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중국 경제는 여러 면에서 전환기에 처해 있다. 투자 확대와 수출에 크게 의존하던 성장 모델이 한계를 맞게 됨에 따라 내수 확대, 자원 배분의 효율성, 생산성 제고를 도모하기 위한 새 성장 모델을 모색하고 고속성장 과정에서 심화된 경제구조와 소득분배의 불균형을 조정하려 하고 있다. 새 지도부는 지난해 취임 후 이런 정책방향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금융과 노동부문의 개혁, 도시화 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금리를 자율화하고 자본시장 개방 폭을 넓히며 2020년까지 1억 명에게 추가로 도시거주권을 부여하는 호구(hokou)제도 개편과 더불어 최저임금도 가파르게 올리고 있다.

과거 중국이 취해 온 무역개방, 가격자유화 같은 상품시장 개혁조치와 달리 지금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개혁과제는 금융, 노동, 토지와 같은 요소시장의 자유화다. 이는 각 분야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기득권을 재구성하고, 나아가 국가의 권력구조,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있는 심대한 과제다. 중국이 이 도전을 뛰어넘지 못하면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도 1980년대의 민주화, 90년대 외환위기와 금융, 기업의 대폭적 구조조정이 없었으면 이 벽을 뛰어넘기 어려웠을 것이다.
중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심각한 금융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으로 외환위기의 가능성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시장 불안이 야기될 경우 정부가 대응할 충분한 안전망을 가지고 있다.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대개 최후의 수단이 금융기관의 국유화인데 중국에서는 이미 주요 금융기관들이 모두 국유화돼 있다. 지방정부 채무가 지난 몇 해 동안 빠르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총 정부부채는 국민총생산의 48%에 불과해 재정여력도 충분한 편이다. 그러나 이는 축복이기도 하고 동시에 필요한 개혁을 지연시키는 저주일 수도 있다.
지금 중국의 지도부는 이런 중국 경제의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엄청난 개혁과제를 추진할 구체적 비전과 전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눈앞에 나타난 급한 불부터 끄며 시간을 벌어나가는 ‘머들링 스루(muddling through)’ 전략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과연 이 깊은 함정을 이러한 전략으로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한 나라가 얼마만큼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는 그 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깊이보다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의 능력에 달려 있다. 중국인들이 경영하는 다른 세 나라, 대만·싱가포르·홍콩은 이미 이 함정을 뛰어넘었다. 본토 중국이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 벽을 뛰어넘는 과정에서 중국은 큰 갈등과 전환기적 위축을 겪게 될 것이며 이웃과 세계경제에 커다란 충격의 여파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북한의 변화도 이 과정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