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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을 잃어버린 한 많은 인생 … 눈물이 약이지요

악극 ‘봄날은 간다’의 주연을 맡은 김자옥·최주봉·윤문식(왼쪽부터). 김자옥과 최주봉이 부부 역할을 하고, 윤문식은 집 나간 최주봉이 들어가는 쇼단의 단장 역을 맡았다. 20대 새색시 역할부터 해야하는 60대 배우 김자옥은 “그럴 수 있는 게 무대의 매력 아니냐”며 활짝 웃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낯익은 얼굴들이 모였다. 김자옥(63)·최주봉(69)·윤문식(71). 다음달 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개막하는 악극 ‘봄날은 간다’의 주연들이다. TV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출연만으로도 바쁜 이들이 관객과 대면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냈다. “무대 공연은 배우와 관객이 목욕탕에 맞선 보는 것”이라며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 중인 세 사람을 8일 오후 우리금융아트홀 연습실에서 만났다.

악극 '봄날은 간다' 김자옥·최주봉·윤문식



 이 작품은 2003년 초연에 이은 11년 만의 재연이다. 초연 당시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500석이 28회 모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최주봉·윤문식은 초연 때와 같은 역을 맡았고, 김자옥은 이번에 새로 투입됐다.



 “그동안 누가 연극 하자 그러면 싫다고 했어요. 무대에 서려면 만사 제치고 기를 다 쏟아부어야 하는데 돈을 너무 조금밖에 못 벌잖아요. 혼신을 다할 엄두도 못 내겠고….”



 그랬던 김자옥이 악극 데뷔를 하게 된 건 “정말 딱 맞는 인물”이라는 연출자(김덕남)의 설득에 넘어가서다. 그가 맡은 주인공 명자는 첫날밤만 치르고 떠나버린 남편 동탁(최주봉)을 기다리며 아들 하나 바라보고 사는 한 많은 여인이다. 그런데 그 아들마저 월남전에서 전사해 유골로 돌아온다. ‘봄날은 …’엔 이렇게 눈물·콧물 짜는 이야기에 ‘만리포 사랑’ ‘꿈이여 다시 한번’ ‘청실홍실’ ‘여자의 일생’ 등 옛 가요들이 녹아들어가 있다.



 “좀 청승맞죠? 그런데 그 청승 속에 가슴을 울리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어려서 김진진 국극단 공연 보고 집에 돌아와 거울 앞에서 울먹울먹 ‘오라버니∼’하는 대사 흉내 냈던 때와 비슷한 기분이고요. 나이 들어 이거나 해볼까.(웃음)”



 초보 악극 배우 김자옥의 말에 최주봉은 “공연 열흘 전쯤부터는 너무 재미있어 연습을 멈추기가 싫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최주봉·윤문식은 극단 가교에서 활동하며 1993년부터 ‘번지없는 주막’ ‘카츄사의 노래’ 등 10여 편의 악극에 출연했다. 이들은 뮤지컬에 밀려 2000년대 중반 이후 사양길을 걷고 있는 악극의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특히 이번 공연 포스터 앞에 ‘한국 전통 뮤지컬’이란 문구를 집어넣고, 공연 예매 사이트에서 ‘뮤지컬’로 분류해놓은 데 대해선 “문화적 굴욕감을 느낀다”(윤문식)고 말했다. “뮤지컬이나 악극이나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가무극이란 점은 똑같은데, 꼭 ‘뮤지컬’이라고 해야 폼이 나냐”(최주봉)는 것이다. 윤문식은 “악극이 촌스럽다고 하는데 촌스러운 게 대체 뭐냐”고 되물으며 “바로 정이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들은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봄날은 …’이 관객의 스트레스 해소에 특효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무조건 울게 돼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작품의 철학적인 의미도 강조했다. 어느 인생에서나 가게 마련인 ‘봄날’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거리를 던진다는 것이다.



 “주인공 명자는 인생의 봄날을 보내며 의연했어요. 세상을 용서하고 스스로 커졌지요. 그렇게 성장하는 게 인생 아닐까요.”(윤문식)



 공연은 다음달 25일까지 계속된다. 60, 70대 배우들이 한 달 가까이 무대에 서는 건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큰 일이다. 그래도 세 사람은 자신만만했다. “공연하면서 기분 좋으면 체력은 그냥 나오는 것”(김자옥)이란 믿음 덕이다. 관람료 4만∼10만원. 1588-5212.



글=이지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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