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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금융규제 남발, 시스템 망치는 길

이군희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규제개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도 있지만 잘못된 규제개혁은 오히려 우리나라 경제를 수렁으로 더욱 깊게 빠뜨릴 수 있다.



 필요한 규제와 불필요한 규제를 분별하는 능력은 규제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초석이 된다. 그러나 필요, 불필요라는 것은 해당 규제만을 보고 연구해서 판단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즉 올바른 규제개혁을 위해서는 ‘정책적 철학’이 먼저 세워지고 이를 기반으로 원리·원칙이 확립되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최근 우리나라는 신용정보 유출사건으로 많은 국민은 큰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그리고 신용정보 유출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수많은 규제와 법안이 상정되었다. 하지만 금융시스템에 대한 정책적 철학의 부재로 원칙 없는 규제와 법안이 남발하고 있음에 심히 우려스럽다.



 그렇다면 어떠한 정책적 철학을 가지고 금융시스템을 바라보아야 할까? 필자가 생각하는 정책적 철학은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금융 건전성에 대한 규제다. 금융 건전성에 대한 규제는 우리나라 경제의 건전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므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엄격한 규제로 취급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신용정보 보호 및 투명한 신용정보 유통에 대한 규제다. 신용정보 공유의 필요성과 신용정보 보호는 서로 상충된 개념이 아니며, 신용정보 보호를 바탕으로 신용정보 공유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유로운 시장환경에서 시장활동을 보장해주고, 시장의 감시기능을 강화시켜주는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용정보 유출사건으로 나타난 징벌적 과징금은 많은 전문가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러한 규제로 인해 시장의 감시 기능이 축소되고 정부의 감독 기능이 확대될 수 있다. 금융회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고객이 신용정보를 더 잘 관리해 주는 경쟁사로 떠나 해당 금융회사가 더 이상 시장에서 생존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만일 시장의 자율적 감시 기능이 강화된다면 금융회사는 감독 당국이 아닌 고객, 즉 금융소비자의 눈치를 보면서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시장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나아가는 정책적 철학을 가지게 되며, 이는 필자가 제안하는 네 번째 정책적 철학이다. 즉 정책적으로 존중받는 시장의 중심에는 금융소비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진화된 신용사회, 즉 보증인과 담보 중심의 금융에서 신용 중심의 금융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기로에 있다. 고객의 신용기록이 높게 평가받는 시스템, 비록 연체 경험이 있다 해도 착실한 노력으로 회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기본적인 신용 인프라로 구축돼 있어야 건전한 신용사회를 만들 수 있다. 결국 눈앞에 보이는 신용정보 유출 사건만 바라보고 규제를 만들다가 금융시스템을 망가뜨리는, 벼룩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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