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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글씨에 홀렸어요, 붓 잡은 서울의 외교사절

8일 주한 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한글 붓글씨 체험 교실’에서 주한 외교관들이 한글 캘리그래퍼(손글씨 예술가) 강병인 작가의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왼쪽 사진). 앙엘 오도노휴 주한 아일랜드 대사(오른쪽)와 남편 피터 불렌이 자신들의 한글 서명을 곁들여 ‘꽃’이라고 쓴 붓글씨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만년필 대신 붓을 쥐고 화선지와 마주한 앙엘 오도노휴 주한 아일랜드 대사와 남편 피터 불렌 . 부부는 붓글씨로 ‘꽃’이란 단어를 쓰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도대체 붓을 어떻게 움직여야 한글이 잘 써질 수 있는 것이냐”며 오도노휴 대사가 짐짓 엄살을 부린다. 그래도 부부는 붓글씨를 마치고 서로의 작품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줬다. 부인은 남편에게 “글씨에서 남자다움이 묻어나온다” 했고 남편은 부인의 작품이 “내 것보다 좀 더 섬세하다”고 평했다. 이들 부부는 붓글씨 수업을 듣는 중이다.

강병인 작가 초청 한글 붓글씨 교실
아일랜드대사 부부 등 20여 명
비뚤배뚤 정성껏 한국문화 체험



 8일 서울 봉래동 주한 프랑스문화원에서 ‘한글 붓글씨 체험 교실’이 열렸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주최로 한글 캘리그래퍼(손글씨 예술가) 강병인 작가가 초대됐다. 수업에는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와 주한 외국인이 함께하는 한국 알리기 포럼인 Korea CQ(Culture Quotient·문화지수) 회원 20여 명이 모였다. 붓글씨 문화가 생소한 미국·프랑스·오스트리아·아일랜드 출신의 주한 외교관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책상 위에 놓인 화선지, 화선지를 고정하기 위한 서진, 먹물, 붓 등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다들 박물관에서 서예 작품을 보기만 했지 직접 써본 경험은 없다. 홍콩에서 4년 정도 근무하다 1년 반 전 한국에 부임한 제롬 파스키에 주한 프랑스 대사는 “박물관에서 붓글씨는 봤지만 그게 어떤 뜻인지 몰라 그냥 지나쳤었다”며 “서예의 손놀림이 아름답다고 들었는데 기대가 크다”고 들뜬 마음을 전했다.



 강 작가가 먼저 붓 잡는 법을 설명하고 선 긋기, 원 그리기 같은 초보적인 붓글씨를 선보였다. 뒤이어 ‘봄’ ‘꽃’ 같은 짧은 단어를 다양한 서체로 써내려갔다. 강 작가는 “붓을 들었을 때의 감정에 따라 글씨가 매번 다르게 표현되는 게 붓글씨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각자 자리로 돌아간 외교 사절들이 어설프게 붓을 잡아 쥐었다. 하지만 눈빛과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디디에 벨투와즈 시즈(Cs) 대표는 “글씨를 쓸 때 팔은 꿈쩍 않고 몸만 제멋대로 움직인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체험에서 나온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최근 붓글씨는 아시아권에 부임한 외교관들에서 큰 화제다.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베이징의 한 중학교에서 붓을 들었다. 그리고 ‘영원’을 뜻하는 ‘永’(영)이란 한자어를 써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부인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에게 선물했다. 붓글씨를 활용한 미·중 영부인의 ‘소프트외교’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실제로 주한 외교사절들에게 ‘붓글씨’는 훌륭한 외교수단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예를 들면 주한 아일랜드 대사관은 직원들이 한국을 떠날 때 그들의 이름을 한글로 표현한 붓글씨 작품을 선물로 건넨다. 한국에 온 지 3년 됐다는 오마르 알 나하르 주한 요르단 대사는 “한국을 포함한 동양권에서 붓글씨는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할 때 아주 좋은 의사소통 도구”라고 말했다. 그는 화선지에 아랍어로 ‘감사합니다’를 뜻하는 붓글씨를 써서 모두에게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붓글씨를 시연한 강 작가는 화선지에 쓴 “햇살 고운 봄날 오후, 바람이 꽃을 피웁니다”라는 문장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여기 계신 다양한 분들이 모여 한글과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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