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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온천 없는 온천역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우리 역 주변에는 온천 시설이 없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신길온천역(4호선)에 붙어 있던 안내문이다. 이름에 버젓이 온천을 넣어두고선 온천이 없다니 코미디다. 온천 없는 온천역이 생긴 내력은 이렇다.



이곳은 행정구역상 안산시 신길동이다. 그런데 2007년 7월 4호선이 연장돼 이곳을 지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신길역으로 하자니 이미 서울 신길역(1·5호선)이 있었다. 그래서 찾은 차별점이 온천이다. 역 인근에서 1993년 온천수가 발견됐고 개발 논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은 덜컥 붙였는데 온천 개발은 잘되지 않았다. 주택가로 개발하려는 도시 계획과 어긋났다. 주변 필지는 안산시 땅, 온천공이 있는 자리(도로)는 정부 소유라는 점도 일을 꼬이게 했다.



주민 간에도 의견이 갈렸다. 안산시에 알아보니 앞으로도 개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논의가 있다는 것만으로 역명을 덜컥 정한 코레일과 안산시의 배짱이 놀랍다. 아니면 제대로 해서 확실하게 온천을 만들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7년째 공공기관이 수도권 시민을 대상으로 허풍을 떨고 있는 셈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는 제거해야 할 암덩어리”라는 말로 규제개혁의 고삐를 움켜쥔 후 한 달이 지났다. 지난 1개월에 대한 외국계 기업의 평가가 궁금했다. 더 객관적일 거란 생각에서 몇몇에게 물었다. 방향성에 대한 평가는 후했다. 그러나 미덥지 않다고 했다. 크게 두 가지를 되물었다. 첫 번째는 “집권 첫해 대표 경제정책인 창조경제는 어디 갔느냐”는 거다. 혹 전 정부와 차별화 포인트로만 쓴 것 아니냐는 반문이었다. 결국 ‘온천 없는 온천역’이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다. 규제개혁도 혹 1년짜리 정책 아니냐는 의심이 뒤따른 건 당연하다.



 두 번째는 “규제개혁에 한국 기업은 찬성하느냐”는 반문이었다. 예컨대 이런 얘기다. “서비스업을 대폭 개방하면 자극제가 된다. 어떤 육성책보다 강력하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주저한다. 최대 걸림돌은 이미 서비스업에서 터를 잡은 기업의 반대 아니냐.”



 외국계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말로 들릴 수 있겠다. 그러나 꼭 그렇진 않다. 규제는 새 시장에 들어가려는 기업엔 진입 장벽이다. 거꾸로 이미 터를 잡은 기업엔 규제가 울타리다. 규제로 이익 보는 집단이 관료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기업이 규제 개혁의 수혜자이자 걸림돌이라는 명제는 그래서 성립한다.



 마침 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성공적인 경제 혁신을 위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주체가 돼 경제 혁신을 하자는 취지였다. 진정한 주체가 되려면 제 살도 깎아낼 각오를 해야 한다. 받겠다고만 해선 규제개혁에 대한 응원은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관료의 복지부동과 기업의 기득권, 복잡하게 얽힌 법규…. 규제개혁이 ‘온천 없는 온천역’이 되지 않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독한 각오를 다시 할 때다. 부디 안내문 붙일 일은 없길 바란다.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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