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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분야에 정부 끼어들어 SW산업 생태계 망쳤다”

“나는 개발자 편에서 얘기한다. 그것부터 말씀드리겠다.”

김진형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위원장

지난 9일 경기도 판교 글로벌 R&D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김진형(65·사진)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위원장은 “갑(甲), 을(乙)도 아닌 병(丙)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편에 서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KAIST 전산학과 교수 출신인 김 위원장은 사회에 진출한 제자들로부터 오랫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왔다.

-왜 소프트웨어 업계가 병(丙)이 됐나.
“개발자들 시장에 정부가 끼어든 게 시작점이다. 정부가 국민과 중소기업을 돕는다며 업체의 제품을 사서 무료로 뿌려버리니 한 번 정부에 판매한 업체는 추가로 기술 개발을 할 동력을 잃고 아예 손을 뗀다. 그러면 업그레이드 문제가 생긴다. 결국 정부는 사고가 났을 때 책임질 버퍼(buffer·완충능력)를 지닌 대기업을 찾고, 대기업은 중소업체에 하청을 준다.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할 수 있던 시장이었지만, ‘거대 소비자’인 정부가 생태계를 망치는 거다.”

-최종 소비자인 국민 입장에선 무료 서비스가 좋은 것 아닌가.
“얼핏 보면 맞는 말이지만 ‘완벽한 서비스’라는 전제가 만족돼야 한다. 정부가 완벽한 서비스를 이끌고 나갈 수 있겠나. 어느 날 정부가 힘에 부치면 이걸 산하기관에 넘기게 되고, 산하기관에선 정부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를 만들어 관리를 맡긴다. 그 장은 해당 부처 공무원이 맡고. 그리고 그 회사는 또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며 을(乙) 행세를 한다.”

김 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꽂이로 가더니 300쪽은 됨직한 파일을 들고 왔다. 표지엔 ‘소프트웨어 산업 제언’이란 제목이 적혀 있었다.

김 위원장은 “10년 전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던 제자가 ‘이제 이 분야를 떠나겠다’며 내게 준 것이다. 얼마나 한이 됐으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이렇게 써놓고 갔겠나. 이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정부가 시장을 교란하는 이유는 뭔가.
“공무원들의 강박관념 때문 아니겠나. 자리에 있는 동안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거다. 실례로 지난해 이맘때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KAIST에 갔다가 한 학생에게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이 학생이 ‘아이엠스쿨’이란 앱을 만들었는데 가정통신문을 학부모의 스마트폰으로 보내주는 앱이다. 이 아이디어를 서울시교육청이 무단으로 베꼈다고 주장한 거다. 서울시교육청이 유사한 앱을 만든 것도 모자라 서울시내 학교에 이 앱을 쓰라고 공문도 보냈다고 한다.
얼마 전엔 서울대 학부생이 만든 ‘바풀(바로 풀기)’ 앱을 서울시교육청이 베꼈다는 의혹이 나왔다. 수학 문제를 폰 카메라로 찍어 멘토에게 보내면 멘토가 손으로 문제를 풀어 다시 폰 카메라로 찍어 공유하는 앱이다. 이렇듯 공공기관이 죄의식이 없는 거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아이엠스쿨’은 애당초 개발에 들어갔던 프로그램”이라고 해명했고, ‘바풀’에 대해서도 “표준화된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래도 업체들은 정부 용역을 따려고 목매지 않나.
“제자 중에도 정부 용역만 기다리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말하길 ‘말이 안 되는 건 알지만 저 이거(입찰) 안 들어가면 바로 망하고, 들어가면 3억(지원금) 받고 망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3억원 받고 망한 뒤 업계를 완전히 떠났다. 공무원들은 몇 억원 써서 제품 사고 무료로 배포하고 됐다고 손 놨는데, 업그레이드도 안 돼, 새로운 환경에 맞춰 수정도 안 돼, 그러니 일회성 사업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막는 규제도 있나.
“이를테면 공인인증서가 2000억원 시장인데, 이 정보인증 회사가 전부 공무원들이 가서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 공무원들 밥그릇이었다는 거다. 이제 이걸 없애자는 분위기인 거다. 규제에는 선한 규제가 있고, 악한 규제가 있다. 어느 세력을 보호해주느냐가 그 기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공인인증서는 어떤 규제였겠는가.”

‘방해꾼’으로 전락한 정부에 대해 해결책을 물었다. 김 위원장은 “세계적인 트렌드도 작은 정부로 가고 있지 않나. 경쟁은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시장 경쟁을 돕는 것이 맞다. 큰 철학의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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