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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17%로 대출했죠?" 내 정보 훤히 아는 피싱에 당했다

“고금리 대출 받으셨죠? 정부가 운영하는 저금리 대출 서비스로 전환해보시죠”



고객 정보 유출 첫 2차 피해
"저금리 대출로 전환" 안내하며
상환 할 통장번호 주고 돈 빼가

 회사원 김모(42)씨는 지난달 25일 자신을 “씨티은행 직원”이라고 밝힌 서모(25)씨에게서 이런 문의 전화를 받았다. 수천만원을 17%의 고리로 빌린 뒤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던 김씨는 5%의 저금리 대출로 기존의 빚을 갚을 수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김씨는 서씨가 “현 상태에서는 신용등급이 낮아 저금리 대출이 어렵다”며 "사금융을 이용해 돈을 따로 빌린 뒤 이를 조기상환해 거래실적을 쌓고 이후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새로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고 한 말도 그대로 믿었다. 김씨는 서씨가 알려준 한 대부업체에서 500만원을 빌린 뒤 다음날 서씨가 돈을 빼돌리기 위해 가르쳐준 대포통장 계좌로 이 돈을 부쳤다. 김씨는 며칠 뒤 사기임을 알고 이체 정지를 요청했지만 이미 인출된 뒤였다. 김씨는 “거래 중이던 씨티은행 직원이라고 소개한 데다 내 대출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어 믿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자를 줄이려다 도리어 500만원 대출에 대해 38%의 고금리 빚을 더 졌다”고 말했다.



 김씨의 사례는 개인정보를 이용한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사기에 당한 경우다. 상황이 심각한 건 범행에 활용된 개인정보가 지난해 유출된 씨티은행 대출정보라는 점이다.



 서씨의 범행은 피해자의 제보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 강북경찰서에 의해 적발됐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경기도 일산의 오피스텔 2곳을 급습해 서씨를 붙잡았다. 서씨를 비롯한 텔레마케터, 인출책 등 5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서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총책 이모(43)씨 등 4명은 구속했다.



 이씨 등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날까지 불법 수집한 7000여 건의 개인금융정보로 회사원 김씨 등 10명에게서 3744만원을 가로챘다. 전직 대출상담사와 텔레마케터 등을 모집해 ‘콜센터 운영책’과 ‘텔레마케터’ ‘인출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총책 이씨가 빼낸 7000여 건 중 1912건은 씨티은행 고객 대출정보였다. 이 중 781건은 지난해 12월 창원지검 수사에서 박모(38)씨가 유출한 것으로 확인된 고객 대출정보 3만여 건(2011~2012년) 중 일부다. 유출된 정보엔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직업·대출금액·대출만기일 등이 포함돼 있었다. 나머지 1131건은 지난해 1월 이후 거래된 정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씨티은행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경찰이 수사에 나선 뒤에야 파악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2차 피해를 본 고객에게는 사실관계 확인 후 보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출된 은행 정보를 통한 ‘2차 피해’가 공식 확인됨으로써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게 됐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유출된 개인정보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엔 씨티은행 고객정보뿐 아니라 한국SC은행 고객정보 10만 여건도 빠져나갔다. 1월엔 KB국민·NH농협·롯데카드 3사에서 1억여 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 카드 사태 당시 검찰과 금융당국은 “수사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회수돼 외부 유출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달 약 8000만 건의 카드정보가 대출 중개업자들에게 흘러나간 사실이 확인되며 거짓말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씨티은행 사례처럼 유출된 고객정보를 이용한 범죄가 더 있을 걸로 보고 정보 유통경로 등을 추적 중”이라며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저금리 대출을 안내하고 개인금융정보 등을 물으면 상대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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