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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이념 갈등 해소, 내 마음 속 양심이 답

양명학은 표면적인 명분보다 내면의 양심에 귀 기울이는 유학의 한 갈래다. 양심 혹은 양지를 잘 파악하기 위해 불교의 화두 참선과 비슷한 정좌법을 활용한다. 『양명학의 정신』을 출간한 서강대 정인재 명예교수가 7일 정좌법 자세를 취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양명학(陽明學)은 일반인에게 아직도 생소하다. 기껏해야 학창시절 배운 ‘지행합일(知行合一)’ 정도가 떠오를 뿐이다. 손쉬운 이해법은 유학의 한 갈래라는 점이다. 전통 유학은 대개 공자와 맹자 시절의 원시유학(儒學), 송나라때의 주자학(성리학), 그리고 명나라 때의 양명학으로 대별된다.

『양명학의 정신』 낸 정인재 교수
내면의 선한 마음 믿는 양명학
지금 한국사회 꼭 필요한 철학



 조선시대 유행한 주자학과는 ‘사이 나쁜 이웃’쯤 된다고 할까. 양명학은 주자학과 함께 같은 신(新)유학으로 분류되지만 운명은 크게 달랐다. 주자학이 절대 군주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제왕학으로 각광 받은 반면 양명학은 썰렁한 대접을 받았다. 백성 각자의 깨우침을 강조해서다.



 이런 양명학의 철학이 지금 한국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강대 철학과 정인재(73) 명예교수가 『양명학의 정신』(세창출판사)이란 책을 펴냈다. 정 교수는 국내 양명학 연구의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애독서로 거명해 유명해진 펑유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 를 1976년 국내 처음 번역하기도 했다. 이후 30여 년 동안 중국 철학 관련 수많은 책을 번역했지만 온전히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7일 그를 만났다.



 - 양명학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어려운 요구다. 사람은 누구나 양지(良知)를 갖고 있다. 양심과 비슷한 개념이다. 양지가 천리(天理)임을 믿고, 이를 심즉리(心卽理)라고 하는데, 양지의 실천, 즉 지행합일 혹은 치양지(致良知)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정 교수의 답은 20분이 넘었다. 정리하면, 가령 어린 아이가 물에 빠졌을 때 사람은 누구나 깜짝 놀라 구해주려 한다. 의식할 새도 없이 측은한 마음이 발동되기 때문이다. 양지가 작용한 결과다. 선악이나 시비를 판단하는 마음이 양지라는 설명이다. 양지는 누구에게나 날 때부터 주어진다는 점에서 선험적이다. 틀릴 일도 없다(무오류성). 인간 내면의 주관적인 심리상태만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양지의 판단 자체가 세상과 우주의 진리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양명학은 심학(心學)이라고도 한다.



 - 어딘가 종교적인 느낌이다. 객관적이지 않지 않나.



 “양명학을 공격하는 주자학적인 질문이다. 양명학은 내 마음 바깥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어떤 존재든 나와 관련 있어야, 그래서 내 마음 속에 떠올라야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사실 학문의 객관성도 환상에 불과하다. 어떻게 세상의 모든 일을 낱낱이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겠나. 심지어 자연과학이 추구하는 객관성도 객관성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 양명학이 지금 한국에 필요한 이유는.



 “성리학은 사람이든 국가든 따라야 할 고정불변의 정해진 이치(定理)가 있다고 강조한다. 패배주의에 젖었던 일제시대 이후 한국은 ‘하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근대화를 이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 윤리·도덕·규범까지 해체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명분에 집착하는 주자학 전통은 그대로 남았다. 오늘날 우리가 겪는 이념갈등의 뿌리는 명분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주자학 전통에 있다고 본다.”



 - 주자학에 대한 지나친 공격 아닌가.



 “다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주자학 전통은 높은 교육열로 이어져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외부에 두고 그대로 따르는 주자학적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바깥의 명분보다 내면의 양지를 잘 살피는 개성적인 개인들이 독창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바로 양명학의 철학이다.”



 정 교수는 주자학의 정리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양명학의 조리(條理)를 들었다. 딱딱한 고정불변의 합리성이 아니라 시대상황에 맞는 유연한 합리성이다. 우리 내면의 양심에 충실할 때 명분 싸움, 이념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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