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방황하는 칼날' 이성민
- 억관이란 인물에 어떤 매력을 느꼈나.
“최종 편집된 영화에선 좀 달라졌지만,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아이를 억관이 계속 쫓아다니는 결말이었다. ‘내가 널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선언하고 행동하는 억관의 모습이 좋았다.”
- 완성된 영화는 어땠나.
“가장 좋았던 건 관객이 다양한 시점으로 이 상황을 볼 수 있게 하는 점이다. 억관의 입장, 상현의 입장, 때로는 가해자 부모의 입장에서도 보게 하더라. 청소년 범죄에 대한 사회의 혼란스러운 시선을 잘 녹여낸 것 같아 좋았다. ‘방황하는 칼날’이란 제목도 그 혼란스러움을 담아냈고.”
- 억관은 상현에게 “(범인이 잡히기를) 기다리는 게 최선”이라고 차갑게 말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분노하는데.
“억관은 절대 냉정한 사람이 아니다. 누구보다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함께 아파해주는 사람이다. 방법이 없으니까 ‘없다’고 말해줄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앞에 행동하는 아버지 상현이 나타난 거다. 사건이 점점 커지는 걸 보고 그를 추격하면서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있으니 딜레마에 빠진다.”
- ‘사적 복수’는 최근 많이 다뤄졌는데.
“복수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싶진 않았다. 이 영화는 ‘점점 잔인해지는 우리 애들이 걱정이야’가 아니라, ‘이 모든 건 어른들이 같이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닐까’를 묻는 이야기다.”
- 과연 정의가 뭘까.
“법을 더 엄하게 하자, 더 큰 벌을 주자는 게 정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청소년기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나이다. 그들이 성장통을 겪으며 받는 스트레스를 잘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그래서 결국 정의로운 사회란, 이런 범죄가 아예 일어나지 않는 사회란 생각을 했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이겠지만.”
- 최근 ‘관능의 법칙’(권칠인 감독)에서 보여준 코믹한 모습도 호평을 받았다.
“많은 사람이 내가 실제로 그런 사람일 거라 생각하더라. 원래 성격은 전혀 반대다. 날 처음 보는 사람은 화가 났냐고 오해할 정도로 과묵하다. 물론 코믹 연기는 재미있다. 다양한 장르, 다양한 역할을 하려고 늘 노력한다.”
임주리 기자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 두 배우의 뜨겁고 차가운 연기가 만나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영화를 이끈다. 스릴러로서 한 방이 아쉽지만, 영화 자체의 힘이 딸리진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