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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영화제 휩쓴 비밀 … 천우희, 이 눈빛이었네

‘한공주’에서 여고생 공주를 연기한 천우희. 그는 “이 영화가 내 대표작으로 불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무비꼴라쥬]


비범한 영화, 비범한 배우가 등장했다. ‘한공주’(17일 개봉, 이수진 감독)는 집단 성폭행을 당한 인물의 감정과 그 주변 상황을 충실하게 짚어낸 연출이 돋보인다. 신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곤 믿기지 않는다. ‘한공주’라는 이름의 여고생을 연기한 주연배우 천우희(27·사진)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공주의 눈에는 수만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일렁인다. 이를 통해 공주의 슬픔, 삶에 대한 의지, 다시금 절망에 빠지는 고통이 전해진다. 그 모습이 관객의 가슴을 때린다.

이수진 감독 데뷔작 '한공주' 주연
"대형 배우 탄생" 기대감 키워
절망서 발버둥치는 여고생 역
"죽기 살기로 연기만 매달렸죠"



 영화는 쫓기듯 전학 온 공주의 모습으로 시작해 그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무렵에야 조금씩 과거를 드러낸다. 남학생 수십 명에게 몸과 마음을 유린당하고 친한 친구마저 잃어야 했던 끔찍한 과거는 끈질기게 공주의 발목을 잡는다. 이런 공주를 천우희는 “살고자 하는 의지가 무척 강한 아이”라고 해석한다. “역할에 너무 푹 젖어서 빠져나오지 못할까 걱정은 좀 됐지만,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내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의 연기에선 자연스러운 몸짓이 돋보인다. 대사는 물론이고 걸음걸이나 손의 움직임 같은 사소한 동작조차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천우희는 “연기에만 죽자사자 매달린 결과”라고 말한다. “예쁘지도 않고 키도 작은데 뭘 믿고 연기를 하려 하냐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했죠. 배우의 본질은 연기이니, 연기를 잘하면 되겠다고.”



천우희. [사진 김진솔(STUDIO 706)]
 그는 갑자기 튀어나온 신인은 아니다. ‘마더’(2009, 봉준호 감독)에서 진태(진구)와 끝말잇기를 하며 격정적으로 몸을 섞던 여자, ‘써니’(2011, 강형철)에선 수지(민효린)의 얼굴에 상처를 내는 ‘본드걸’ 상미가 그였다. 얼마 전 ‘우아한 거짓말’(이한 감독)에서 만지(고아성)의 친구이자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여고생 미란을 연기한 것도 그다. 그때마다 천우희는 얼굴 대신 역할로 기억에 남았다. 사람들이 못 알아 보는 게 서운할 법도 한데, 그는 “재미있다”고 말한다. “배우 생활을 오래 해도 지루함보다는 신선함을 꾸준히 안겨줄 수 있을 테니까요. 연기하는 인물에 따라 얼굴 근육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사실 그는 배짱이 남다르다. 신인시절, 남들은 못 잡아 안달인 오디션 기회를 얻고도 가지 않은 적이 많다.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을 걸요. 그래도 책임감을 갖고 연기하려면 애정이 생기는 역할에만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봉준호 역시 천우희의 배짱에 애태웠던 감독 중 하나다. “‘마더’ 오디션도 부담 없이 봤어요. 봉 감독 작품이니 무조건 잘해야겠다가 아니라 잘하면 뽑아줄 테고 아니면 떨어질 거란 마음이었죠. 감독님이 저를 보고 뽑히려고 온 애가 맞나 싶었대요.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보였는지, 한때는 굉장한 부잣집 딸이라는 소문도 돌았어요(웃음)”



 ‘한공주’는 올 초 로테르담영화제 타이거상 등 해외에서 이미 여러 상을 탔다. 지난 연말 마라케시 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당시 심사를 맡은 프랑스 여배우 마리옹 코티아르가 콕 짚어 천우희의 연기를 “매우 놀랍고 훌륭하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도 이미 ‘올해의 영화’로 꼽는 영화인이 여럿이다. 천우희는 “영화에서 내 연기가 효과적인 재료로 쓰인다면 더 할 나위 없다”고 말했다. ‘한공주’는 천우희라는 이름을 기억나게 하는 영화로 남을 듯하다.



이은선 기자



★★★★ (이상용 영화평론가) 현실을 직시하는 한국영화의 매서움. 젊은 감독의 화술이 지닌 복합적 울림.



★★★★ (심영섭 영화평론가) 한 소녀에게 가해진 원자폭탄 같은 무거움을 섬세하고 정교한 연출이 고요히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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