 교육 등을 도맡아야 한다. 1999~2011년 암 환자 중 여자는 연평균 5.7% 늘어 남자(1.6%)의 3.6배에 달한다. 여성 암 환자가 늘면서 이런 ‘삼중고(三重苦)’가 더 커질 전망이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교수팀이 보건복지부의 2008~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대상자 중 암 환자 623명을 분석했다. 이혼했거나 별거 중인 사람은 남자 226명 중 7명(3.1%), 여자 397명 중 20명(5%)이었다. 수치로만 보면 파경(破鏡)에 이른 여성이 남자의 1.6배다. 박 교수팀은 남녀의 연령·소득·최종학력 등의 조건이 같게 보정해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 암 환자의 파경이 3.9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여성은 40대 후반~50대 초반에 유방·자궁암 등에 가장 많이 걸리는데, 이때 여성성에 상처를 입게 되고 이로 인해 갈등이 생기거나 남자가 겉돌게 돼 이혼으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여성 암 환자의 이혼율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대 의대 조사(7배)보다는 낮다.

 경기도 거주 최영미(46·가명)씨는 2009년 초 유방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았다. 석 달 정도 치료를 받자 머리카락이 빠지고 얼굴이 붓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남편(48)은 새벽에 나가 밤늦게 귀가했고, 집안일을 잘 돌보지 않았다. 항암치료 고통의 와중에 갈라섰다. 치료고 뭐고 다 포기했다. 정신과에 갔고 항우울제를 복용했다. 몸이 나빠져 종전 직장(주류회사)에 복귀할 수 없게 되자 기초수급자로 전락했다. 최씨는 “이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상처가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간병했고 혼자 병원을 오갔다. 가족 도움을 받을 여건이 안 돼 집안일과 아이(12) 양육을 도맡았다.

 본지는 여성 암 환자 21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국립암센터 등의 암 환자 251명(남자 91명, 여자 160명)을 면접 조사했다. 가장 힘든 점으로 여성 환자는 집안일(56.3%)을, 남성은 병원비를 포함한 생계비(65.9%)를 들었다. 여성 환자는 남편 도움을 받는 경우(27.5%)보다 ‘셀프 간병’이 36.9%로 훨씬 많았다. 반면 남성 환자는 아내의 간병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윤영호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남편이 암에 걸리면 아내가 간병하지만 여자는 본인이 알아서 하거나 친정엄마가 한다. 여성 암 환자의 삶의 질이 더 나쁘다”며 "우리 사회가 여성 암 환자에 대해 세심하고 전인적인 케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박 교수는 “미국 MD앤더슨암센터는 암 진단과 동시에 심리치료사가 붙어서 돌보지만 한국은 암 치료에만 집중한다”며 “심리치료 등의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심리치료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여성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현영·장주영·김혜미·이서준·이민영 기자
◆국립암센터·중앙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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