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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북한 운명 재촉할 4차 핵실험

이철호
수석논설위원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2011년 겨울 김정일 사망 직후의 일이다. 중국이 압록강에 병력을 증강하고 대규모 군사훈련을 했다. 북한 급변사태를 상정한 무력시위였다. 우리 청와대와 군, 외교부가 강력 항의하자 “대규모 탈북사태에 대비한 것”이라는 중국의 공식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막후 채널을 통해 중국이 물밑으로 털어놓은 속내는 놀라웠다. “유사시 우리가 북한을 집어삼킨다는 건 오해다. 정말 북한 영토에 대한 야심은 없다. 우리는 이미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테러로 골치가 아프다. 민족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면 천문학적 통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다만 주한미군이 휴전선 이북으로 오는 건 참을 수 없다.”



 지금 북한발 무인기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북한이 예고한 4차 핵실험이다. 북한 외무성은 “다양한 중장거리 목표를 타격하는 훈련을 한다”며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동안 북한은 벼랑 끝 전술로 자신의 몸값을 끌어올리며 짭짤한 실리를 챙겨 왔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은 전적으로 내부의 정치적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 꼭 실험해야 할 ‘기술적 필요’가 생기면 어김없이 강행했다. 지금은 크리미아 사태로 미국과 러시아 관계도 최악이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균열 가능성까지 계산에 넣었을지 모른다.



 4차 핵실험의 성공은 북한 핵무기의 완성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미국은 ‘전략적 인내’를 내세워 북한을 애써 무시했다. 미 유권자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아직 실제적 위협은 아니다”라고 깎아내렸다. “미국의 정치적 관점에서 북핵은 외교적 투자가치를 못 느끼는 사안(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을 탑재한 북한 미사일이 미 본토를 위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유권자들이 공포에 질리면 표에 민감한 미 정치인들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말이 아니라 실제 행동에 나서라는 압박을 받게 된다.



 중국의 반응도 예민해졌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북한의 ‘핵무기를 가지면 모든 걸 갖는다’는 생각은 환상”이라며 “국제적 고립과 빈곤, 그리고 ‘평양정권의 구조적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중국의 대북 시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2006년 이후 북한의 1, 2차 핵실험 때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해 3차 핵실험 때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물론 중국이 북한의 붕괴보다는 존속을 바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북의 핵무기까지 감싸안기 위해 막대한 외교적 비용을 치르는 건 별개의 문제다.



 북한 김정은의 4차 핵실험은 운명을 건 도박이다. 사실 리비아와 이란은 핵무기 자체보다 핵무기 개발 능력을 과시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북한은 온갖 속임수를 동원하며 노골적으로 핵무장 경로를 밟아 왔다. 핵을 생존도구로 여기는 만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주민들에게 “핵을 가져야 경제도 살아난다”는 환상을 너무 깊이 심어놓았다. 북한은 이미 자력으로 경제를 되살리기 어렵다. ‘강성대국’의 시늉을 내기 위해서도 핵무기를 신줏단지처럼 모실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동안 장사정포·방사포의 위협에 충분히 시달려온 만큼 북의 4차 핵실험이 놀라울 게 없다. 지나치게 겁 먹고 반대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실험 성공 이후의 북한 운명이 궁금할 뿐이다. 이미 북한에는 휴대전화와 대중무역을 통해 진실의 바이러스가 상당히 침투해 있다. 핵을 가졌는데도 북한 당국의 예언대로 전 세계가 굽실거리지 않고 도리어 제재와 압박이 강화되면 어떻게 될까. 원래 사이비 종교일수록 화려한 구원을 다짐하지만, 약속한 그날이 와도 아무 변화가 없으면 비참한 종말을 맞게 된다. 어떤 철권통치도 외부 압력이나 배가 고파 무너진 경우는 없었다. 오히려 내부적으로 꿈과 희망이 사라졌을 때 진짜 위기가 찾아왔다. 북한 역시 언제 핵신화(神話)의 금단현상에 시달릴지 모른다. 주민들의 신앙심과 충성심이 무너지면 어떤 왕조도 버틸 수 없다.



이철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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